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산
이명인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작가가 말하는 은밀한 유산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거짓으로 점철된 족보인가. 뼈대있는 가문의 장손 자리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깊이 남아있는 양반의식인가.

아니면 그래도 남은 것은 사랑인가.

 

이 소설은 두 집안간의 다툼으로 시작된다.
오래전 고라실에 자리잡은 불천지위 충숙공파의 연암 이가들이 그 한 집안이다.
뼈대있고 대대로 큰 벼슬을 한 갑족의 명문대가.
그 집안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찔러 궁핍한 형편에도 봉제사 접빈객에 소홀하지 않았으며 감히 향반인 주제에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너븐들의 김가들을 우습게 알았다.
비록 큰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알토란같은 집안을 이끌어가는 너븐들의 김씨네는 헛기침만하는  고라실 사람들을 비웃는다.


이 소설 의 제 1부는 이렇게 서로 혐오하는 두 집안의 젊은이들이 한일합병 시기를 살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경성에 나가 공부를 하는 두 집안의 자제들은 양반의 후예답게 나라를 구하려는 뜻을 같이하고 학생운동을 도모하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히고 그만 옥사하고 만다.
그 중 고라실의 종손인 정우는 너븐들의 딸 난설과 정혼을 하였으나, 혼사를 이루지 못한 채로 눈을 감고 말고 너븐들 역시 귀한 아들을 잃는다.
그 와중에 고라실 종부 백씨는 후사를 이으려는 욕심으로 너븐들의 보물 목각 원앙을 훔쳐내고 그 일은 비밀에 부쳐진다.
고라실은 점점 가세가 기울고 온 집안의 남정네들은 뿔뿔히 흩어져서 종가는 그대로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너븐들은 그 알토란같은 살림을 지켜낸다.

 

그리고 2007년.
너븐들의 종손인 현진은 종손인 처지라 장가도 못 간 채로 서울서 직장에 다니다가 블로그를 통해서 우연히 영인을 만난다.
알고보니 영인은  고라실의 후손이다.
고라실 마을 사람들은 영인의 등장으로 영인의 부자 아버지가 고라실의 종손임을 알게 된다.
영인과 현진은 끊어질 듯 사랑 놀음을 한다.
영인의 부자 아버지는 현진을 떼어놓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영인은 자기집 안방의 목각 원앙의 의미를 알고 싶어한다.
영인의 집에 목각원앙이 있을 줄은 몰랐던 현진은 그 이야기를 영인의 집안 이야기인 것처럼 전해주고 급기야 그 원앙 한마리가 고라실에 등장한다.

 

그리고 다시 3부.
정신없던 그 시절.
집안의 일을 돌보아 주던 공인 김몽득은 고라실의 후사를 잇기 위해서 자신의 사촌 누이를 고라실로 들여보내나 후사는 잇지 못한다.
김몽득이 원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한 양반의 족보이다.
아무리 돈이 말하는 세상이 온다해도 양반이어야 사람 행세를 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사촌 누이가 집안이 망하게 되었음을 알리자 집안의 족보를 훔쳐내어 자신의 아들을 고라실 이씨로 만든다.
그가 바로 영인의 조상이다.


그러니 그들은 실은 실제 그 집안의 후사가 아니다.

김몽득의 선택은 제대로인가.
남의 족보를 훔쳐서라도 되고 싶던 양반인가.


지금의 이 시대에서도 우리는 양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결국엔 자신의 후손이 고라실의 종손 노릇을 하게되었으니 김몽득의 선택은 정확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때로 등장하는 종가의 정갈한 장독대들이 느닷없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장독대를 깨끗이 닦아내었던 여인들의 손길도 함께 떠오른다.
집안을 위해서 살림을 단장하고 감정을 숨기고 때로는 여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면서도 그들은 당당했다라고 한다.
무엇이 그들을 당당하게 했을까.
대갓댁 마나님이라는 자부심일까?
온 집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기 때문일까?

 

많은 이야기를 한 권에 담으려는 마음때문이었는지 읽는 내내 줄거리를 따라다니는 느낌이었다.

