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버모어 ㅣ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영화를 보러 갔다. 모처럼 낸 시간이었고, 마침 아침 출근길에 들은 방송도 있고 해서 가장 재미있다는 <아바타>를 보자고 했더니 의외로 딸아이가 반대를 한다. 자기는 그런 가상 세계의 이야기가 싫단다. 아니 그럼 그동안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를 꾸준히 본 것은 뭐냐고 했더니, 그걸 안 보면 대화가 안 되어서 본 것이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결국 다른 영화를 만족스럽게 보고는 왔지만 속으로 웃음이 났다.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책 중에 나는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 뱀파이어 시리즈를 그 아이도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던 까닭이다. 취향이 비슷한 것이 함께 살아서인지, 그 아이가 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혹은 음식물의 영향(그런 학설도 들어 본 적이 있다)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데서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 <에버 모어>를 읽으면서는 나의 취향에 대한 선입견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 불멸의 사랑과 환생과 불사(不死)와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과 영혼과 인간을 잇는 영매의 이야기는 도저히 나의 취향 아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죽는 교통사고를 겪은 에버는 그 사고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늘 괴롭고 죄스러운 심정으로 살아간다. 게다가 그 사고 이후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 생각과 과거가 보이고 심지어 죽은 동생 라일리마저 눈에 보이는 괴이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것을 괴물이라고 생각한 에버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아이팟으로 다른 소리들을 차단하면서 학교에서 보이지 않게 살아간다. 그런 에버에게 갑작스레 나타난 데이먼은 충격과 혼란을 준다. 그를 향한 알 수 없는 끌림과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혼돈스러운 에버는 그를 떨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하지만, 그는 그리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에버에게 유일하다시피한 위안인 라일리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모르는 채, 이리저리 방황하며 괴로워하는 에버에게 더 큰충격을 주는 인물은 드리나였다. 데이먼과 드리나, 에버의 기막힌 관계는 몇 백년을 이어온 악연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드리나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에버는 이 생에서는 자신을 지키고 데이먼과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그 다음 이야기가 은근히 궁금해 진다. 이 책 정도면 우리 아이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데이먼이 영생을 얻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연금술의 한 방법이었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엔 어딘지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에버의 전생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