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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시간 - 아픈 마음 도닥이고, 힘든 일 보듬는
김경집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 (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멀리 가지 말아야 한다.
만약 멀리 가게 되면 반드시 일정한 방향이 있어야 한다."
<논어>(이인 편)
부모님이 내게 바라는 것은 세속적 성공이 아니라,
건강하게, 바라는 바 잃지도 잊지도 말고, 포기하지 않으며 쓰러지지 않고
제 뜻을 이루는 것뿐일 것입니다.
본문 45쪽
유명 소설가도 아닌 김경집 선생님의 책을 꼭 찾아 읽는 것은 선생님의 책에서 느껴지는 향기때문이다. 그 향은 은은한 묵향일 수도 있고, 맑은 차의 깊은 향일 수도 있다. 나이듦에 대한 단상이거나, 잊혀져가는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글이거나 이 책 <위로가 필요한 시간>처럼 건조한 가슴을 촉촉히 어루만지는 글이거나, 읽고 나면 가슴 깊은 곳에 보이지 않게 남아있다가 가을 바람에 하늘 한 번 쳐다볼 때 문득 떠오르는 그런 향이다. 평생을 공부하고 책을 읽고 가르치신 삶을 지키셔서일까?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곧게 가누게 하는 그러나, 준엄한 호통이 아닌 따스한 위로의 말과 같은 글들이 오래오래 남는다.
프롤로그에서 선생님은 "텅 빈 세상에 혼자 내팽겨쳐졌다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위로하는 여유와, 자신의 삶의 속살을 그대로 내보여주며 우리를 다독여주는 이들에게 고마음을 느끼고 살면, 조금은 사는 게 성긴 듯 밭지 않고, 밭은 듯 성기지 않을 것 같다"(프롤로그 9쪽)이야기 한다. 이 한 문장이 바로 이 책을 만든 이유일 것이다.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태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텔레비전 뉴스조차 보고 싶지 않고, 옆 집에서 나오는 저 사람이 옆 집의 주인인지 아닌지 조차 관심없을 때 우리는 이 책을 열어 볼 필요가 있다.
한 공기의 밥과 같고, 한 숨의 공기와 같은 우리 가족들에 대한 추억과,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있어줘서 생각만 해도 든든한 그 사람들에 대한 소회, 우리를 이 차가운 세상에서 버티게 하는 따듯한 향기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진정한 승리의 이야기들은 나의 삶을 성긴 듯 밭지 않게, 밭은 듯 성기지 않게 할 것임을 안다. 나 혼자만 이 세상에서 고통받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고 위로할 누군가가 내가 눈을 들어 바라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사는 게 실망스러울 때 아무 쪽이나 펼쳐 읽어볼 것이다. 때로는 살아있는 것조차 용기가 될 때가 있고,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면 그들을 사랑할 시간이 없다고 책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