읽으면서 숨이 찼다고 하면 과장일까?
저자는 어떤 유산을 은밀히 남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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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굶어도 스타일은 굶지 않는다 - 4억 소녀 김예진의 발칙한 상상 & 스타일
김예진 지음 / 콜로세움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마따나 표지가 참 스타일 난다.

여자들이 특히 깜빡 넘어가는 구두와 가방과 의상들이 작은 스티커 모양으로 줄지어 서서 나보고 쳐다보라고 한다.

어찌나 이쁜지 꼭 한 번 실물로 입어보고 싶다.

 

여자라면, 아니 요즘엔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잘 입고 싶어한다.
외출 할 때 스타일이 확 살게 멋지게 차리고 싶어한다.
왜 그럴까?
남의 눈에 잘 보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내 생각엔 자기 만족이다.
"나는 이렇게 멋지게 입어."
언제부턴인가 아마도 외모가 이 세상의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된 그 때부터 사람들은 더 많은 옷과 다양한 신발들을 필요로하게 되었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이미 골동품이다.

 

이 책 <밥은 굶어도 스타일은 굶지 않는다.>의 주인공이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흔히들 부르던 이름이 "4억 소녀"이다.
4억과 소녀라니 얼마나 어색한 조합인가.
그래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단지 옷을 좋아하는 그 소녀는 좋아하는 옷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았을 뿐인데 말이다.
자기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일까?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로 많은 악플과 안티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소녀라고는 부를 수 없는 숙녀가 되어서 우리 앞에 돌아왔다.
 이 책의 곳곳에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자랑스러움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더이상은 어린 소녀가 아니고 자신의 일을 당당히 이끌어 나가는 사업주이다.
가끔씩은 너무나 어린애처럼 보이는 그 사진 속의 얼굴들은 감출 수 없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연히 돈까지 따라와서 하고싶은 일을 더욱 크게 하게되다니 억세게 운도 좋은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이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을 지 눈에 선하다.

 

이 책의 처음부분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이 소개된다.
이 부분은 사실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의 직업이 학생들을 자주 접하는 직업이다보니 대다수의 아이들이 어떠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복장불량으로 교문 단속에 걸릴까봐 지각을 밥 먹듯하고, 입고 싶은 옷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걷는 아이의 모습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남의 집 빨랫줄에서 빨래를 걷어오고 어른스러운 복장을 한 채로 떡볶기 집을 드나드는 그녀들을 나는 결코 좋아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책에 묘사된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는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낸다.
어린 시절부터의 취미가 다른 아이들 옷 입는 것 보아주기였던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의 옷을 좋아하자 그것을 팔게된다.
물론 그 와중에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마음 고생을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녀가 선생님들의 진정한 마음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그녀에게 심어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행복하다해도 결국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없는 인생은 빈 껍데기이니까.

그녀가 또다시 세상을 향해서 자신을 내보이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열심히 팔 것이다.
그 곳에 자신의 삶의 목적이 있음을 이미 어린 시절에 파악했으므로 그녀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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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선캄브리아 시대의 진흙탕 속에서 노딜던 최초의 생명체 이래 명멸을 거듭했던 그 무수한 생물들에게 정말 심심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자와 소설가는 물론이고, 지금 이 책을 읽는 여러분 모두도 결국 그들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 450쪽

 

지금까지 읽었던 수 많은 문학 작품들이 순간 스쳐간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부터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 까지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소설들을 읽고 즐거워하기도 했고, 또 그중에는 인물을 분석하거나 작가의 문체적 특징을 규명하려는 노력까지도 했었다.

그 많은 책들에는 일관적인 흐름들이 있었다.

남녀, 부자, 부부, 친구와 고부 관계까지 다양한 인간관계들이 소설을 이루는 핵심축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주인공들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곤 했다.

