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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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기만은 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몰라줄 뿐, 나는 특별히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천재성이 있거나 혹은 숨겨 둔 재주가 있고 누구는 특별히 발이 예쁘다.

이 삭막하고 추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그런 위로 혹은 무기 하나쯤은 가슴에 숨기고 살아야 힘이 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 이 사람은 자기가 너무너무 보통의 존재라고 한다.

 읽기 전에 "뭐야, 자기는 특별하니까, 보통이 되고 싶다는 거야?" 하는 삐딱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쓴 사람이 가수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예인에 대한 동경의 풍조를 나도 모르게 인정하고 있었나 보다. 가수나 배우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가 보다. (그래서 그 특별한 사람들이 자기의 인간적인 속내를 드러내고 푼수를 떠는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읽고 난 지금. 실은 조금 부끄러움을 느낀다. 어쩐지 남의 일기를 몰래 본 느낌이다. 학창 시절 친구집에서 우연히 들춰본 친구의 일기처럼 이 책은 조금은 부끄럽게 조금은 두근대면서 다가온다. 자신의 가장 내밀한 아픔을 솔직히 드러내고 세상의 어느 가정에나 있는 상처와 그럼에도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은 따스함을 우리에게 되묻는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냐고.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과 그 시절 참혹했던 기억들과 이제는 아름답게만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절의 기억이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취향을 갖게 했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보았다. 세상의 일에 대한 단상, 지금은 없는 가버린 친구에 대한 애틋한 기억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어머니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여행지에서의 회상들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어쩌면 남루하기 짝이 없는 한 사람의 너절한 일상들이 이렇듯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책의 전체에 흐르는 진솔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꾸미지 않는 순수함,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저 혼자 중얼거리는 언어들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그의 음악을 잘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저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인 그의 밴드도 잘 모른다. 아마도 그의 음악도 이 책과 같다면 어느 가을 날 그저 무심히 들어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나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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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하인리히에서 깨진 유리창까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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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현장에서는 유능하던 사람이 관리자의 자리에 올라가면 무능해진다는 <피터의 원리>를 읽으면서 무릎을 치고 싶었다. 바로 그거였다.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현장에서는 능력있고 확실하게 자기 일을 하던 사람이 승진을 하면 아랫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자기만큼 일을 못하는 사람을 무참하게 꾸짖거나, 일의 목표를 너무 높게 잡고 아랫 사람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도 한다. 원하는 만큼 성과가 오르지 않을 때 부하의 무능력을 들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어쩌면 관리자의 능력은 따로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 책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에서 그 원인을 찾은 것 같다.
 

 "조직에 있어서도 하위직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보는 안목과 조직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

                             본문 174쪽

 

 관리자의 능력이란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조직의 운영도 잘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부장님'들이 우스갯 소리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큰 자연 재해나 사회적인 변혁이 일어나기 전에 그를 암시하는 작은 사건들이 잇따라 지나간다는 하인리히 법칙이나, 언제나 나쁜 쪽으로 일이 벌어진다는 머피의 법칙, 깨진 작은 유리창이 골목 전체를 슬럼화한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등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각종 이치들을 재미있게 풀이해 놓은 이 책은 눈 앞의 사소한 일에 연연하며 왜 내게만 불행한 일이 생기냐는 한탄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세상의 일에는 우연이란 것은 없고, 모든 법칙의 뒤에는 원리가 있다.

