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밤이다.
나는 눈을 감고 있다.
멀리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코 끝엔 향기로운 밤공기 냄새가 스친다.
볼을 타고 흐르는 부드러운 밤바람은 지금이 봄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어디선가 들리는 낮은 음악 소리는 기분 좋은 느낌으로 나를 감싼다.
그리고 나는 숲의 한가운데에 있다.
나뭇잎이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인사를 하는가보다.

이윽고 루크의 연주가 시작된다.
작곡가는 누군지 알 수 없다. 들어본 적은 없는 곡이다.
부드럽게 감싸는 피아노의 선율이 이 곡은 그리움이나 탄식의 노래가 아니라 행복을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루크가 매튜를 위해서 만든 노래다.

 

흔히들 이런 그림은 시를 읽었을 때 많이 떠오른다.
그러나 몇 시간에 걸쳐서 이 책 <스타시커>를 읽고 난 지금 나의 마음 속에 가득히 떠오른다.
나는 이 영상을 눈과 귀와 손과 코로 느낀다.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던 한 소년의 성장기인 이 소설은 음악과 아름답고 신비한 심상들로 가득해서 마치 한편의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는 인간과 자연과 음악에 대한 사랑은 이 소설이 참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소리들이 있지만, 그것을 다 들을 수는 없다고 한다.
내가 모르는 소리가 지금 내 주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조차 없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루크에게는 피아노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로 음악을 만들던 어거스트가 떠오른다.
루크 역시 어거스트 못지 않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버지는 죽고  동네의 불량배들과 어울리지만 루크의 마음은 불편하다.
게다가 엄마에게는 새 애인이 생겼다. 그 아저씨가 밉기만 하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루크에게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한다.
바로 리틀부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보석상자를 훔치자는 것이다.
천성적으로 곱고 예민한 마음을 가진 루크는 그 일리 내키지 않지만, 자꾸만 들리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그 집에 들어가고 그 곳에 어린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런 이유로 그랜지 저택에 출입하게 된 루크.
감춰야하는 비밀들이 많아지고 스킨에게 협박을 당하면서 루크는 괴로워한다.
그러면서도 눈이 안 보이는 꼬마 나탈리를 위해서 연주를 하고, 아버지가 자기에게 연주해주던 그 아름다운 음악을 찾아내게 된다.

 

루크는 언제나 많은 소리들을 듣고, 또 소리를 색깔로 느낀다.
그리고 그의 그림과 음악이 찾아가는 그 곳엔 오각형의 별이 있다.
그 별의 다른 이름은 아마도 "행복"이리라.
루크가 소망하는 것은 모두가, 엄마와 아빠와 사랑하는 친구 마란다와 발리와 리틀부인, 그리고 다른 모두가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크 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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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재미난 소설의 유형을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이 추리 소설을 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숨막히는 전개와 조마조마한 범인 밝히기.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과 정신병적 상태들이 추리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소설이 시간의 흐름대로 구성되어지지만 추리 소설만큼은 시간 순서와 역순으로 구성되어야한다.
먼저 사건이 벌아진다. 물론 살인 사건이다.
그리고 뛰어난 탐정이 나타난다.
대부분은 유명한 탐정이지만 때로는 아주 의외의 인물이 범인을 밝히기도 한다.
바로 이 소설이 그렇다.
진범을 찾아내는 사람이 70이 넘은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탐정으로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스 미플이 있다.
영구의 한 작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살인 사건을 마플 여사는 뜨게질감에서 손을 놓지도 않고서 풀어간다.
이 소설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그 미스 마플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한다.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오마주(hommage)란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이다.
바로 이 소설의 글래디 골드는 새로 태어난 미스 마플인 것이다.
따뜻하다 못해서 너무 더운 플로리다의 한 노인 아파트에서 셀마가 죽는다.
바로 생일 전날 그녀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다가 죽는다. 다들 심장마비로 생각한다.
그리고 한달 후 이번에는 글래디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 프랜시가 죽는다. 역시나 사인은 심장마비.

