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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우리가 나중에 다 가게 되는 곳이 존재할까?"
본문 209쪽
기욤 뮈소의 소설은 발표되는 대로 읽었다. 인연이 닿아서인지 읽을 기회가 꼭 생겼다. 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삶에 대한 진정성, 죽음에 대한 관심과 인류에 대한 애정은 참 보기에 좋다. 작품의 대부분이 죽음과 삶의 경계를 다루기 때문에 어딘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삶의 진실성이라는 게 꼭 사실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소설이 더욱 현실적이다.
주인공 네이선은 높은 연봉과 패배없는 경력을 자랑하는 변호사이다. 그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가진 채로 뉴욕에서 생활을 한다. 항상 산더미 같은 일에 외로움을 잊고 싶지만, 그의 상처는 늘 혼자 있는 그를 공격한다. 사랑스러운 딸 보니, 그의 필생의 연인인 전처 말로리를 늘 그리워하면서도 그는 또 다시 상처 받을까 두려워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찾아 온 한 남자, 가렛 굿리치가 그나마 평안을 유지하던 네이선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 굿리치는 자신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찾아 그에게 삶과 작별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밝힌다.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를 만난 이후로 네이선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네이선은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을 믿게 된다. 아들 션의 아픈 죽음으로 이미 상처를 받은 그지만, 다른 가족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그리움에 그리고 그를 영원히 인정하지 않을 것 같은 장인 장모에 대한 해묵은 원망에 네이선은 억울하기만 하다. 하나 둘 삶의 미련들을 정리하면서 그가 살아 온 과거들을 돌이켜 본다.
만약 내가 며칠 후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억울하고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겠지? 그리고 나면 그 동안 참고 지내온 수많은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하리라 밀어두었던 그 많은 것들이 하고 싶어질까? 곧 죽을텐데 무슨 욕심이 나서 여행을 가고 맛난 것을 먹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남겨 둘 사람들을 돌아보고 싶어질 것 같다. 못다한 사랑의 말들, 감사와 기쁨의 언어들을 다 전하고 가고 싶다. 혹시나 잠시나마 미운 마음으로 바라본 사람도 이해하고 싶다. 내가 남겨 둘 것은 아름다운 웃음이지 미움이 아닐테니 말이다. 나도 네이선처럼 꼭 해야할 무엇인가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옆에서 손을 잡아 줄 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되돌아올 대답이 없다면 늘 침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마주 볼 얼굴이 없다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본문 1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