마치 인간들의 행동과 심리에는 어떤 근원적인 원리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바로 이 책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에서는 그런 원리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문학에 있어 생물학적인 요소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요?" 물론 문학에는 다른 요소도 있다. 게다가 생물학은 문학을 즐기고 이해하는데 있어 '유일한' 열쇠도 아니다. 하지만 생물학도 열쇠는 열쇠다. 문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더 많은 문을 열어주고, 더 많은 접금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울러 보다 협소하게 고안된 다른 대안에 비해서는 보다 많은 것들을 시사해주는 일종의 곁쇠인 것이다.  본문 439쪽  

그렇다. 생물학이 문학을 해석하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인간은 한 가지의 학문으로 해석되는 그런 단순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아니므로 훨씬 더 많은 이유와 까닭이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그런 복잡한 인간을 이해하는데 큰 키워드를 제공한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전체가 10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 8개의 장을 할애하여 문학 속에서 보여지는 각 인물들의 행동과 그 근저의 심리를 분석하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귀납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오셀로로 대변되는 모든 남성들은 자신의 번식을 위해서 다른 남성들과 경쟁 관계에 돌입한다. ㄱ,ㄷ,ㄹ의; 경쟁관계는 폭력적이고 허풍스럽다. 이 경쟁에서 상위 서열을 차지한다는 것은 번식 접근성에서 상위 서열을 점령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진화의 성공확률이 상승하는 셈이다. 남성들은 스스로 자손을 출산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짝이 낳은 자손이 자신의 아이임을 확실하 하기 위해서 일부일처제를 고집한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일부일처제는 불합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바로 남성들의 질투는 이 유전자의 영속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셀로는 자신의 유전자를 순순하게 보존하려는 욕망에 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이 장에서 기억나는 작품은 프랭트 노리스의 <맥티규>이다.

한편 제인오스틴으로 대변되는 여성들은 이런 남성심리와는 반대로 자신의 진화를 위해서 앙혼을 하려는 투쟁을 한다. 외모, 성격, 돈으로 대변되는 유전자 개량의 조건을 갖기위해서 베넷가의 딸들은 빙리씨의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인오스틴의 강점은 그들의 능력을 주인공들이 나누는 재치있는 문답과 명석한 관찰과 통찰력 있는 한마디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바로 훌륭한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정신적 능력이고 성공적 자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의 증거라고 보는 것이다. 이디스 워튼이나 새커리의 작품들을 에로 들고 있다.

남성이 원하는 것은 제인의 경우와는 다르다. 위의 오셀로의 장에서 다룬 대로 남성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발전시킬 상대의 여성을 원한다. 더 젊고 건강한 상대를 고르고자하는 것은 모든 문화의 보편적 현상으로 남성들의 성모/ 창녀 콤플렉스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겠다. 솔 벨로 <험볼트의 선물>이 기억난다.

마담보바리의 난소 역시도 제인 오스틴과 다르지 않다. 여성들의 간통이 남성의 경우와 다르게 처벌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들로 하여금 자기자식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집착은 그들의 이기적일수밖에 없는 심리를 이타주의로까지 확장시킨다. 가족의 유대를 다루는 장에서 작가는 부모로서의 사랑은 진화적 매커니즘의 일부라는 표현을 한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보유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혈연의 경우에도 그렇다. 혈연을 향한 이타주의의 근원은 확대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문학작품 중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조리한 사건의 배후에는 혈연의 선택이 있다는 말로 설명된다. 여주인공의 이해할수없는 조카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그가 실은 숨겨둔 친자식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을 생물학적 감미로움이라고 한다.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을 예로 든다.

또한 신데렐라의 고초를 이해하는 열쇠도 여기에 있다. 진화는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질색한다. 전수되는 유전자의 주인이 아니므로 그 보상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남의 자녀를 향해서 부모로서의 열심을 품을 수 있다는 확신은 사회적 인습일 뿐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투쟁하는 한편 자신들의 복제를 선호한다는 장기간의 전통을 지닌 생물학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버라 킹솔버의 <콩나무>를 꼭 읽어보아야겠다.

부모 자식간의 갈등의 경우도 유전자의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기실 자식이 가진 유전자의 절반만이 나의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공유된 유전자가 공통된 이득을 낳듯이 공유되지 않은 유전자는 상충되는 원칙과 노골적인 갈등을 낳는다. 이기적이고 요구사항이 많은 부모를 지니는 것은 끔찍한 고통으로 표현된다. 이미 읽어서 가슴에 남는 라우라 이스키벨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지니는 호혜적 이타주의에 대해서도 작가는 꼬집는다.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에서 보답을 위한 베풂만을 주기 때문이다. 돌아올 것이 있을 때 우리는 베푼다. 그것이 아주 먼 후일의 일이라도. 인간은 아주 오래 살기 때문이다. 레베카 웰스의 ,야야시스터스의 신성한 비밀>에서 우리는 여성들의 호혜적 이타주의의 대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굉장히 두꺼운 책이고 또 그 내용 또한 방대하다.