글래디 여사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슬퍼하다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둘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많은 것이다. 전직 뉴욕 도서관의 사서이며 추리 소설의 애독가인 글래디의 육감에 경고가 들어온 것.
의심을 하면서 주위를 관찰하나 푼수떼기 할머니들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야 말고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 듯 싶던 중, 아파트의 미친 여자 크롱크마저 살해 당한다.
글래디는 확신한다.
누군가가 할머니들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럴까?
살해의 동기를 찾지 못하는 이상 범인을 찾기는 어렵다.

에스더를 죽이려는 대니를 발견하면서 사건은 해결릐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지만, 글래디는 어딘지 이상하다는 느낌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대다수는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명탐정은 거기서 의심을 품는다.
바로 범인보다는 한수 위에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들은 범인을 밝히고야 만다.

 

흥미로운 구성이다.
추리소설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래서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손에서 내려놓기가 힘들다. 그러나 다 읽고 나면 범인이 밝혀져서 후련하기 보다는 한숨이 나온다.
인간들의 너절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한 때 너무나 빠져있던 미스 마플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아서 참으로 반가웠다.
다시 글래디 여사를 만나고 싶다.
"미스 골드, 우리집에 데려온 집 잃은 강아지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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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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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유난히 사랑하던 나는 누구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이 참 불편하다.

혹시나 이 소중한 책을 이 사람이 허술하게 다루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도 되고,

행여나 이이가 책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불안하며

결국에는 이 책을 다시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선물이 왔다.
알고 지내던 이가 타지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여 책값때문에 집안 형편이 펼 날이 없다는 사람이었다.
어쩔수 없는 일로 이사를 하면서 그는 내게 책을 한가득 보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로만 골라서......
이사를 하면서도 항상 책을 꼭꼭 싸서 다니느라 이사비용이 항상 초과되는 나.
늘 많은 책들로 어지러진 집을 보면서도 그리고 가끔씩은 이미 집에 있는 책을 또 사는 일이 생기면서도 책을 나눌 줄 모르던 나는 부끄럽기가 짝이 없었다.
사실 뜻하지 않은 책 선물에 신나는 게 먼저이고.

 

그 중에 티베트에 관한 책들이 몇 권 있었다.
평소 티베트에 관심이 있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아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유로 그 책들은 좋은 기회가 되었다.
티베트의 역사, 티베트의 경치, 티베트의 음식까지.
나는 그 뒤로 더욱 티베트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서 읽게 되었고, 이제 티베트엘 다녀오지만 않았을 뿐이지 티베트에 관해서는 나도 한 마디쯤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딜라이 라마'인지 '달라이 라마'인지 조차 가끔 혼동하던 난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드디어 이 책 <열병>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흰색으로 심플한 겉표지를 벗기면 화려한 티베트의 건축물을 가까이 찍은 사진의 속표지가 있다. 그야말로 티베트스러운 색감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동행을 했던 어떤 이.
그는 다른 곳을 둘러서 가겠다고 저자와 헤어졌고 이메일로 연락하기로 했으나, 그의 이메일 계정은 3개월간 로그인 하지 않아서 폐쇄가 되었다.
답답해서 떠나올 수 밖에 없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 책은 시작되고 있다.
두 차례 티베트를 방문한 저자는 티베트에 대한 열정과 정성을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았다.
1부는 '라싸를 향하여'라는 제목이다.
이 제목은 내게 티베트에 대한 관심을 처음 갖게 한 책의 제목과 같다.
라싸.
티베트의 수도인 그 곳엔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위대한 건축물 포탈라궁이 있다.
딜라이 라마의 겨울 궁전인 그 곳은 가득히 피워 놓은 버터 등잔의 열기와 냄새와 그을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원의 코라를 끊임없이 돌면서 부처에게 간구하는 티베트인들이 있다.
자연광으로만 조명을 써서 사원 안에서는 촬영이 어려운 그 곳이다. 거기에 편지를 받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들. 주소를 달라니 "티베트 팅그리"라는 주소를 쓰는 그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의 순수함은 거칠지만 아름답고 솔직한 그들의 자연과 닮아있다.
2부는 '카일라스를 향하여'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티베트를 다시 찾게되는 계기는 티베트인들의 성지 카일라스를 방문하고자 였다.
그는 오로지 카일라스를 찾기 위해서 새로 팀을 꾸리고 그곳에서 원을 푼다.
어느 때는 노숙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행인 이국의 여성과의 트러블로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티베트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온 몸으로 티베트와의 이별을 견뎌낸 것이다.
이불을 세겹이나 묶고 끈으로 몸을 압박하면서 그가 티베트에 두고 온 미련은 무엇일까.

