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영화배우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지음, 정지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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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영화 <맘마미아>를 보았다.

명절 연휴라서 사람들이 참 많았다.

우리 가족도 그랬지만, 다들 명절 지내느라 애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끌려 나온 듯한 남편의 모습이 웃음을 짓게 했다.

영화의 내용은 다들 아는 대로 아빠없이 자란 스무 살 소피가 자신의 결혼을 계기로 아빠로 추정되는 세 인물을 엄마 도나와 함께 살고, 자신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장소인 그리스의 한 섬으로 초대하는 데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ABBA의 흥겹고 신나는 노래가 상영관 가득 울리고 아는 노래들을 따라부르면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아들아이는 화장실에 두 번이나 다녀오고, 남편은 살풋 졸았으며, 딸아이는 자꾸 말을 걸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서로 감상을 주고 받았다.

특별한 내용이 없더라는 남편, 저게 무슨 소리냐는 아들아이, 노래는 좋았다는 딸아이의 평이다.

나도 영화가 그리 아주 재미있었다는 말은 못했다.

어딘지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기 보다는 배우들의 얼굴과 배에 자꾸 시선이 간 것은 사실이다.

아, 저 배우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에서 참 연기 잘했는데, 정말 대단한 배우야. 메릴 스트립의 영화를 몇 편이나 본 거지? 역시 그래도 <아웃오브아프리카>야.

콜린 퍼스는 메릴 스트립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나? (실제 알아보니 11살의 나이차가 있었다)<오만과 편견>에서 참 근사했었지.

피어스 브로스넌에게 저런 면이 있네?

어라, 줄리 월터스가 저렇게 귀엽구나......

 

아주 어린 시절 흑백텔레비전으로부터 나의 영화 인생은 시작되었다.

일요일밤마다 엄마와 함께 보던 <명화극장>이 나의 영화 공급원이었다,

<로마의 휴일>, <9월이 오면>,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사운드오브뮤직>, <빠삐용>, <타파니에서 아침을>등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영화를 보았다.

나는 항상 엉뚱하게도 그레고리 펙과 게리 쿠퍼를 구분하지 못했고, 젊은 시절 서울 시내를 누비는 멋쟁이였다던 엄마는 그런 나를 우스워하면서 일러주시곤 했다.

그 때 영화의 사운드 트랙들은 지금 들어도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행복한 시간들이었는지......

 

한 때 이 세상의 모든 영화를 보고야 말리라는 다짐으로 매일 밤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아기가 어려서 극장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최소한 날마다 한 편이상은 보았던 것이다.

갓난 둘째 아이를 안고 재우면서 영화를 보느라, 팔에 쥐가 난 적도 있었다.

그 때 보았던 많은 영화들 중에 가슴에 남는 영화는 비디오를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DVD가 없던 시절이라면 다들 웃을까?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엄마가 나에게 해 주었듯이 함께 보고 싶었다.

그 중에는 <로렌조 오일>도 있고, <벤디트>, <빌리 엘리어트>, <트루먼 쇼>, <쇼생크 탈출>, <인생은 아름다워>, <시네마 천국>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좋은 영화가 더 빨리 나온다. 내가 보는 속도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그 동안의 아름다운 영화도 다시 보고 싶고, 새로 나온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싶다.

 

이 책 <501 영화배우>는 이런 나같은 사람에겐 그야말로 보석이다.

전 세계의 영화배우 중 501명을 엄선하여 우리에게 소개한다.

우리를 웃기고 울리던 그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은빛 머리의 메릴 스트립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사진이다.

궁금한 배우가 있으면 앞 쪽의 우리말 색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콜린 퍼스는 아쉽게도 없지만, 시대의 명배우라 할  진 핵크먼은 375쪽에 있다.

배우의 본명, 생몰연도, 스타성과 매력, 어린 시절과 그의 활동 업적등을 볼 수 있다.

무게를 차지하는 배우라면 한 두쪽 정도 더 할애하기도 했다.

배열 순서는 출생 연도이다.

나와 동갑인 배우들을 찾아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혹시나 놓치고 못 본 영화도 찾아내었다.

이 가을에 큰 할 일이 생겼다.

여기에 언급된 영화를 다 보려는 생각이다.

가능할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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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호프
그레첸 올슨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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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 둘을 키우는 나는 성장소설을 즐겨본다.