예로 든 작품의 수만해도 너무도 엄청나서 나의 독서 기록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을 예로 들면서 생물학적 이론으로 해석해준다. 문학 뿐만 아니라 음악과 영화에 대한 저자의 박식과 너무도 날카롭고 적절한 패러디와 위트는 결코 쉽지않은 이 책을 재미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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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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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치즈, 스마일~"

이 구호가 생각난다.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 미소를 팬암 미소라고 한단다.

흔히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할 때, 입으로만 웃음 짓는 이 팬암 미소는 가짜 미소이다.

이것을 밝힌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은?

여름에 태어난 사람들은 정말 더 행운이 있을까?

13일에 금요일이면 정말 운수가 사나울까?

우리는 늘 이런 사소하지만 답을 알수없는 의문들을 갖고 살지만, 그 해답을 찾으려고 애를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 이사람들은 정말로 적극적이다.

그 많은 돈과 시간과 사람들을 동원해서 다들 궁금해하지만 썩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의문들의 답을 찾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심리학자이자 프로 마술사이다.

어린 시절 마술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최연소 <마법 써클>의 회원이 된 리처드 와이즈먼은 대중들이 그의 마술에 속는 것을 보고 심리학을 공부하기에 이르렀고 지금까지도 속임수의 심리학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그칠 줄 모르고 기묘한 대중심리를 연구하고 있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 <괴짜 심리학>은 너무나 엉뚱하고 기발한 실험들의 과정과 그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1장은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별자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주팔자-의 진실을 실험하는 데서는 폭소를 금할 길이 없다.

흔히들 우리도 점집에 가면 용하다고들하는데, 기실 그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한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별자리에 대해 기대는 정도는 우리가 무당에 기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이지만, 사실 점성술사들은 대다수가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한단다.

동서양의 일맥상통인가?

2장은 거짓말과 속임수에 대한 심리학이다.

앞서 말한 팬암미소 실험이 여기서 등장한다.

사람들이 진짜로 웃을 때는 눈의 근육이 움직이다.

이 장에서는 한 사람의 두 미소를 두고 그 진위를 구분하게 하는 내용이 나온다.

가족들과 실험을 해 보았더니, 남자들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이 가짜 미소를 더 자주 지어서일까?

이 장을 읽은 후로는 억지로 웃어야할 경우에 나도 모르게 눈의 근육에 신경이 쓰인다.

3장은 미신과 초자연의 심리학이다.

작은 세상 실험이 기억이 난다.

미국같은  큰나라에서도 단지 6명만 통과하면 소포가 전달된다니, 얼마나 신기한가.

그러니 우리같이 진짜 작은 나라에서는 두세명만 건너면 친척일 것이다.

또 하나 사람들은 학살자의 깨끗한 스웨터보다는 개똥 묻은 더러운 스웨터를 고른다는 사실이다. 의미심장한 결과이다.

4장은 암시와 선택의 심리학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영향을 주는 갖가지 암시들의 효과를 파헤치는 이 실험들은 광고에 대해 늘 의심을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퍽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5장은 유머에 대해서 다룬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농담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그리고 마지막 6장은 인간의 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학으로 전 세계 도시의 친절도와 생활 속도들을 측정하는 실험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내밀한 속셈들을 드러내는 이 6장의 실험들이 가장 관심이 있었다.

그 결과 드러나는 인간 심리의 적나라한 실상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허위와 위선으로 우리를 무장하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까발린다.

특히 인구가 과밀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남을 돕는데 인색하다.

생활의 흐름이 빠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심리들이 작용하겠지만, 그들은 주차된 자동차에서 가족 단위로 물건을 훔치는 일도 불사하고 길을 건너는데 애를 먹는 시각 장애인을 돕는데도 인색하다.

