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 대역본> 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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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와 그 일당들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비열한 인간들이다. 일부러 친구를 넘어뜨리고는 떼거지로 몰려들어 칼로 찔러 죽이다니! 시저씨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생각을 확실하게 말해서 타협을 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는가라고 하시면서 이문제를 놓고 할아버지가 워낙 심하게 흥분하시는 바람에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달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본문 53쪽
 
 이 나이에도 마음이 설렐 때가 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아직은 떨린다.
안타깝게도 면대면으로 사람을 만날 때가 아니라서 좀 안타깝긴 하지만, 수많은 책들의 홍수 속에서 날마다 한 권씩 뽑아 읽을 때, 아직도 나는 설렌다. 이 책에서는 또 어떤 사람을 만날까 하는 기대감에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서 좋은 것이라면 돌아 볼 추억이 있어서가 아닐까?
젊은 시절에는 늘 새롭고 신기한 것이 좋더니, 이젠 예전의 사람들이 다시금 그리워지듯이 예전에 읽었던 책들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오랜 친구가 찾아와 향기로운 차 한 잔 마주하고 그저 바라보는 그런 기분이다. (有朋自遠方來 不亦乎)
 
 얼마전 오랜 만에 만난 친구처럼 이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내게 왔다. 오래전 이 책을 읽고서 한동안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디언 소년 작은나무와 삶의 비밀을 알고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름다운 산과 블루보이와 리틀레드. 그 때 그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참 힘겨웠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 온 이후에도 쉽게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그 가슴 아픔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은 싫었다. 그러나 그런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내게 주는 따스함과 행복은 마치 희미한 유년의 기억처럼 다가왔다. 상처가 헤집어지는 고통이 있을지라도 추억하고 싶은 그것. 웨일즈 할아버지가 작은나무에게 보여주는 깊고 순수한 사랑은 문명에 찌든 인간이 갖기엔 너무 맑았다.  아마도 바로 이런 자연의 거대한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인디언의 삶에서 이 각박한 우리네 삶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부모를 잃고 산에 사는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간 작은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과 동물들과의 애정, 아름다운 산과 계곡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시련들은 작은나무를 힘들게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깊은 사랑은 작은나무를 강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떠나버린 쓸쓸한 길을 작은나무 혼자서 걷는 모습이 떠오른다. 비록 또다시 슬펐지만, 내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 기뻤다. 내 오랜 친구는 이번에도 그저 잔잔히 웃다가 돌아간다.
 
"와인씨는, 정직하고, 절약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만일 이런 가치들을 배우지 않으면 기술면에서 아무리 최신의 것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 쓸모도 없다고 했다."
본문 509쪽
 
79쪽 14째줄 뒤엎여 - >뒤덮여
643쪽 20째줄 시커멍게 - >시커멓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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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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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무도 내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야.

 

본문 453쪽

 

   이 책은 6부로 이루어진 545쪽이라는 대단한 분량을 갖고 있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사건 전개라든가 셀 수 없이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핵심 인물은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다. 그 둘을 둘러싼 가족들이 또 주요 인물들이다. 1970년대 이후 몰락한 펜실베니아주의 철강 도시 부엘을 배경으로 두 젊은이가 등장한다. 나이는 스무살이지만 어려보이기만 한 천재 소년 아이작과 학창 시절 온 도시의 기대를 받던 풋볼 선수이지만 지금은 마을의 철물점에서조차 해고당한 채 어머니 그레이스의 트레일러에 얹혀 사는 포가 그들이다.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누나 리밖에 모르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공부를 하고 싶은 아이작은 이 지긋지긋한 부엘을 떠나기로 하고 포에게 동행을 요청한다. 마당의 장작조차 패기 싫은 포이지만, 아이작의 부탁이니 조금만 동행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 들어간 빈 건물에서 부랑자들과 조우하고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위기에 처한 포를 구하려고 아이작이 던진 베어링에 부랑자 중 한 명이 죽고 만 것이다. 다음 날 그 곳을 다시 찾은 그들은 경찰 서장이며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버드 해리스를 만나게 되고 아이작과 포가 그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짐작한 해리스는 그들을 집으로 돌려 보낸다. 마침 가족을 보기 위해 집에 돌아 온 리와 포는 오랜 만에 해후를 한다. 아이작은 다음날 다시 집을 떠나 버리고 혼자 남은 포는 살인 혐의를 자신이 받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고민한다. 아이작이 그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포는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와 해리스, 리와 포, 아이작의 아버지 헨리와 자살한 어머니 메리, 중국인 경찰과 호 등 다양하고 인간적인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와 그들의 대화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우울하고 가라앉은 기분을 느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고향,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있고 다들 가난하기만하다. 누구라도 도시로 나가고 싶지만, 능력도 힘도 없어 그 자리에 머물러 오히려 후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는 읽기였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회색이었다. 그들이 사는 그 도시 부엘은 마치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가 사는 그 탄광 마을 같은 분위기, 모두가 일을 하지 못하고 희망없는 내일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만이 떠도는 그런 곳이었다. 패배주의적인 도시의 분위기는 젊은이들의 마음도 녹슬게 해 그들은 무엇인가 의미있는 삶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치열한 고통을 통해 얻어내는 자신과의 합일은 아이작에게 포에게 의미있는 삶의 방향을 가르친다. 그것이 이 우울한 도시 부엘이 보내주는 마지막 낭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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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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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나중에 다 가게 되는 곳이 존재할까?"

