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팩 소녀 제니 1 사계절 1318 문고 73
캐롤라인 B.쿠니 지음, 고수미 옮김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너무도 평범한 소녀, 제이니는 자신의 평범함이 지겹고 짜증스러워서 이름을 조금씩 바꿔본다. 제이니에게 있는 특별함이란 바로 불타는 빨간 머리와 우유 알레르기 정도이다. 그런 제이니가 어느 날 친구의 우유팩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이다. 십몇 년 전 뉴저지의 한 쇼핑몰에서 사라진 소녀 '제니 스프링'을 찾는 그 광고는 제이니의 삶의 근간을 뒤흔든다. 사진 속의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제이니는 기억했다. 그 깔끄러움이 아직도 목을 간지르는 듯한 제이니는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를 배반하는 행위인 것만 같아서 괴롭기만 하다. 

 항상 기운 넘치는 아빠와 언제나 세상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엄마를 제이니는 너무도 사랑한다. 그들이 제이니를 사랑하는 것 또한 의심할 수없다. 그렇다면 제이니의 기억 속, 그 원피스와 쇼핑센터에서의 긴 머리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다락방에서 발견된 물방울 무늬 원피스와 알 수 없는 이름 '한나'는 제이니를 끝없이 괴롭히고, 충격에 휩싸인 제이니는 드디어 어머니와 아빠에게 자신은 누구인지 묻는다. 부모님은 제이니에게 실은 자기들은 제이니의 조부모라고 말한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집을 나간 딸 한나가 데리고 온 아이가 제이니라고. 괴로운 제이니는 옆집의 소꿉친구 리브와 함께 우유팩에 적혀있던 주소로 찾아가 본다. 그 곳에서 발견한 것은 제이니처럼 붉은 머리를 한 쌍둥이들과 한 소년, 그리고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이름에 대한 기억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던 제이니는 또 한편 자신과 같은 색깔의 머리를 가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들이 자신을 얼마나 찾았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고, 또 그걸 가슴 아파하는 것이 지금의 부모님을 배반하는 것 같아서 더욱 괴로운 제이니.

 평범할 것 같은 소녀 제이니는 사실 엄청난 운명의 굴레에 갇혀있다. 지금의 부모가 자신을 유괴한 나쁜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겠지만, 친부모를 찾았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들이 찾는 '제니'는 네 살짜리 어린 아기이다. 그들은 제니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지 못하였고, 제이니 역시 부모의 손이 가장 필요한 시기를 지금의 부모와 보냈으므로 그 빈 공백을 메우기에는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1권의 끝부분에서 제이니의 어머니는 제니의 친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제이니에게 받도록한다. 아버지가 웃음을 짓고, 꼬마 소녀가 우유를 엎지르던 그 부엌에 있는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여자였다. 누구였을까?

  소설은 한창 예민한 소녀인 제이니의 말 못할 고민을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처음 자신의 과거를 의심하면서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실들이 의심스러워진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의심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제이니의 모습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때로는 다른 가족을 위해서 상처를 감추고 이겨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물론 그 방법이 조금은 서툴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고통받는 제이니의 모습에서 비단 이 모습이 책 속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의 부모님과 자신을 잃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을 친부모 사이에서 제이니는 또 어떤 고민과 갈등을 이겨내고 행복해 지려고 노력을 할 것인가 궁금하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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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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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원하는 것이 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소원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시 무언가를 바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축복이다."

 본문 121쪽 달밧, 내 영혼의 다이어트(정박미경) 중에서

 

  앞이 막힌 듯이 답답한 지금 이 문장은 나에게 한 줄기 빛과 같다. 

  어쩌면 나의 'a soul sentence'가 되리라.

 

 오늘같이 뼛속까지 시린 날엔 뜨근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김장 김치를 쭉 찢어서 얹어 먹고 싶다. 코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입으로 뜨거운 김이 '훅' 나오는 그 음식이 바로 나의 소울푸드일 지도 모른다. 남들이 물으면 바로 이 겨울 콩나물국과 잘 익은 새곰새곰한 김장 김치를 소울푸드로 대답하리라 생각했던 기억이 나다가 문득 이 책 <소울 푸드>에서 황교익씨가 말한 구절이 떠올랐다.

