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저택
펄 벅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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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먼저 읽기 시작한 것은 내가 아닌 남편이었다.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역시 펄 벅"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한 여인의 성숙한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을 극찬했다.
  '펄 벅(Pearl Buck)'이라는 이름은 우리 세대에게는 교과서의 저자와 같은 이름이었다. 우리또래치고 <대지>의 왕룽과 오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길고 두꺼운 책을 지루함도 없이 읽고서 인생의 비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사람에 대한 희망을 보았었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 '펄 벅'은 빛을 밝히는 이름 같은 것이었다. 특히 저자의 동양에 대한 사랑은 심지어 그를 중국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로 깊이가 있었다. 그의 대다수의 작품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이 책 <여인의 저택>에서도 중국에 대한 '펄 벅'의 깊이있는 이해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중국 사람이 쓴 양 너무도 자연스러운 중국에 대한 묘사가 새삼스럽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계층과 빈부, 남자와 여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등 같은 문화권의 사람이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속깊은 내막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점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말이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한 여인을 창조한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집안 어른들과 남편을 섬기고 아들들을 낳아 기르고 큰 살림을 이끌어가는 우씨부인은 남편과 아들, 며느리, 그리고 집안의 온갖 하인과 하녀들뿐 아니라 집밖의 부리던 사람들에게까지도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빈틈없는 살림 경영과 자식 교육, 그리고 시어른 봉양과 남편에 대한 섬김까지 어느 한군데 부족함이 없던 그녀는 마흔이 되는 생일날 더 이상 여자로서 살기를 거부한다. 아직까지도 남자로서의 삶을 이어가야하는 남편에게 첩실을 들여주고 자신은 영혼의 성숙을 얻고자 한다. 여인 우씨부인이 아닌 인간 우씨부인으로 살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다. 모든 일에 빈틈없는 성격답게 마흔의 나이에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우씨부인의 이런 선언은 가족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냉정한 성격으로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면서 우씨부인은 자신이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중국에서든 어느 나라에서든 여자의 나이 마흔이 갖는 의미는 비슷할 지 모르겠다. 의무만으로 가득했던 삶의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자신의 영혼을 돌아볼 나이인 것이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가 인생의 전반을 차지한다면 후반부에서는 무엇을 찾아야할까? 우씨부인이 찾으려했던 내면의 교요와 평화는 어떤 것이었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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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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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천만이 불모가 되어버린 비극 속에서 희극적일 수 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모던 청년 이야기 " 라는 책 뒷표지의 광고 문구야 말로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하는 말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다들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억울해 죽는 그런 시절. 먹는 것 만큼은 넉넉했던 쇠날이와 올미의 백정 마을이 소설의 첫 배경이다. 남들이 천시하는 신분일 망정 그들은 우공태자를 하늘로 안내하는 백정질을 하면서 고기도 먹고 살았다. 그런 백정의 아들인 쇠날이(주인공 윤식의 조부)이는 피냄새를 맡으면 기절을 하는 무녀리였다. 그런 병신같은 쇠날이의 아내는 마을에서 가장 어여쁜 올미였고, 우리의 모던 보이 주인공 윤식이의 아버지 훕시가 태어났다. 늘 양반의 씨내림이라 믿으며 아버지를 무시하던 쇠날이 아들 훕시는 도시로 나와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바로 양반 상놈이 없는 세상이다. 그저 돈이 양반이고 일본 사람이 양반인 세상에서 무서운 머리를 굴리며 스스로 양반이 되어가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돈을 쓰는 일밖에 모르는 모던 보이 윤식이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읽으면서 영화 <모던 보이>가 생각났다. 친일을 하는 부자인 아버지의 아들 모던보이 해명의 하루가 하윤식의 하루와 중첩되었다. 찻집에 가서 코오피를 마시고 혹은 바아에서 삐루를 마시고 저녁이면 일본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며 하루를 보내는 좋은 말로 한량인 그들. 그러면서도 가슴에 남는 어쩌지 못하는 열정을 그들은 여자에게 쏟는다. 우연히 만난 요령부득의 그 여자를 사랑하는 그 청년들의 열렬한 마음이 오히려 슬프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다. 어려운 자리에서조차 몰래 웃음을 떠올리게 하는 촌철살인의 문장들과 빠른 호흡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훕시의 삶을 따라가게 한다. 저자의 다른 글을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에 신선함과 동시에 일종의 기쁨과 감사를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어느 작가의 소설을 굳이 찾아 읽는 이유를 이 책에서도 발견했다면 양쪽 모두에게 실례일까?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해학과 풍자로 풀어나가는 솜씨가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291쪽 맨 마지막 줄
    나 만한 - > 나만한 : 붙여쓰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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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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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처럼 습하고 더운 날에는 그녀가 얼어죽었을 그 추운 밤은 어떠했을지 더욱 궁금하다.
  화려한 1890년대 부잣집에서 발견한 어둡고 비좁은 하인들의 숙소에서 처음 영감을 떠올렸다는 이 소설은 잘 밝혀지지 않은 근대 캐나다의 생활상이 드러나면서 더욱 흥미롭다. 모두의 평등한 권리를 위하여 그들은 이 대륙으로 건너왔지만, 그 안에서도 돈이 권력과 신분이 되어서 가난한 이민자들은 온갖 천대와 멸시. 그리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했고, 그들은 사람이 아닌 그저 하인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두고 온 구대륙 혹은 그 섬나라에서의 생활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삶. 어쩌면 오히려 더 열악한 생활 환경은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그들을 끌고 내려갔다.

