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페인 요리를 한 번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
정세영 글.그림.사진 / 이숲 / 2009년 9월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는 정말 심플하다.
 저자는 스페인 요리가 심플하다지만, 그 심플한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서인지 책 역시도 작고 가벼워서 마음에 꼭 든다.  이야기 한 꼭지에 요리 하나씩을 소개해서 스페인 요리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거리감을 불식시킨다. 게다가 요리법을 소개하는 페이지 역시 얼마나 친근한지 모르겠다. 밥 좀 많이 벌어 먹기 위해서 사진을 배웠다는 저자의 이력과는 다르게 요리가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는 것이다. 사진이야 맨날 찍는 것이니 음식 만들면서 빵빵 찍어서 책에 넣으면 책도 커지고 두꺼워지고 책값도 더 받을 수 있을 게 아닌가 말이다. 거기에다가 스페인의 거리 풍경도 좀 넣고, 유명 사적이랑 가까이 지낸 사람들 사진도 듬뿍 넣는다면 요즘 흔히 유행하는 책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책이 되어버리는 걸까?
 이 책은 부담이 없어서 좋다.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속 얘기들이 가슴에 와 닿고, 그가 소개해 준 요리법들을 보고 있자면 저자가 내게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하면서 이것저것 씻고 다듬으면서 말을 건네는듯이 소박하고 편안하다. 심지어 '알메하스'라는 조개 요리는 조개를 익히기만 하면 된단다. '요구르트 샐러드'는 샐러드 재료에 요구르트와 올리브 오일, 그리고 식초만 살짝 뿌리면 되기도 한다.
 그가 내게 하고자 하는 얘기는 거창한 인생 철학도, 나라를 구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그저 자기가 살아 온 얘기 약간, 간단하지만 맛있는 음식 한 접시, 향긋한 상그리아 한 잔인 것이다. 누구네 집에 놀러가든 부담스럽지 않게 한 끼 얻어먹을 수 있는 음식과  두어 시간 수다 떨 분량의 행복하지만 가벼운 그런 시간들을 이 책으로 가질 수 있었다.
 오늘은 나도 친구 하나 불러야겠다. 이 책에서 그래도 난이도 높은 해물 스파게티나 만들어 먹으면서 그 동안 밀린 얘기, 상사의 흉이나 볼까? 디저트도 만들어야지 바나나 위에 요구르트 뿌리고 토마토와 오렌지를 살살 뿌려서 말이다. 그는 이 디저트를 '바나나와 요구르트 디저트'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