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영화를 더 좋아했었다. 그때만 해도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거나 집에서 비디오로 볼 수 있었다. 동네마다 있던 비디오 대여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저녁에 퇴근할 때 슈퍼에서 맥주 한 캔 사고,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재미난 영화를 빌려서 들어가는 기분을 또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보고 싶은 영화가 아직 안 나왔을 때의 조바심과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빌려갔을 때의 억울함이란 지금은 생각도 못할 정도였다. 최신 영화일 경우 대여기간은 1박 2일이었고 대여료는 동네마다 달랐지만, 한 1500원에서 2000원 선이었던 기억이 난다. 가게마다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서 적립된 포인트만큼 서비스를 해 주기도 하고, 나처럼 자주 들르는 고객들은 주인과 가까워져서 가끔씩은 가게에 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 뒤로 영화를 보는 방법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이젠 ‘동네 비디오 대여점’은 ‘동네 사진 현상소’처럼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렸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그런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관심사나 생활 습관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영화를 보았고 사랑했고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다. 가끔씩은 그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기도 하면서 그 때의 느낌을 찾기도 하고, 젊은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혹은 느끼지 못했던 감상들을 깨닫기도 한다.

  이 소설 <시간 밖으로 달리다>를 보면서 영화 <트루먼쇼>를 떠올리는 것은 정말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영화 속 트루먼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에 생방송 되는 쇼의 일부였다. 그의 아내, 그의 평생의 친구 심지어 그의 부모까지도 모두 쇼를 위해 연기하는 배우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갖고 그 의문의 해답을 찾으려 할 때마다 그들은 그런 시도를 방해한다. 그러나 결국 트루먼은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트루먼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낯선 풍경과 문화에 당황하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트루먼의 몫으로 남겨야할 것이다. 그가 좌절을 딛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시간이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그 과정이 그에게는 삶일테니 말이다. 소설 속의 용감한 소녀 제시도 마찬가지다. 1840년 미국 클래프턴에 살고 있는 제시는 대장장이 아버지와 치료기술이 있는 상냥한 엄마와 언니, 동생들과 함께 산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은 좀 멍청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리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엄마를 도우면서 재미나게 살아간다. 마을의 친구들이 병에 걸려 학교에 안 나오기 전까지 엄마를 도와 밤에 마을 아이들을 치료하러 가는 일도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제시에게 어려운 부탁을 한다. 마을의 아이들이 걸린 병이 디프테리아인데 마을 밖에는 그 병을 치료할 약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깥 세상은 지금 1996년이라고 한다. 그들의 마을은 미국의 역사 복원 마을이고 부모님과 마을 어른들은 일부러 그 마을에 들어와 옛날식으로 생활을 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동안의 제시의 삶이 다 거짓의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받은 충격을 다스릴 틈도 없이 엄마는 제시더러 바같 세상에 나가 그들의 상황을 알리라고 한다. 제시가 엄마에게서 받은 것은 클리프턴 마을 건립을 반대했던 환경운동가 닐리씨의 전화번호였다. 엄마는 그가 보건국에 전화를 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클래프턴 마을의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로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제시의 두려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제시는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들과 동생을 병에서 구하려는 제시의 착한 마음이 용기를 주었다. 천신만고 끝에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은 했지만, 또 다른 난관과 위험이 제시를 기다린다.

  읽는 내내 제시가 되어서 함께 두려워하고 용기를 내면서 즐겁고 행복했다. 어린 소녀의 목숨을 건 행보는 고통스럽기만 했지만, 언니와 동생, 친구들과 부모님을 구하려는 따뜻한 마음은 제시에게 용기를 주고 지혜를 얻게 했다. 독특한 소재와 발상, 그리고 흥미로운 전개가 돋보인다. 오늘은 오랜 만에 <트루먼쇼>를 보고 싶다. 열 번을 보아도 도 흥미로운 그 영화에서 이번엔 또 어떤 새로움을 찾을 수 있을까? 제시와 트루먼은 또 어떻게 비슷하고 다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