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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그날 밤의 거짓말>이라는 것에 집중했어야 한다.
아, 거기에 왜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겠는가 말이다.
그 까닭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은 것을 보면, 그동안 본 수 많은 영화와 그동안 읽은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다 무용지물은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제목에 버젓이 책의 진행 방향을 암시하고 있는데도 나는 인가푸 남작과 살림베니와 아제실라오 그리고 나르시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느라, 치릴로 수도사를 의심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의 진위를 의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말이다.
인가푸 남작과 살림베니와 아제실라오 그리고 나르시스는 국와 암살 음모에 가담한 죄로 다음날 새벽 사형 집행이 예정되어 있다.
감옥에서는 훌륭한 음식을 내어주고, 깨끗한 물로 샤워를 시키는 등 사형집행의 준비를 한다.
절해고도인 감옥의 마당에서는 사형대를 세우는 소리가 한창이다. 그들의 사형대는 바로 단두대였다.
신념을 따라서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던 그들에게 사령관은 한 가지 협상을 제안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배후를 밝히면 모두를 죽음에서 구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밀고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게 무기명을 약속한다.
사형집행을 위해서 '사라진 발자국'이라고 불리는 위안실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 그들은 그 방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는 전설적인 도적인 치릴로 수도사다.
치릴로 수도사는 그들에게 이 밤의 의미를 되새기자며 그들의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이야기, 혹은 남이 들어주었으면 싶은 이야기를 하나씩 하면서 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들의 나라 전역을 넘나드는 배경과, 귀족과 용병과 성직자와 집시등을 아우르는 등장 인물들의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인간성의 묘사로 흥미진진한 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나약한 모습을 그들이 보이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천만 뜻밖이었다.
갑자기 한밤을 깨우는 듯한 반전과 그 뒤를 잇는 또 다른 기막힌 결말은 작가의 뛰어난 구성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구체적이지 않다.
배경이 되는 나라의 설정도 어렴풋하고, 그들의 시대 또한 역사와는 무관하다.
그것은 이 이야기가 언제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신념을 위한 행동과 또 다른 신념을 위한 열정의 부딪힘.
그리고 어디에서나 내려질 수 밖에 없는 결론들이 인간 세상을 얽어가는 씨실과 날실일 것이다.
작품 속에는 수 많은 음악과 오페라와 문학 작품들이 인용되고 비유로 사용된다.
그 작품들에 대한 풍부한 이해가 선행되었더라면 이 작품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영화 <식스센스>와 <유주얼 서스펙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