엄마니까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보는 것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머릿 속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줄 알고, 그러나 겉으로는 늘 표현하지 않는 조숙한 아이들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소설 역시 나의 그런 소망을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읽는 내내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인가. 나의 아이는 호프식 계산으로 얼마만큼의 점수를 땄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프의 엄마는 마치 어린 시절에 읽은 홍당무의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에 대한 빈정거림, 막 된 표현의 말들, 아이를 비하하거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소중한 것을 빼앗는 벌들은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게 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엄마도 고백하듯이 엄마는 호프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먹이고 깨끗한 곳에서 재우고 입히고 학교에 보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고 안아주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가 힘들다고 해서 그 화풀이를 아이에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우리의 호프는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 소설에서는 유태인의 학살에 관한 이야기가 호프의 이야기와 중첩되어서 나타난다.

중학생인 호프는 <안네의 일기>를 읽고, 자신의 삶의 고통이 안네보다는 낫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려 한다.

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학대받는 유태인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에 비유하면서 귀도와 도라와 조슈에가 행복하던 순간으로 영화를 되돌려 놓고 싶어한다.

마침 얼마전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본 나는 영화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호프의 착하고 여린 마음에 가득한 상처에 가슴이 아팠다.

영화 속의 귀도는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던가 말이다.

 

외국은 우리와 많이 달라서 엄마와 딸의 사이가 아주 나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모녀들은 서로 죽일 듯이 소리치고 미워할 때도 있지만,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엄마는 딸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딸은 엄마에 대한 가슴 아픔이 있어서 결국에는 화해를 하고 영원한 동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보면 엄마와 아주 의절을 한 채로 살아가는 딸들이 외국에는 많아 보인다.

아마도 우리와는 다른 사고를 하니까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의 엄마들은 대체로 아이와 자신의 욕망이 상치하는 경우, 욕망을 희생하고 아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아이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엄마의 못다 이룬 소원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딸들 또한 대부분은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게도 딸이 있다. 그 조그맣던 아이가 이젠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장난으로라도 한 대 쥐어박지도 못할 만큼 자랐다.

시간이 나면 같이 백화점엘 가고, 영화를 보고 맛난 음식을 사 먹으러 간다.

식성도 취향도 비슷해서 무엇을 하든 즐겁다.

그러나, 이 아이가 이 만큼 자라는 동안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역시도 호프의 엄마 못지 않게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화풀이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 내 설움에 울어버린 기억도 있다.

어쩔 줄 몰라하던 내 아이는 그만 나를 안고 같이 울었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나의 이런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힘든 모습인지를 말이다.

될 수 있으면 웃고, 유쾌하게 아이들을 대하려고 한다.

엄마보다 크고, 엄마만큼 자란 내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인데도 나를 늘 사랑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나는 말이나 손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습니다."

                                                    앤 S 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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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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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나는 감옥의 벽에 기대어 그들과의 만남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렸다. "

                              <청구회 추억>의 추억 112쪽

 

"언젠가 먼 훗날 나는 서오릉으로 봄철의 외로운 산책을 하고 싶다. 맑은 진달래 한 송이를 가슴에 붙이고 천천히 걸어갔다가 천천히 걸어오고 싶다.

Some day in the future, I want to take a lonely walk to Seo-O-Reung. With a bright azalea on my lapel, I want to go slowly on foot to Seo-O-Reung and slowly walk back."

                               본문 106쪽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늘상 존경해오던 선생님의 글이라서인지 글을 읽는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그리고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당신의 추억 속 아이들의 이야기를 건네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따로 말씀을 나눠본 적은 물론이요, 먼 발치에서라도 얼굴 한 번 뵌 적도 없으면서 나는 신영복 선생님을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답답하고 힘겨웠던 젊은 날을 견뎌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에게 "내 인생의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나는 서슴없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말한다.

해마다 지금처럼 가을이 다가오면 나는 그 낡은 책을 아무 장이나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군데군데의 밑줄과, 색깔과 필체를 달리하는 작은 낙서들이 눈에 들어온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팁이 들어있는 책도 아니건만, 그 안에서 나는 세상을 발견했다.

긴 시간동안 나를 외롭게 하던 생각의 차이들이 단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하고,

철없이 이기적이던 나의 삶의 눈을 더 넓은 세상으로 돌리게 해 준 책이다.

 

이제 이 책 <청구회 추억>에서 나는 선생님의 추억을 들여다 본다.

1960년대 후반,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바른 그 국민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부러웠다.

아주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시절 직후의 서울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머리는 빡빡 깎은 머리일테고 입성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기억 속에는 고무신을 신었던 동네 언니 오빠들의 발이 있다.

요즘 아이들이 입는 옷과 신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똑똑하고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아이들이 요즘에 얼마나 될까하는 마음에서 참으로 부러웠다.

그들은 서로를 도왔고, 책을 함께 읽었으며, 마을 청소를 할 줄 알았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저금을 할 줄 알았고, 좋은 아이를 보는 안목을 가졌다.