 

"한국인에게 소울푸드를 물으면 한 10여 가지의 음식 안에서 그 대답이 오갈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 볼 것이, 소울푸드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자신의 기호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말하는 소울푸드를 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다 있는데 나만 없으면 왕따처럼 보일 것이니 소울푸드 하나 정도 만들어 항상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본문 164쪽 바닷가 내가 나는 밤이면(황교익) 중에서

 

 혹시 나도 그런것일까? 남들이 다들 '소울 푸드, 소울 푸드' 하니까 억지로 생각해 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다른 궁리들을 해 보았다. 너무너무 아플 때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게 '소울 푸드'일까? (남들은 아프면 입맛이 없어진다는데 결코 그런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아플 때 먹고 싶은 것이 생기는 바람에 민망할 때도 있다.) 아니면 먼 타지에서 여행에 지쳤을 때 와락 생각나는 음식이 그걸까? 사실 먼 나라의 여행을 지치도록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힘들 때, 날이 으슬으슬 추울 때, 슬플 때 나는 그게 생각난다.

 이 책에서는 스물한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울리는 음식을 말한다. 어떤 이는 보살님이 퍼 주시던 담백한 절밥을, 어떤 이는 이탈리아 여행 중 먹게 된 이탈리아 빵죽을 든다. 또 누구는 카레라이스를 누구는 수제비를 말한다. 그들은 작가이기도 하고, 요리 전문가이기도 하고, 가수이기도 하고, 맛집 전문 기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려한 음식을 자주 접할 것 같은 그들이 풀어내는 음식 얘기는 허탈하게도 쑥을 넣고 끓인 라면이거나 추운 핀란드의 바닷가에서 먹은 라면이거나 주먹밥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가 꼭꼭 눌러 만든 오니기리가 떠오른다. 글쓴이도 그 영화의 장면을 언급하는 걸 보면 주먹밥이란 과연 그런 것인가 보다.) 이다. 혹은 프림을 담뿍 넣은 커피, 혹은 맑은 소주 한 잔이기도 하다. 너무도 소박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음식들이 누군가의 영혼을 달래주는 것을 보면서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오늘은 콩나물을 사 들고 퇴근을 해야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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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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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녀의 정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표지의 사진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검은 원피스를 입고, 검은 슈즈를 신은 채 다소곳이 앉은 소녀의 모아 쥔 무릎 위의 두 손이 너무도 연약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그녀의 손목과 여린 발목은 세상의 어떤 무게도 감당할 수 없을 듯 보인다.

 이 모습이 실비아일까? 아르헨티나의 부끄러운 시간인 추악한 전쟁은 춤추기 좋아하고, 친구들과의 수다가 삶의 낙이었던 실비아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매일 다투기만 했던 오빠 에두아르도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날마다 오빠에게 마음으로 편지를 쓰면서 오빠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한 것이다.

 한밤중 갑작스런 정전, 어디선가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노크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소리와 통곡 소리가 들리는 나라가 실비아가 살아가는 공간이다. 어디론가 끌려간 아들과 아버지의 소식을 알 수 없어 애태우는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나라, 슬픔과 탄식으로 얼룩진 그 모습들이 그저 아주 낯설지만은 않음은 또한 우리의 비극이다.

  소설은 군부에 잡혀간 오빠 에두아르도와 집에 남아서 오빠를 걱정하다가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오빠를 돕겠다고 위험한 일에 뛰어든 실비아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에두아르도는 감옥에 갇혀서 고문을 당하고, 후회와 두려움으로 몸부림 치면서도 친구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문다. 그의 선명한 순수함은 차라리 눈물겹다. 늘 다투기만했으나 너무도 사랑하는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 실비아는 전혀 다른 자신을 만든다. 역겹기만한 노베르토와 만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어린 그녀의 생각은 보기 좋게 외면당하고 오히려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지고 만다.

 읽는 동안 내내 이것이 비단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떠올렸다. 축구와 탱고, 정열적인 여인들만 생각나는 그 나라에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듯이 세상의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기억한다.

 

"한국도 아르헨티나처럼 탄압을 받았고,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훌륭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당신들의 투쟁을 존경합니다."

한국어판 서문 - 글로리아 웰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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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새 한달이 지나서 또다시 페이퍼를 작성하게 되었다.

11월 분을 작성한 지 겨우 며칠 지난 느낌인데,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리 세월이 빠르니 지금의 아픔은 또 지나가기를

 

1.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현경은 그녀들을 만나며 우리 모두는 신의 정원에 핀 꽃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두 다른 형태와 빛깔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나름대로 의미 있고 아름답다. 다른 모양과 빛깔의 꽃들이 자신의 향기를 뿜고 열매를 맺으며 풍성한 생명을 펼쳐 나가는 것을 격려하고 함께 축하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종교가 말하고 있는 생명나무가 가득한 파라다이스, 낙원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렇듯 소중한 존재인 것을, 오늘같은 날은 너무도 우울하여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빼우게 되지 않을까?