 

이 책 <열병>은 나를 달뜨게 한다.
생생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한 이 책은 이젠 곧 나를 티베트로 데려갈 것이다.
특히 맑은 하늘과 그 하늘의 구름까지도 그대로 담아내는 남쵸 호수가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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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 횡단기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땅
윌리엄 랑게비쉐 지음, 박미영 옮김 / 크림슨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사막에서 보면 모래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단다.

어제는 마을이었던 그 곳이 내일은 모래 언덕이 되어 버린다는 그 곳.

모래들은 기다란 산맥을 만들어 꿈틀거리며 전진한다.

그러니, 모래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어한다고 말할만도 하다.

모래들은 그토록 온몸을 뒤채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하찮은 인간들의 무모한 도전 앞에서 모래들의 코웃음이 들린다.

 

저자 랑게비쉐는 미국의 기자다.

그는 단지 사막 가까이 가고 싶은 이유로 사하라를 횡단한다.

그가 간 길은 아프리카 북쪽 알제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향한다.

알제리를 나와서 니제르 도곤두치와 니아메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고 말리와 모리타니아를 지나 세네갈에서 끝난다.

그 길을 그는 비행기가 아니라 육로로 가기로 결심한다.

사막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이다.

정치적인 어떤 이유로 미국인 기자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작가도 되고 과학자도 된다.

현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사파리 버스 - 트럭을 개조한 -의 대추야자 자루 위에서 덜컹거리고 찌는 듯한 더위에 모래 폭풍을 맞으며 그는 앞을 향해서 전진한다.

모래가 서걱이는 빵을 먹고 전갈을 털어내고 잠자리에 들면서 그는 그들의 열악한 사정에 동정심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미국을 향한 이유없는 친근감을 보이는 사람들과 프랑스인을 욕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손으로 밥을 먹기도 한다.

그가 만난 것은 서구 열강의 약탈에 찌들고 자기들끼리의 정치 놀음에 희생되는 아프리카 사람들 뿐이 아니다.

그는 더러운 강물이라도 길어서 차를 대접하는 기품있는 흑인 뱃사공을 만나고 불구가 된 남편과 네 아이를 거두는 씩씩한 말리카를 만난다.

덥기만하고 먹을 것도 물도 부족한 그 곳, 사하라.

 

랑게비쉐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거기서 아프리카 여성들을 보았다.

피부의 색깔로 차별받고 여자라서 차별받는 이중의 차별로 고립된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이 눈물처럼  나를 흔든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도 없고 친척집에도 남편의 하락으로 가야하는 여성들.
농사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해야하는 그녀들.
찌는듯한 더위에도 손과 발을 가리려고 스키 장갑과 털양말을 신고서 차안에서도 내릴 줄 모르는 여자들.

그 여자들의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는 남자들의 모습.
그들은 차안의 여성들이 덥지 않을까 걱정하는 랑게비쉐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슬람의 진정한 여성상은 너무도 귀중해서 보호받는 존재인 것을 잘못된 종교의 힘은 아프리카의 소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낙타와 교환을 하며 가출을 유도한다.

 

랑게비쉐는 이 긴 사막횡단을 어떤 마음으로 견딘 것일까.
스스로 원하는 일이었다 해도 그것은 종교적 해탈을 이루기 위한 고행에 다름이 아닐진대, 그가 원하는 득도는 무엇인가.

인샬라.
그것이 그의 깨달음인가.




사막에서 보면 모래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단다.

어제는 마을이었던 그 곳이 내일은 모래 언덕이 되어 버린다는 그 곳.

모래들은 기다란 산맥을 만들어 꿈틀거리며 전진한다.

그러니, 모래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어한다고 말할만도 하다.

모래들은 그토록 온몸을 뒤채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하찮은 인간들의 무모한 도전 앞에서 모래들의 코웃음이 들린다.

