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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미로
엠마 캠벨 웹스터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 텔레비전 광고에 이런 말이 있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선전하는 광고였는데, 한 번 선택하면 10년간은 그 텔레비전을 보아야하니 잘 고르라는 의미였다.
그 뒤에 이 광고는 여러 군데에서 패러디가 되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결혼에 빗댄 것이었다.
남편이나 아내를 선택할 때 심사숙고하라는 의미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라고 외쳐댔다.
그렇다.
결혼생활을 하다보니 이 말이 얼마나 만고의 진리인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선택인가가 평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이 책 <제인오스틴의 미로>에서는 바로 이런 만고 불변의 진리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독자 자신이 바로 주인공이 되어서 재치와 타고난 분별력만을 무기로 삼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현명한 결혼에 이르러야한다.(6쪽 주어진 임무 중에서)
당신의 이름은 바로 "엘리자베스 베넷'이다.
어딘가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니가?
그렇다. 우리 시대의 영원한 사랑의 고전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이다.
특히 이 책은 보통책과는 그 독법이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이르렀을 때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천야지차로 달라지게 된다.
순간의 실수로 당신은 빙판에 미끄러져 목이 부러져 죽을 수도 있고, 구애를 하는 목사를 피하다가 본의 아니게 마차로 그를 치는 바람에 성직자 살해 혐의로 감옥에 갇힐 수도 있으며, 혹은 당신은 나이는 차고 결혼은 못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가정교사로 일하다가 우울한 말년을 맞이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현명한 판단과 타고난 분별력과 지적이고 재치있는 성격으로 갖가지 위험 요소를 피해 나가서 성공적인 결혼에 이를 수도 있다.
선택에 따라서 길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다섯 가지 범주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재능, 두뇌, 자신감, 인맥, 행운 이렇게 다섯 가지 범주에서 점수 관리를 잘 해 나가야 한다. 두뇌와 자신감은 200점, 행운 점수는 50점, 재능과 인맥 점수는 0점 부터 시작한다. (7쪽 임무 수행 지침 중에서)
시작은 연 수입 5천 파운드가 넘는 부자가 당신의 집 롱본 근처의 네더필드 파크를 임대해서 이사왔다는데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흥미롭기 짝이 없다.
그리고 무도회가 열리고 거기서 미스터 빙리와 미스터 다아시를 만난다.
물론 미스터 다아시의 첫 인상은 재수없다.
그러나, 제인 언니는 네더필드에 초대를 받아서 가고 어머니의 예상대로 감기에 걸려서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주인공 나는 언니가 걱정되어서 네더필드에 찾아가기로 한다.
걸어서 가던 중 느닷없이 낯선 들판 한 가운데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왼쪽으로 갈 생각이면 40쪽으로, 오른쪽으로 갈 생각이면 27쪽으로 넘어간다.
나는 약삭빠르게 두 길로 다 가 보았다.
읽는 내내 두 갈래의 선택을 다 해 보느라고 책갈피를 여러군데 꽂아가면서 읽었다.
기가 막힌 결말에 이르기도 하고,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기도 했다.
이 책에는 제인 오스틴의 다른 여러 작품들이 혼재 해 있다.
다양한 미로 속을 헤매이다 보면 페어펙스 양을 만나기도 하고, 나이틀리 씨를 사랑하게도 된다.
오스틴의 걸작 속에서 사랑하고 후회하고 기뻐하고 눈물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오스틴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