 


본문 209쪽

 




  기욤 뮈소의 소설은 발표되는 대로 읽었다. 인연이 닿아서인지 읽을 기회가 꼭 생겼다. 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삶에 대한 진정성, 죽음에 대한 관심과 인류에 대한 애정은 참 보기에 좋다. 작품의 대부분이 죽음과 삶의 경계를 다루기 때문에 어딘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삶의 진실성이라는 게 꼭 사실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소설이 더욱 현실적이다.

  주인공 네이선은 높은 연봉과 패배없는 경력을 자랑하는 변호사이다. 그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가진 채로 뉴욕에서 생활을 한다. 항상 산더미 같은 일에 외로움을 잊고 싶지만, 그의 상처는 늘 혼자 있는 그를 공격한다. 사랑스러운 딸 보니, 그의 필생의 연인인 전처 말로리를 늘 그리워하면서도 그는 또 다시 상처 받을까 두려워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찾아 온 한 남자, 가렛 굿리치가 그나마 평안을 유지하던 네이선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 굿리치는 자신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찾아 그에게 삶과 작별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밝힌다.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를 만난 이후로 네이선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네이선은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을 믿게 된다. 아들 션의 아픈 죽음으로 이미 상처를 받은 그지만, 다른 가족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그리움에 그리고 그를 영원히 인정하지 않을 것 같은 장인 장모에 대한 해묵은 원망에 네이선은 억울하기만 하다. 하나 둘 삶의 미련들을 정리하면서 그가 살아 온 과거들을 돌이켜 본다.


  만약 내가 며칠 후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억울하고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겠지? 그리고 나면 그 동안 참고 지내온 수많은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하리라 밀어두었던 그 많은 것들이 하고 싶어질까? 곧 죽을텐데 무슨 욕심이 나서 여행을 가고 맛난 것을 먹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남겨 둘 사람들을 돌아보고 싶어질 것 같다. 못다한 사랑의 말들, 감사와 기쁨의 언어들을 다 전하고 가고 싶다. 혹시나 잠시나마 미운 마음으로 바라본 사람도 이해하고 싶다. 내가 남겨 둘 것은 아름다운 웃음이지 미움이 아닐테니 말이다. 나도 네이선처럼 꼭 해야할 무엇인가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옆에서 손을 잡아 줄 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되돌아올 대답이 없다면 늘 침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마주 볼 얼굴이 없다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본문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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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그 원색의 땅에 입맞추다
임명자 지음 / 다밋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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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인터넷에서 전생을 알아보는 싸이트에 들어간 딸아이가 내 전생을 찾아 본 일이 있었다.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었는데, 답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다른 결과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그 결과 중에 ‘아마존의 전사’가 나왔다. 잘 흥분하고 벌컥 화를 잘 내는 내 성미를 아는 가족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어쩌면 그렇게 딱 맞느냐는 것이다. 나 역시도 조금 수긍이 가는 면이 있었다. 예전에 부산의 한 지하철 역에서 들은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거리 연주가 그렇게 가슴에 파고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음색 독특한 피리 소리, 애수에 찬 그들의 멜로디와 아름다운 발음이 어쩐지 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해서 (나의 고향은 결코 멀지 않다) 아득한 회한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텔레비전에 간혹 비치는 그 고산 지대의 라마를 키우는 볼이 빨간 소녀와 색색의 숄로 몸를 감싼 그을은 피부의 그 여인들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인 것은 그 전생의 발견 이후인지 이전인지 모르겠다.