 

저자 랑게비쉐는 미국의 기자다.

그는 단지 사막 가까이 가고 싶은 이유로 사하라를 횡단한다.

그가 간 길은 아프리카 북쪽 알제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향한다.

알제리를 나와서 니제르 도곤두치와 니아메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고 말리와 모리타니아를 지나 세네갈에서 끝난다.

그 길을 그는 비행기가 아니라 육로로 가기로 결심한다.

사막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이다.

정치적인 어떤 이유로 미국인 기자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작가도 되고 과학자도 된다.

현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사파리 버스 - 트럭을 개조한 -의 대추야자 자루 위에서 덜컹거리고 찌는 듯한 더위에 모래 폭풍을 맞으며 그는 앞을 향해서 전진한다.

모래가 서걱이는 빵을 먹고 전갈을 털어내고 잠자리에 들면서 그는 그들의 열악한 사정에 동정심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미국을 향한 이유없는 친근감을 보이는 사람들과 프랑스인을 욕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손으로 밥을 먹기도 한다.

그가 만난 것은 서구 열강의 약탈에 찌들고 자기들끼리의 정치 놀음에 희생되는 아프리카 사람들 뿐이 아니다.

그는 더러운 강물이라도 길어서 차를 대접하는 기품있는 흑인 뱃사공을 만나고 불구가 된 남편과 네 아이를 거두는 씩씩한 말리카를 만난다.

덥기만하고 먹을 것도 물도 부족한 그 곳, 사하라.

 

랑게비쉐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거기서 아프리카 여성들을 보았다.

피부의 색깔로 차별받고 여자라서 차별받는 이중의 차별로 고립된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이 눈물처럼  나를 흔든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도 없고 친척집에도 남편의 하락으로 가야하는 여성들.
농사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해야하는 그녀들.
찌는듯한 더위에도 손과 발을 가리려고 스키 장갑과 털양말을 신고서 차안에서도 내릴 줄 모르는 여자들.

그 여자들의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는 남자들의 모습.
그들은 차안의 여성들이 덥지 않을까 걱정하는 랑게비쉐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슬람의 진정한 여성상은 너무도 귀중해서 보호받는 존재인 것을 잘못된 종교의 힘은 아프리카의 소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낙타와 교환을 하며 가출을 유도한다.

 

랑게비쉐는 이 긴 사막횡단을 어떤 마음으로 견딘 것일까.
스스로 원하는 일이었다 해도 그것은 종교적 해탈을 이루기 위한 고행에 다름이 아닐진대, 그가 원하는 득도는 무엇인가.

인샬라.
그것이 그의 깨달음인가.





사막에서 보면 모래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단다.

어제는 마을이었던 그 곳이 내일은 모래 언덕이 되어 버린다는 그 곳.

모래들은 기다란 산맥을 만들어 꿈틀거리며 전진한다.

그러니, 모래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어한다고 말할만도 하다.

모래들은 그토록 온몸을 뒤채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하찮은 인간들의 무모한 도전 앞에서 모래들의 코웃음이 들린다.

 

저자 랑게비쉐는 미국의 기자다.

그는 단지 사막 가까이 가고 싶은 이유로 사하라를 횡단한다.

그가 간 길은 아프리카 북쪽 알제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향한다.

알제리를 나와서 니제르 도곤두치와 니아메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고 말리와 모리타니아를 지나 세네갈에서 끝난다.

그 길을 그는 비행기가 아니라 육로로 가기로 결심한다.

사막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이다.

정치적인 어떤 이유로 미국인 기자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작가도 되고 과학자도 된다.

현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사파리 버스 - 트럭을 개조한 -의 대추야자 자루 위에서 덜컹거리고 찌는 듯한 더위에 모래 폭풍을 맞으며 그는 앞을 향해서 전진한다.

모래가 서걱이는 빵을 먹고 전갈을 털어내고 잠자리에 들면서 그는 그들의 열악한 사정에 동정심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미국을 향한 이유없는 친근감을 보이는 사람들과 프랑스인을 욕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손으로 밥을 먹기도 한다.

그가 만난 것은 서구 열강의 약탈에 찌들고 자기들끼리의 정치 놀음에 희생되는 아프리카 사람들 뿐이 아니다.

