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 수동 기어 연습을 해야겠다.
오토매틱으로 운전한 지 어언 15년, 이젠 기어 변속을 어떻게 했는지 다 잊어버렸지만, 연습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오늘이라도 당장 운전 연습을 하러 가고 싶다.
나도 그들처럼 유럽여행을 캠핑카로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어느 새 나이를 먹어버린 나는 몇 해전 같은 직장의 젊은 동료들이 인터넷 여행까페를 통해서 만난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아니, 불안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노파심에 그들을 말리기도 했다. 기어이 그 약속했던 사람 중의 하나는 펑크를 냈지만, 그 젊은이들은 행복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온갖 고생을 다하느라 - 차에서 자고, 배를 곯고, 길을 잃고 헤매고-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던 그들은 그러나 다녀오자마자 다시 가고 싶다며 그 시간들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 젊은이들 여섯 명도 그런 여행을 다녀왔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그들은 공항에서 처음 대면하고 바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놓치고 짐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독일에 도착한 그들은 그들의 집이 되어 줄 캠핑카와 감격적인 첫상봉을 한다. 차 안에서의 생활이라면 많이 답답할 듯 한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성인 여섯 명이 지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니 말이다. 그들은 그 차를 타고 북유럽의 아름다운 자연을 누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와 노르웨이의 광활하고 멋진 풍광과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은 공동의 생활을 꾸려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에서 한바탕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하고, 뭉크의 절규를 따라하기도 하고, 너무나 비싼 물가에 절망하며 그들이 돌아다닌 길은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했다.
그들에게 그 여행의 가치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북유럽을 여행한 것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의 조화와 지혜, 그리고 너그러운 배려를 더욱 깊이 느끼게 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전에 읽은 책에는 한 여성이 혼자서 캠퍼밴(그 책에서는 그렇게 칭하더라)을 빌려서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것을 보았다. 신의 선물같은 아름다운 곳에서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사무치게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좋을 그런 여행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가고 싶다. 다 큰 아이들이니 우리 넷으로도 캠핑카는 꽉 찰까?
124쪽 7째 줄 '오색 찬연'이라는 표현은 어쩐지 어색하다. '오색 찬란'이나, '고색 창연'이라고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