  어느 밤 따뜻한 침대에서 나와 뒷계단을 뛰어내려와 집을 나왔어야만 했을 그 소녀. 겨우 열여섯 남짓의 나이, 그 깊고 추운 밤에 소녀가 찾아갈 곳은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다니는 교회뿐이었다. 그러나 교회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만난 한 대의 마차는 그녀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다음 날 아침, 발가벗겨진 채로 발견된 소녀의 몸은 얼어붙은 땅바닥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녀가 올라타는 마차를 본 것은 앨리스 블랙 뿐. 그 칠흑같은 밤만이 소녀의 죽음을 보았다.

  어두운 과거의 상처를 갖고 있는 머독 형사는 소녀의 주검에서 단순 동사가 아니라는 흔적을 찾아낸다. 날카로운 감각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머독은 소녀의 가련한 죽음을 수사한다. 그리고 소녀가 유명 의사댁의 하녀였음을 알아내고 그녀의 주위를 탐문한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너절한 하류 계층들의 생활상은 더러움이 극에 달한다. 남의 물건에 대한 일말의 양심도 없는 욕심과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한 멸시와 천대가 인간들의 솔직한 모습이라는 게 더욱 소름끼쳤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따뜻해 보여도 그 안의 추한 욕망과 더러운 이기심이 가득한 상류층의 생활이라는 것 역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 아니, 지금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부의 편중 문제, 이민자 차별 문제, 그리고 종교 문제 등을 100년도 더 전의 이야기에 담는 재주가 놀랍다. 게다가 재미까지 겸비해서 이 더위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한다.

 

내가 찾은 오탈자  277쪽 17째 줄 '신 나는' -> 띄어쓰기 '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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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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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수동 기어 연습을 해야겠다.

오토매틱으로 운전한 지 어언 15년, 이젠 기어 변속을 어떻게 했는지 다 잊어버렸지만, 연습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오늘이라도 당장 운전 연습을 하러 가고 싶다.

