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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과연 그래야하는 것일까? 혹은 그게 가능한 일일까?
죄와 죄인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란 이야기일까?
아니면 그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애를 쓰는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란 이야기일까?
이 책 <보이 A>를 읽는 내내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누군가가 잭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건 아닌가.
혹시나 잭이 사소한 실수를 하는 건 아닌가.
잭이 맥주를 마실 때마다, 본의 아니게 약을 먹었을 때도 나는 갑작스런 불안함에 책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전국을 뒤흔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두 소년은 의자에 앉으면 다리에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어렸다.
하나는 불우한 가정 환경에 노출되어서 끔찍한 학대를 받았고, 한 아이는 아이들의 괴롭힘에 학교에 나갈 수 없는 아이였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시간을 함께 보냈고 급기야는 사고가 난 것이다. 법은 두 아이를 체포하고 사법처리를 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변호할 줄도 몰랐고 보이A의 부모는 유명 변호사를 고용할 형편도 되지 않았다. 갖은 폭행과 협박, 업신여김과 비웃음을 아이 스스로 견디며 보낸 감옥 생활, 죽음의 위협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보이 B는 살해를 당하고 만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보이A의 말을 들어주고 보이A의 편이 되어서 생각을 해 준 테리만이 보이A가 믿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는 긴 감옥 생활 끝에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새로운 이름을 선택하고 새로운 말투를 익히고 과거를 만든다. 그 새생활은 두렵고 떨렸으나, 너무도 행복하다. 그러나 불안을 동반한 행복, 사랑하는 사람에게 솔직하지 못한 죄책감이 잭을 지치게 한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은 지금도 과연 보이A가 안젤라의 죽음에 관련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어느 누구도 보이A의 말을 듣지도 맏지도 않았다 그들은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비열한 하층민의 지저분한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 경우에 진정 죄는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잭은 원죄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늘 불안에 떨고 죄스러워하고 도망을 다닌다. 잭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그 상처, 그 상처는 과연 어디서 치료를 받을 것인가.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우리는 흔히들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가해자의 슬픈 삶을 조명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읽어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