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의 여성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지 않다.
어쩌면 며칠 전 저녁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확 뛰어 내려온 나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옛날 그림을 보면 아름다운 여인들은 다들 풍만하던데, (지금 사이즈로 보면 한 88 정도?) - 양귀비도 풍만했다하지 않던가 말이다.- 우리는 왜 마른 몸매에 매달리는 것일까?
텔레비전이고 주위사람들이고 온통 화제는 살, 살, 살이다.
누구는 살빼는 한약을 먹는데도 안 빠져서 이상 체질을 의심하고, 누구는 언젠가 입으려고 44사이즈의 옷을 사서 걸어두기도 한다.
평생을 다이어트 했다는 내가 아는 그녀는 늘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조금 먹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녀의 위와 몸은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하고 그녀는 깊은 밤에 그 요구에 굴복하고 만다고 한다. 가끔은 이런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진다. 아니 주로 그렇다. 맘껏 먹고 편안한 자세로 앉고 옷 입을 때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지유롭게 살고 싶다. 날씬함이 무기인 이 세상을 벗어나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과 맞서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일까?
주인공 연두는 쉐프다. 얼마나 근사한 직업인가. 허기진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장인이다. 그의 음식은 예술 작품일 것이다. 배가 고프면 음식의 맛에 둔해지므로 그는 늘 어느 정도 허기를 면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곧, 늘 뭔가를 먹어서 위를 채워 놓았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그런 그는 어느 날 남자 친구에게 이별 선고를 받는다. 그 이유는 너무 뚱뚱해서, 비만은 전염된단다. (이런 발칙한 놈 같으니......그럼 영양 결핍은 전염 안 되냐?) 연두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지만, 오히려 친구가 더 큰 충격을 받았는지 연두에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권한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보던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영양이 충분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같이 살을 빼면서 그 성과가 미진한 사람을 한 주에 한 명씩 탈락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상금도 어마어마하지만 무엇보다 그 결과가 찬란하지 않은가 말이다. 돈도 벌고, 유명해지고, 살도 뺀다니, 누구나 해보고 싶은 일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들은 인간의 본연의 남루하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투를 벌인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연두에게는 아직도 그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점점 쇠약해지고 변하는 연두. 맛난 음식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연두에게는 힘이 되어주질 못 한다.
날씬함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다들 몸을 만들고 가꾸고,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드느라 우리는 꼭 신경써야할 어떤 것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예쁜 얼굴, 날씬한 몸 말고도 우리에게 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