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그녀의 정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표지의 사진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검은 원피스를 입고, 검은 슈즈를 신은 채 다소곳이 앉은 소녀의 모아 쥔 무릎 위의 두 손이 너무도 연약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그녀의 손목과 여린 발목은 세상의 어떤 무게도 감당할 수 없을 듯 보인다.

 이 모습이 실비아일까? 아르헨티나의 부끄러운 시간인 추악한 전쟁은 춤추기 좋아하고, 친구들과의 수다가 삶의 낙이었던 실비아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매일 다투기만 했던 오빠 에두아르도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날마다 오빠에게 마음으로 편지를 쓰면서 오빠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한 것이다.

 한밤중 갑작스런 정전, 어디선가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노크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소리와 통곡 소리가 들리는 나라가 실비아가 살아가는 공간이다. 어디론가 끌려간 아들과 아버지의 소식을 알 수 없어 애태우는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나라, 슬픔과 탄식으로 얼룩진 그 모습들이 그저 아주 낯설지만은 않음은 또한 우리의 비극이다.

  소설은 군부에 잡혀간 오빠 에두아르도와 집에 남아서 오빠를 걱정하다가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오빠를 돕겠다고 위험한 일에 뛰어든 실비아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에두아르도는 감옥에 갇혀서 고문을 당하고, 후회와 두려움으로 몸부림 치면서도 친구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문다. 그의 선명한 순수함은 차라리 눈물겹다. 늘 다투기만했으나 너무도 사랑하는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 실비아는 전혀 다른 자신을 만든다. 역겹기만한 노베르토와 만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어린 그녀의 생각은 보기 좋게 외면당하고 오히려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지고 만다.

 읽는 동안 내내 이것이 비단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떠올렸다. 축구와 탱고, 정열적인 여인들만 생각나는 그 나라에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듯이 세상의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기억한다.

 

"한국도 아르헨티나처럼 탄압을 받았고,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훌륭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당신들의 투쟁을 존경합니다."

한국어판 서문 - 글로리아 웰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