자신들을 이끌어줄 존경할 만한 선생님을 알아보았으며, 그 분이 아플 때 찾아가 뵐 줄 알았다.

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가르쳐야할 것이 무엇인가 보이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조차 오해받을까 노심초사했던 선생님의 삶이 다시 한 번 경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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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
서정희 지음 / 마음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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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당신의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 고유의 세계로는 침범하지 마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거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 칼린 지브란 <분리되어 있음의 지혜>  본문 67쪽에서

 

젊은 시절에는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폭발 때문에 놀라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만 알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상대의 모든 감정, 시간, 생각을 내것과 같이 하고 싶어한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볼 줄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고 교만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사랑이란 그야말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노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되 서로의 사이에 바람이 춤추게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것을 스스로 만들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참 사랑을 할 줄 아는 것이다.

상대에게 더 멋진 사랑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할 줄 아는 것이 사랑이다.

 

인생의 반 고개를 넘으려는 지금.

나는 다시 젊은 날을 되찾고 싶지 않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많은 책을 읽은 지금의 내가 좋다.

나는 조급하려 하지 않으며, 한 잔의 따스한 커피와 음악을 즐길 줄도 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멋진 영화를 볼 시간도 있다.

못난이 강아지와 긴 시간의 산책을 만들기도 한다.

늘 바쁘고 피곤하기만 했던 시간들.

무엇인가를 얻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그 시간들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없다.

젊은 시절의 잘못을 후회하면서 그 시절로 돌이켜 그 일을 만회하고픈 생각도 없다.

그 시절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들도 지금의 나를 만드는 거름이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이 책 <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는 멋지게 나이먹는 법을 알려준다.

훌륭한 중년이 되는 법,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친다.

젊은 시절의 폭풍과도 같은 삶에 지쳐서 축 늘어진 노친네로서의 시간들이 아닌, 활기차고 의미있는 시간들을 만들도록 충고하고 있다.

옛 추억의 장소들을 찾고, 가을 일요일 아침에는 첼로를 듣고. 민들레 한 송이도 허투루 보지 않도록 이야기 한다.

젊게 살고, 나부터 변하고, 마음을 열고, 어울리며 감사하며 살자는 그의 말에 누구하나 귀 기울이지 않을 사람이 없다.

아직 이 책에서 말하는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새 한 고비 휘돌아 나가는 지금.

아직은 직장에서도 의욕적으로 일을 할 나이고, 아이들도 더 키워야하지만, 마음만은 좀 더 여유있게, 어울리고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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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관한 에피소드 172
기류 미사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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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잔인한 욕망에 관한 에피소드172>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라는 표제보다 부제가 제목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상 자행되어 온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그 결과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에 관한 쳅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할례, 거세, 사디즘과 마조히즘, 사체, 롤리타 콤플렉스 등 남녀 간의 성을 다루고 있어 순수한 플라토닉 러브 따위는 설 자리가 없다.

저자 기류 마사오는 필명이라고 한다. 두 명의 일본 여성이 공동으로 사용한 이 필명은 그 중 한 사람인 쓰쓰미 사치코의 사망 이후 우에다 가요코가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이름으로 발표된 책을 살펴보니,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무시무시한 처형대의 역사>,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등 인류사 중에서 죽음과 고통의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는 책들이었다.

그 중에서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를 읽어보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있던 그 아름다운 동화의 뒷면에 감추어진 무시무시한 상징과 의미들을 파헤치고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권할 때 잠시 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부분만 보는 대신 그 이면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고, 그것이 진실의 모습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이라고 할 때 이들의 작업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진정한 역사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육을 먹는 사람들, 소녀를 산 채로 얼린 백작부인, 교황 일가의 난교 파티등의 에피소드들과 마녀 사냥의 잔인함, 고문의 종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등은 읽으면서 어리둥절하게 했다.

단순한 시간 때우기의 흥미 이외에 여기에서 찾아야할 것은 중세의 암울한 삶의 모습인 것인가?

아니면 중국 사람들의 사형 방법이 가장 잔인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 습득인 것일까?

어쩌면 인류의 역사에 이리도 부끄러운 짓들을 감히 자행한 인간들이 많은지 우리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일까?

 

사랑과 잔혹, 죽음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슬플 정도로 외골수적인 사랑, 죽음까지 뛰어넘는 사랑을 좋아하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엄숙함을 찾기는 조금 어려운 일인듯하다. 사랑보다는 인간 잔인함의 끝을 경쟁하듯이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 또한 "이 책을 읽으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따뜻한 것,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저절로 떠오르지 않을까?"(역자 후기 343쪽) 이라는 질문을 한다.

아마도 너무도 섬찟한 이야기들 속에서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내가 사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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