-
-
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전부 468쪽의 두꺼운 분량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사실 좀 불안한 감이 있었다.
일단은 많은 분량, 내가 너무 어려워하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이야기, 게다가 배경은 스페인이다.
아무래도 낯설어하는 것이 많다보니 이 두꺼운 책은 다 읽을 때까지 그 흥미를 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사실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이틀 남짓이었다.
군데군데 편안하지만은 않게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과 어려운 음악 해설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빠른 속도로 읽힌 것이다.
요즘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역사 속의 어떤 부분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인기를 끈다. 그걸 아마도 '팩션'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 <왕의 밀사>등의 국내 역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제 사실과는 다르더라도 그 흥미진진함이 마음을 끌었다. 이 팩션의 의미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보다는 그에 앞서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 점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실제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어서 혼란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있지만 말이다.
외국의 팩션으로는 <다빈치 코드>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이 소설의 영향으로 많은 팩션들이 쏟아져 나오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비록 표절 의혹에도 휩싸였으나,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전 세계인을 흥분시켰고 소설 전개의 흥미진진함과 고전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은 그 인기가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소설 <다빈치 코드>가 팩션의 시작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은 소설화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캐서린 네빌의 <에이트>를 추천하고 싶다.
이 소설 <10번 교향곡>은 음악계의 <다빈치 코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든 음악가가 9번 교향곡 이상을 작곡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10번 교향곡은 저주를 받아서 그걸 작곡한 음악가는 불운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음악가는 자신의 10번 교향곡에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역사상 가장 훌륭한 천재라는 베토벤 역시 교향곡은 9번으로 끝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가정하에 전개된다.
베토벤은 10번 교향곡을 작곡하여 어딘가에 남겼다.
그리고 음악계의 누군가는 그 악보를 찾아내어 숨긴다.
소설의 시작은 한 유명 음악인의 피살로 시작된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소수를 위한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지휘한 로널드 토마스는 다음 날 아침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다.
음악 평론가인 다니엘은 우연히 그 음악회에 참석했다가 사건의 조사에 관계를 하게 된다.
음악의 역사와 베토벤에 대한 사랑, 음악과 수학의 관계에 대한 이해 등
이 소설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디서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이 소설을 그치지 않고 읽게 하는 힘이 된다.
박수를 치라, 나의 친구들이여, 연극은 끝났다. - 루트비히 반 베토벤 1827, 죽음의 침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