 

 

 

2. 프로작 네이션

 <비치 : 음탕한 계집> 등의 저서를 통해 제3세대 페미니즘을 대변했던 엘리자베스 워첼의 자전적 회고록.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 우울증에 관한 솔직하고도 대담한 기록이다.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엘리자베스 워첼의 이 내밀한 고백은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누구나 우울증을 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 정신의 감기와도 같다는 우울증이 실은 너무도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그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온 것일까?

 

 

 

3.

  도둑맞은 인생2009년 8월, 성범죄자로 가석방 상태에 있던 한 남자가 열한 살 소녀를 납치해 18년간 성노리개로 데리고 살면서 두 아이까지 낳게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1991년 6월 10일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가던 열한 살 소녀는 납치되어, 2009년 8월 26일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야 구출될 수 있었다. 18년간의 성노예 생활을 이겨낸 제이시 두가드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 어떤 것도 시간의 가치를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 본 사람은 안다. 송두리째 빼앗긴 그녀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4. 콜렉터

 만화가 이우일의 본격수집에세이.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모아왔고, 돈을 벌어 좋아하는 레고와 프라모델을 마음껏 살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을 기뻐하며 열심히 일하는 철없는 만화가 이우일. 그의 수집에는 어떤 계통도 원칙도 없다. 그저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것이면 뭐든 모은다. 잡다함의 궁극을 보여주는 컬렉션과 그에 얽힌 일화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놓았다.

 

어린 시절 무엇이든 모았던 기억을 다들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심지어 라면 봉지까지 모으던 나의 동생은 지금은 무엇이든 가장 잘 버리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우일씨의 콜렉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또 무엇을 수집하고 있을까?

 

 

5. 있는 그대로, 지금 이대로

 재일교포 3세로 오사카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걸어온 강가자. 그녀가 일본에서 멕시코까지, 식탁 위를 걸으며 만난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가 여행하는 법은 독특하다. 그녀는 어떤 나라에 가건 시장부터 찾아가 먹을거리들을 살펴보고,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때로는 다른 나라를 마구 돌아다니는 나를 상상한다. 그러나 금세 나이들고 지친 몸을 떠올리곤 포기를 한다. 그러나 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샘솟는 것일까? 그들의 에너지를 훔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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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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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의 책들을 훑어보았다. 작은 방의 사면을 가득 메운 서가들과 바닥에 쌓인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의 한 면을 가득 채운 네 개의 서가와 현관 양쪽의 두 개의 서가에 더 이상 빈자리는 없다. 한 차례 정리를 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의 분신들이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사방이 책으로 둘러 싸인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천정이 아주 높아서 책을 찾으려면 사다리를 이용해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얼마전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서 비슷한 서재를 보고 서재 주인에게까지 관심이 생길 정도였다. 물론 나의 책들 중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부지기수다.

  미국에서는 고서점의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역사가 일천한 탓인 것일까? 과거의 것, 옛 것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굉장하다. 그들은 루이스 캐럴의 책이 초판본인 것에 열광하고, <빨강 머리 앤>을 할머니에게서 물려 받아 간직한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판본이 오래된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의 새판본을 사는 나는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어이없는 짓을 한 게 아닐까? 서재의 구석구석에 초판본과 저자 사인본이 꽂혀있고, 지인들에게서 메모와 함께 받은 책들이 섞여있다. 나는 그것들 중에 귀한 것이 무엇인지, 여러 권을 가지고 있어도 쓰레기와 다름없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책은 책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것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남자 존 길키에 관한 책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고풍스런 서재를 배경으로 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고 말한다. 그가 사랑한 것은 진짜 책이었을까 아니면 그 책을 배경으로한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이 책을 쓴 저널리스트는 전설적인 책도둑 존 길키를 알게 되고, 그를 취재하면서 매혹적인 책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는 길키가 이야기한 책들을 찾아 오래된 서점을 돌아보고, 이베이를 검색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책의 가치를 아이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그는 길키의 책에 대한 욕망을 우리에게 전달하면서 그 욕망이 순수한 것인지 의심한다. 그가 만난 길키는 매력적이면서도 터무니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끊이없이 책을 탐하고, 그 욕망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길키의 환상은 오래된 귀한 책들이 가득한 서재에서 스모킹 재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손님에게 와인을 권하고, 커피 테이블에 놓인 책을 들어보이면서 그 책을 구하게 된 경위를 자랑하고, 그 책의 어머어마한 가치를 이야기하면 상대의 놀라는 모습을 즐길 것이다. 나의 환상은 어떤 것일까? 읽지도 못한 책들을 가득 쌓아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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