 세계 문명이 큰 강의 유역에서 발생한 것은 알고 있지만,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였던 것이다. 자연 환경이 지나치게 좋으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고 정체되고 만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은 사람들의 연구와 노력을 필요로 하고 그것이 세계를 발전시켰다. 내가 가진 열악한 환경과 조건은 오히려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채찍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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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 온화한 빛의 화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20
스테파노 추피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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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아주 편안한 마음이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베르메르라는 이름은 <진주귀고리 소녀>라는 책과 영화를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고, 그 후에도 그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작품들을 찾아 본 바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찾지 못한 그림들도 이 책에서는 만날 수 있을 것이고, 허구가 가미된 것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베르메르의 삶도 이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이 책은 오래도록 시간이 들었다. 아마도 따뜻한 이야기, 소설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베르메르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삶과 그의 그림이 시대 순으로 존재했다. 미술 거래상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그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짧은 내용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의 그림의 화풍과 영향을 주고 받은 화가들의 작품들, 혹은 당시의 경향을 잘 드러내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서 설명을 읽으며 그림을 보는 것도 벅찼다. 그 수 많은 참고 그림과 자료들을 모아 놓은 정성에 감탄이 절로 인다. 또한 거장의 명작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서 충분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이 명작들은 부분을 확대해서 설명해 놓아서 보지 못했던 세심한 부분들의 상징과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램브란트의 그림과 호흐의 그림은 이 아트북의 다른 시리즈도 궁금하게 만들었으며, 그동안 내가 베르메르의 그림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알게 되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좀 더 꼼꼼한 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112쪽과 113쪽의 경우에는 그림은 5 작품인데 설명은 네 가지 뿐이어서 혼동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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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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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영화를 보러 갔다. 모처럼 낸 시간이었고, 마침 아침 출근길에 들은 방송도 있고 해서 가장 재미있다는 <아바타>를 보자고 했더니 의외로 딸아이가 반대를 한다. 자기는 그런 가상 세계의 이야기가 싫단다. 아니 그럼 그동안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를 꾸준히 본 것은 뭐냐고 했더니, 그걸 안 보면 대화가 안 되어서 본 것이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결국 다른 영화를 만족스럽게 보고는 왔지만 속으로 웃음이 났다.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책 중에 나는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 뱀파이어 시리즈를 그 아이도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던 까닭이다. 취향이 비슷한 것이 함께 살아서인지, 그 아이가 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혹은 음식물의 영향(그런 학설도 들어 본 적이 있다)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데서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 <에버 모어>를 읽으면서는 나의 취향에 대한 선입견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 불멸의 사랑과 환생과 불사(不死)와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과 영혼과 인간을 잇는 영매의 이야기는 도저히 나의 취향 아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죽는 교통사고를 겪은 에버는 그 사고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늘 괴롭고 죄스러운 심정으로 살아간다. 게다가 그 사고 이후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 생각과 과거가 보이고 심지어 죽은 동생 라일리마저 눈에 보이는 괴이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것을 괴물이라고 생각한 에버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아이팟으로 다른 소리들을 차단하면서 학교에서 보이지 않게 살아간다. 그런 에버에게 갑작스레 나타난 데이먼은 충격과 혼란을 준다. 그를 향한 알 수 없는 끌림과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혼돈스러운 에버는 그를 떨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하지만, 그는 그리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에버에게 유일하다시피한 위안인 라일리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모르는  채, 이리저리 방황하며 괴로워하는 에버에게 더 큰충격을 주는 인물은 드리나였다. 데이먼과 드리나, 에버의 기막힌 관계는 몇 백년을 이어온 악연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드리나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에버는 이 생에서는 자신을 지키고 데이먼과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그 다음 이야기가 은근히 궁금해 진다. 이 책 정도면 우리 아이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데이먼이 영생을 얻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연금술의 한 방법이었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엔 어딘지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에버의 전생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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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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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손에 쥐면서 가벼운 흥분이 이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어느 사이트에서 장난으로 전생 정보를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전생에 아마존의 전사였단다. 다들 어울린다면서(왜?) 웃었는데,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주 근거없는 말은 아니다 싶었다. 오래 전에 부산에 놀러갔다가 아쿠아리움 앞 지하도에서 페루 사람들의 공연을 보았다. 실은 보았다는 말보다는 음악을 듣고 끌려갔다는 말이 더 맞다. 잔잔하지만 어딘지 마음을 끄는 작은 기타 소리와 아련하고 슬픈 오카리나와 설움이 가득 밴 그들의 목소리는 나로 하여금 한참이나 그 자리를 지키게 했었다. 그 머나먼 그 곳, 아득하고도 그리운 어딘가를 생각하게 하는 음악과 노래는 일생에 한 번은 그 곳에 가리라는 다짐을 하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마야니, 안데스니 하는 지명들은 나를 이끌었고, 그 곳의 풍경과 사람은 나의 두고 온 머나먼 고향인듯 그립기만 했다.
 그러니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나의 책이었다. 그리고 초원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사진은 나 역시 그 곳으로 뛰어들게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읽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사진과 그곳의 맛난 음식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해프닝과 훈훈한 만남으로 그리고 미래에의 다짐으로 이루어져 하룻밤이면 뚝딱 마음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으나, 손미나와 함께 한 아르헨티나는 어쩐지 힘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여행처럼 한 열흘 쯤 다녀온 것은 아니지 싶다. 그 곳에 집을 얻고 탱고를 배우고, 음악을 들으러 다니고, 마라도나의 축구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사람을 사귀고 먼 남쪽 빙하까지 다녀오자면 못 잡아도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리라 짐작한다. 나처럼 직장에 매이고 가정에 매인 사람들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 몇년 전에는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두고서 요즘 가장 힙한 스페인에서 일년을 보내고 와서 우리 일상인들에게 부러움과 슬픔을 뿌리더니, 이젠 아르헨티나다.
 자아, 이제보니 이 책이 다른 책만큼 진도가 안 나간 이유는 단 하나. 나의 부러움이었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있던 그 곳에 거처를 정하고 그 곳의 자랑인 축구와 탱고와 음악과 사람을 만나고 더 나아가 그 곳의 치부인 빈민가와 아름다운 거리를 함께 섭렵하고, 거대한 초원에서 시간을 만끽하고 온 그가 부럽기만 했던 것이다.
 그가 보고 온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 아름다운 거리의 슬픈 역사를, 심지어 택시조차 들어가기를 꺼리는 빈민가의 사랑스런 가족들을 만나면서, 또 협잡꾼인 여행사의 횡포에 귀중한 물건과 사진들을 잃어버린 매우 아르헨티나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그는 아르헨티나의 진짜 얼굴울 보았고 그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마도 그 양면성은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우리의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모든 얼굴일 것이다.  겉만 보고 온 것이 아니라 그 아픔까지도 찾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은 다만 그가 언론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매우 아르헨티나적인 사건으로 인해서 책에 실린 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살짝 아쉬움을 주지만,  잃어버린 그 사진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그 사건을 부끄러워하는 순수한 아르헨티나의 청년 하비에르의 마음이었다. 다음엔 또 어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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