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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66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9년 5월
평점 :
이 책이 처음 우리집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작은 아이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 와아, 최신간이다."
" 어머, 이 책 알아?"
" 응, 학교 도서관에 있어요. 맨날 애들이 빌려가서 조금 밖에 못 봤는데......"
자기가 중학생만 되었어도 이 책을 보았을 것이라던 큰 아이도 시험 기간인데도 슬그머니 끌어가서 보고 있다. 킬킬거리면서......
어린이 잡지라면 '어깨동무', '소년중앙' 이 전부였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이런 잡지가 참말로 신기하게 보였다. 어린이 잡지라 하면 무슨 논술 잡지니, 과학 잡지니 하는 것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보물이 있다니.
책을 재생지를 사용했는지 아주 가벼웠다. 기존의 잡지들이 두껍고 비싼 종이를 사용해서 들고 다니기 무거워서 부담스럽더니 이 책은 가벼우니 들을 만하다. 책장을 열면 한 마리 새가 찬장 위에 앉아서 노래하는 판화가 나온다. (다른 책에는 낫을 든 할머니의 그림이 있다) 친근한 그 그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일기와 동화와 만화, 영화를 소개하면서 생각거리를 준다. 어린이 고래들의 소리도 들려주고, 아이들의 토론도 실황 중계하듯 전한다. 수화 소개, 재미난 자람이 만화, 함께 만드는 공작 교실도 흥미롭다. 부동산 투기 따위의 시사 문제도 알기 쉽게 들여다보고, 이번 호에서는 이슬람을 소개하기도 한다. 어른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어른들의 토론도 실려 있어서 다른 부모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휘황한 텔레비전의 쇼프로그램과 국적 불명의 게임들에 둘러 싸여서 책 한 줄 안 읽는 줄만 알았던 아이도 어느 새 이런 책을 보고 있었다니,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었다.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화려한 연예인들의 훙내내고, 10억을 준다면 감옥이라도 다녀올 용의가 있다는 요즘 아이들을 우려하는 소리가 많지만, 이 책은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도와준다. 바르고 공정한 시각, 균형잡힌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을 믿는다. 아이는 다음호를 사달라고 하고, 나는 아무래도 괴월호가 궁금하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