나도 그들처럼 유럽여행을 캠핑카로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어느 새 나이를 먹어버린 나는 몇 해전 같은 직장의 젊은 동료들이 인터넷 여행까페를 통해서 만난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아니, 불안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노파심에 그들을 말리기도 했다. 기어이 그 약속했던 사람 중의 하나는 펑크를 냈지만, 그 젊은이들은 행복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온갖 고생을 다하느라 - 차에서 자고, 배를 곯고, 길을 잃고 헤매고-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던 그들은 그러나 다녀오자마자 다시 가고 싶다며 그 시간들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 젊은이들 여섯 명도 그런 여행을 다녀왔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그들은 공항에서 처음 대면하고 바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놓치고 짐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독일에 도착한 그들은 그들의 집이 되어 줄 캠핑카와 감격적인 첫상봉을 한다. 차 안에서의 생활이라면 많이 답답할 듯 한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성인 여섯 명이 지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니 말이다. 그들은 그 차를 타고 북유럽의 아름다운 자연을 누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와 노르웨이의 광활하고 멋진 풍광과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은 공동의 생활을 꾸려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에서 한바탕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하고, 뭉크의 절규를 따라하기도 하고, 너무나 비싼 물가에 절망하며 그들이 돌아다닌 길은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했다.

  그들에게 그 여행의 가치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북유럽을 여행한 것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의 조화와 지혜, 그리고 너그러운 배려를 더욱 깊이 느끼게 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전에 읽은 책에는 한 여성이 혼자서 캠퍼밴(그 책에서는 그렇게 칭하더라)을 빌려서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것을 보았다. 신의 선물같은 아름다운 곳에서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사무치게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좋을 그런 여행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가고 싶다. 다 큰 아이들이니 우리 넷으로도 캠핑카는 꽉 찰까?

 

124쪽 7째 줄 '오색 찬연'이라는 표현은 어쩐지 어색하다. '오색 찬란'이나, '고색 창연'이라고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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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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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쉽지만은 않다. 그저 무슬림이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예상했던 나로서는 주인공이 어린아이라는 것을   잊은듯 심도있는 내면의 독백과 주변에 대한 관찰과 사색은 잠시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6.25때 참전 용사로 우리나라에 와서 귀국하지 않고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하는 무슬림이라니. 무엇인가 말할 수 없는 깊은 사연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하산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몸에는 흉터와 마음에는 상처투성이인 '나'는 고아원을 나온다.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하산 아저씨가 주인공 '나'를 입양한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하지만, 끝까지 그 사연이 밝혀지지는 않는다.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 가난한 동네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처럼 모든 것을 넉넉히 품어내는 안나아주머니의 충남식당이 있고, 하산아저씨와 친구인지 웬수인지 모를 그리스사람 야모스 아저씨가 산다. 퇴역군인으로 아직도 전쟁중인 대머리 아저씨와 말더듬이 유정, 그리고 고양이와 교감하는 맹랑한 녀석이 있다. 어찌보면 경쟁사회의 낙오자일지도 모르는 그들의 삶은 답답하고 어렵지만, 그들이 보내는 유머는 촌철살인이다. 그들은 동네의 어려운 사람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돕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싸우고 화해한다.
  말이 없는 하산 아저씨의 어두운 기억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그의 어떤 것이 이 낯선 나라에서 그들의 신이 금하는 것을 다루면서 생계를 유지하게 한 것일까. 또 서술자 '나'는 어떤 인생의 굴곡에서 그 자리에 도착한 것일까? 많은 의문만이 자리잡지만, '나'와 유정, 혹은 맹랑한 녀석의 깊이있는 대화는 생의 어떤 비밀을 알고있는 어른들의 대화와 다르지 않다. 작가가 내게 들려주고 싶은 것은 그것이었을까?
 
" .......신은 네 안에서 잔다. 신을 억지로 깨울 필요는 없단다. 눈이 부셔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지. "
" 어떻게 해야 눈이 부셔 일어날까요? "
" 네 영혼을 닦아야지. 마룻바닥을 닦듯 거울을 닦듯 한 점 빛이라도 태양처럼 반사시킬 수 있도록 깨끗하게 닦아야지. "
 
본문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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