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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그 원색의 땅에 입맞추다
임명자 지음 / 다밋 / 2008년 12월
평점 :
언젠가 인터넷에서 전생을 알아보는 싸이트에 들어간 딸아이가 내 전생을 찾아 본 일이 있었다.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었는데, 답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다른 결과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그 결과 중에 ‘아마존의 전사’가 나왔다. 잘 흥분하고 벌컥 화를 잘 내는 내 성미를 아는 가족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어쩌면 그렇게 딱 맞느냐는 것이다. 나 역시도 조금 수긍이 가는 면이 있었다. 예전에 부산의 한 지하철 역에서 들은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거리 연주가 그렇게 가슴에 파고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음색 독특한 피리 소리, 애수에 찬 그들의 멜로디와 아름다운 발음이 어쩐지 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해서 (나의 고향은 결코 멀지 않다) 아득한 회한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텔레비전에 간혹 비치는 그 고산 지대의 라마를 키우는 볼이 빨간 소녀와 색색의 숄로 몸를 감싼 그을은 피부의 그 여인들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인 것은 그 전생의 발견 이후인지 이전인지 모르겠다.
이 책 <라틴, 그 원색의 땅에 입 맞추다>의 저자 임명자님 역시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라틴 그 원색의 땅에 저자가 가지고 있던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쿠바에서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와 관타나메라를 만나면서 오랜 그리움 끝에 만난 형제 자매인양 기뻐하는 모습과 멕시코에서 만난 아름다운 그들의 검은 성모에 대한 경배는 그 그리움의 실체였다. 에바 페론과 탱고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아르헨티나, 악마의 목구멍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 네루다의 칠레 산티아고와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신비한 나라 페루를 거치면서 원색의 라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그의 여행에 너무나 부러움을 느꼈다.
나 역시도 그 아득한 그리움에 공감한다. 원색의 옷을 입은 그들이 마추픽추의 정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티티카카 호수의 갈대섬 우르스에서 아기를 어르는 모습들을 상상한다. 나스카의 신비한 라인을 그리는 사람들의 그 오묘하고도 멋진 정신 세계를 상상한다. 지대가 높아서 늘 차가운 바람과 희박한 공기로 삶의 조건을 구속하는 그 곳에서, 그들은 하늘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는 마음으로 오히려 행복한 듯하다. 언젠가 나의 마음의 고향, 그 곳에 갈 수 있을 날을 기다린다.
내가 찾은 문장 : 292쪽 16째줄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들이 힘을 합쳐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풍부한 자원으로 다시 부강한 나라들이 될 터인데, 주변 경제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약을 저지를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밑줄 친 “약”은 한 글자가 빠진 단어로 보인다. “도약, 약진” 혹은 다른 어떤 단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