그는 더러운 강물이라도 길어서 차를 대접하는 기품있는 흑인 뱃사공을 만나고 불구가 된 남편과 네 아이를 거두는 씩씩한 말리카를 만난다.

덥기만하고 먹을 것도 물도 부족한 그 곳, 사하라.

 

랑게비쉐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거기서 아프리카 여성들을 보았다.

피부의 색깔로 차별받고 여자라서 차별받는 이중의 차별로 고립된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이 눈물처럼  나를 흔든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도 없고 친척집에도 남편의 하락으로 가야하는 여성들.
농사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해야하는 그녀들.
찌는듯한 더위에도 손과 발을 가리려고 스키 장갑과 털양말을 신고서 차안에서도 내릴 줄 모르는 여자들.

그 여자들의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는 남자들의 모습.
그들은 차안의 여성들이 덥지 않을까 걱정하는 랑게비쉐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슬람의 진정한 여성상은 너무도 귀중해서 보호받는 존재인 것을 잘못된 종교의 힘은 아프리카의 소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낙타와 교환을 하며 가출을 유도한다.

 

랑게비쉐는 이 긴 사막횡단을 어떤 마음으로 견딘 것일까.
스스로 원하는 일이었다 해도 그것은 종교적 해탈을 이루기 위한 고행에 다름이 아닐진대, 그가 원하는 득도는 무엇인가.

인샬라.
그것이 그의 깨달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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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부터 보던 영화는 대부분이 외국 영화였다.

내가 본 대부분의 영화에는 끝부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에는 꼭 나오는 한글 자막이 있다.

"번역 - 이미도"

그래서인지 그 이름은 너무도 귀에 익숙하다.
그의 말투, 그의 취향을 이미 알고 있는듯 느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새로 알게된 것이라면 그가 남자라는 것!!

우리에겐 흔히 번역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영어 강의도 하고 - 영어 자막을 번역하는 사람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작가이기도 하고 출판일을 하기도 한단다.

번역으로 유명한 몇몇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자신만의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다.

또한 그들은 번역의 고통을 반역이라는 이름으로 호소하기도 하고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가라면 자기 맘대로 고치거나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도 번역자는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리를 묶어놓고 근사한 축구 경기를 바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얘기, 관심만 있는 영어 얘기, 그리고 우리의 화두 인생 이야기.

영화쟁이 답게 그는 각 장마다 예고편을 달아놓았다.
예고를 영어로는 Trailer라고 한단다. NG가 아니라.
예고편에서는 앞으로 할 본편의 이야기를 맛보기로 알려준다.


1부 영화얘기에서 그는 번역가로서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에피소드로 털어놓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의 에피소드에서 골라내는 것이 영화광인 내게는 너무나 친절한 미도씨인 것이다.
욕을 번역하면서 느끼는 아슬아슬함과 성공의 비밀코드에 대한 자신의 단상들을 풀어내면서도 그는 각각의 영어 단어를 뒤에 원문으로 달아놓는 수고를 잊지 않는다.
2부에서는 영어를 사랑하는 그가 살아있는 생생한 영어로 만드는 맛있는 영어요리를 제공한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서 세계적인 CEO의 인생철학까지 그의 관심의 세계는 반경이 너무 넓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스티븐 잡스의 말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라는 제목을 가진 글의 한 부분이다.

여러분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생각대로 사는,
그런 도그마에 갇히지 마십시오.
자기 내면의 목소리, 용기, 직관을 위축시키는
다른 사람의 요란한 의견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지금 이 순간 내게 이처럼 더 가슴을 울리는 말이 있을까 싶다.
나의 시간과 나의 노력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3부는 인생예찬이다.
사랑, 선택과 시간, 기적, 자살, 역경, 시련, 위로, 격려, 두려움, 모과 마음의 양식, 서비스 정신에 관한 자신의 경험담들을 이야기하며 그의 인생솬을 알기 숩게 전달한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이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중 책을 좋아하는 내게 하는 이야기인듯한 구절이 있다.
영화 <라따뚜이>를 패러디한

"You are what you eat! "
 ->You are what you read!"

그렇다. 무엇을 읽느냐가 곧 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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