거스름돈을 잘못 주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른체 돈을 받아간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안했다.

혹시 누군가가 나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을 내가 읽게 된 이유도 혹시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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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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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나는 라틴 아메리카,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잉카나 마야나 아즈텍과 내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쩐지 그 곳의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없는 설움 같은 것들이 왈칵 몰려나왔고,

그 쪽의 의상이나 소품들을 보면 감촉을 느끼고 싶었으며,

그들의 문학은 나로하여금 피가 뛰놀게 했고, 그들의 색채는 나의 감성을 일깨웠다.

학창 시절 <엘 콘도르 파사>는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악이었다.

우연히 전생을 검색하는 사이트의 결과를 보니 나는 전생에 아즈텍의 전사였단다.

그러면 그렇지. 그곳은 나의 정신의 고향이다.

 

화가 <김병종의 라틴 화첩 기행>은 정말로 딱 맞는 주인의 손에 안기게 된 것이다.

그림 못지않은 문재를 지녔다는 김병종님의 글과 그림을 이번에 처음 만났다.

이 책 <김병종의 라틴 화첩 기행>은 그가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일기같았다.

나는 이 책에서 많은 화가와 혁명각와 소설가와 시인과 연주가를 만났다.

경이로운 색채의 그림을 함께 감사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나의 눈과 마음은 큰 호강을 한 셈이다.

 

우선 그는 쿠바를 향한다.

아바나! 쿠바리듬과 아름다운 여인들과 시가가 잇는 그 곳에서 그는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연주를 감상할 행운을 얻는다. 호텔 콜리의 경건한 식탁에서 그는 물질의 풍요로움이 그리고 입의 사치가 영혼을 흐리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쿠바의 아바나에는 호텔 암보스문도스가 있다. 그 곳 511호에서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고 한다. 아바나는 체게바라와 헤밍웨이의 도시인가 보다. 아니, 그가 헤밍웨이를 찾아다녔는지도 모를 일이다. 카페 프로리디타, 보데기타 델 메디오에서 <노인과 바다>의 코히마르, 헤밍웨이의 별장 핑카 비히아까지 그는 훼밍웨이의 자취를 따른다. 가장 마초적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여린 심성을 가졌을 헤밍웨이는 쿠바의 성격과 묘하게 닮았다.

체게바라와 호세 마르티와 트로피카나와 말레콘까지, 그는 내가 쿠바에 가면 꼭 보아야할 것들을 미리 보여준다.

 

디에고와 칼로의 멕시코.

벽화로 유명한 디에고는 그의 아내 프리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지만 그녀 프리다 칼로는 그의 모습을 이마에 새길 정도로 그들은 하나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푸른 색의 프리다의 집과 피둥피둥한 디에고의 자화상과 마리아치 밴드와 푸엔테스가 있는 나라 멕시코를 그는 푸른 색의 바다로 표현한다.

 

아르헨티나.

우리나라와는 지구의 정반대라는 그 나라.

부에노스아이레스, 좋은 공기의 도시, 남미의 파리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수 많은 예술가들이 스쳐갈 때는 무엇인가가 있겠지.

보르헤스와 에바 페론의 무덤이 있는 레골레타를 안내하고 육체로 쓰는 시 탱고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가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라 보카. 탱고의 태생지라는 그 곳.

거리 전체가 설치 미술같은 색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라 보카를 꼭 가보리라.

 

삼바의 브라질과 일 포스티노를 연상케하는 네루다의 나라 칠레를 여행하고 그는 새들도 가서 죽는다는 페루에 갔다.

내 영혼의 고향인 마추픽추와 세계의 배꼽 쿠스코에서 만난 아름다운 눈동자의 아이들. 

그리고 날마다 죽는 사제를 만나 곳 리마.

짙은 바다 안개가 문을 닫아도 슬며시 들어와 가슴을 채운다는 그 곳에서 로맹가리가 만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리마 북쪽 10킬로미터는 로맹가리가 가고 싶어하던 그 곳일까?

 

책 전체에서 느껴지는 음악, 미술, 문학에 대한 광대한 지식과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힘에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 느껴지는 책이었다.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의 안목을 더욱 넓히고 더욱 많은 것을 만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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