  이 책 <라틴, 그 원색의 땅에 입 맞추다>의 저자 임명자님 역시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라틴 그 원색의 땅에 저자가 가지고 있던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쿠바에서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와 관타나메라를 만나면서 오랜 그리움 끝에 만난 형제 자매인양 기뻐하는 모습과 멕시코에서 만난 아름다운 그들의 검은 성모에 대한 경배는 그 그리움의 실체였다. 에바 페론과 탱고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아르헨티나, 악마의 목구멍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 네루다의 칠레 산티아고와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신비한 나라 페루를 거치면서 원색의 라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그의 여행에 너무나 부러움을 느꼈다.

  나 역시도 그 아득한 그리움에 공감한다. 원색의 옷을 입은 그들이 마추픽추의 정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티티카카 호수의 갈대섬 우르스에서 아기를 어르는 모습들을 상상한다. 나스카의 신비한 라인을 그리는 사람들의 그 오묘하고도 멋진 정신 세계를 상상한다. 지대가 높아서 늘 차가운 바람과 희박한 공기로 삶의 조건을 구속하는 그 곳에서, 그들은 하늘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는 마음으로 오히려 행복한 듯하다. 언젠가 나의 마음의 고향, 그 곳에 갈 수 있을 날을 기다린다.

 


내가 찾은 문장 : 292쪽 16째줄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들이 힘을 합쳐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풍부한 자원으로 다시 부강한 나라들이 될 터인데, 주변 경제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을 저지를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밑줄 친 “약”은 한 글자가 빠진 단어로 보인다. “도약, 약진” 혹은 다른 어떤 단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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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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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의 월급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월급날이 지나면 동료직원들끼리 웃으면서 내 통장에 구멍이 있는지 돈이 들어오자 마자 없어진다는 농담을 한다. 한 달 내내 일한 수고가 잠깐 눈에 보여서 흐뭇하다가도 금세 사라지고 마니 허탈할 때도 한 두번이 아니지만, 사실 그 모든 일의 원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생각없이 사용하는 카드는 물건을 소유할 때의 잠깐의 만족을 주지만, 그 기쁨은 잠깐이고 그 카드대금은 영원하다. 언제까지 이런 빚 갚는 생활을 해야할까?

 이 책의 저자 주디스 러바인은 어느 크리스마스 쇼핑날 문득 소비에의 지겨움을 경험한다. 수 많은 쇼핑백들이 거리를 메운 그 날, 바닥에 떨어진 쇼핑한 물건을 주우려다가 찾아 온 그 깨달음은  ' "난 이제 사지 않겠어." 신용카드도 없고 쇼핑백도 없고, 쇼핑도 없는 상태. 아무것도 사지 않는 1년'(뒷표지)을 결심하게 한다. 이 책은 그 일년을 기록한 결과이며 그 과정에서의 사고와 지식의 집합체이다. 그는 돈을 쓰지 않고 사는 삶을 실천하면서 많은 갈등을 경험하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소비를 조장하는 지 우리에게 폭로한다. 모든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소비로 돌리는 그 나라의 모습은 단지 남의 나라의 우스꽝스런 헤프닝만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들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자칫 지루하고 관심이 멀어질 내용들을 끝까지 읽고 생각하게 하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끝없는 나의 소비에 대해서 돌아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엇의 결핍으로 인한 보상 심리인지 물건에 집착하는 나의 모습은 쇼핑백을 물웅덩이에 빠뜨리고 허둥대는 주디스의 모습에 닮아있었던 것이다.

 

"소유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에 저항하는 물건을 우리는 값지다고 한다. " 게오르크 지멜

본문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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