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호프
그레첸 올슨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 둘을 키우는 나는 성장소설을 즐겨본다.

엄마니까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보는 것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머릿 속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줄 알고, 그러나 겉으로는 늘 표현하지 않는 조숙한 아이들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소설 역시 나의 그런 소망을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읽는 내내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인가. 나의 아이는 호프식 계산으로 얼마만큼의 점수를 땄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프의 엄마는 마치 어린 시절에 읽은 홍당무의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에 대한 빈정거림, 막 된 표현의 말들, 아이를 비하하거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소중한 것을 빼앗는 벌들은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게 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엄마도 고백하듯이 엄마는 호프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먹이고 깨끗한 곳에서 재우고 입히고 학교에 보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고 안아주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가 힘들다고 해서 그 화풀이를 아이에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우리의 호프는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 소설에서는 유태인의 학살에 관한 이야기가 호프의 이야기와 중첩되어서 나타난다.

중학생인 호프는 <안네의 일기>를 읽고, 자신의 삶의 고통이 안네보다는 낫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려 한다.

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학대받는 유태인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에 비유하면서 귀도와 도라와 조슈에가 행복하던 순간으로 영화를 되돌려 놓고 싶어한다.

마침 얼마전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본 나는 영화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호프의 착하고 여린 마음에 가득한 상처에 가슴이 아팠다.

영화 속의 귀도는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던가 말이다.

 

외국은 우리와 많이 달라서 엄마와 딸의 사이가 아주 나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모녀들은 서로 죽일 듯이 소리치고 미워할 때도 있지만,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엄마는 딸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딸은 엄마에 대한 가슴 아픔이 있어서 결국에는 화해를 하고 영원한 동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보면 엄마와 아주 의절을 한 채로 살아가는 딸들이 외국에는 많아 보인다.

아마도 우리와는 다른 사고를 하니까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의 엄마들은 대체로 아이와 자신의 욕망이 상치하는 경우, 욕망을 희생하고 아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아이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엄마의 못다 이룬 소원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딸들 또한 대부분은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게도 딸이 있다. 그 조그맣던 아이가 이젠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장난으로라도 한 대 쥐어박지도 못할 만큼 자랐다.

시간이 나면 같이 백화점엘 가고, 영화를 보고 맛난 음식을 사 먹으러 간다.

식성도 취향도 비슷해서 무엇을 하든 즐겁다.

그러나, 이 아이가 이 만큼 자라는 동안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역시도 호프의 엄마 못지 않게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화풀이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 내 설움에 울어버린 기억도 있다.

어쩔 줄 몰라하던 내 아이는 그만 나를 안고 같이 울었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나의 이런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힘든 모습인지를 말이다.

될 수 있으면 웃고, 유쾌하게 아이들을 대하려고 한다.

엄마보다 크고, 엄마만큼 자란 내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인데도 나를 늘 사랑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나는 말이나 손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습니다."

                                                    앤 S 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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