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유난히 사랑하던 나는 누구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이 참 불편하다. 혹시나 이 소중한 책을 이 사람이 허술하게 다루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도 되고, 행여나 이이가 책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불안하며 결국에는 이 책을 다시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선물이 왔다. 알고 지내던 이가 타지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여 책값때문에 집안 형편이 펼 날이 없다는 사람이었다. 어쩔수 없는 일로 이사를 하면서 그는 내게 책을 한가득 보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로만 골라서...... 이사를 하면서도 항상 책을 꼭꼭 싸서 다니느라 이사비용이 항상 초과되는 나. 늘 많은 책들로 어지러진 집을 보면서도 그리고 가끔씩은 이미 집에 있는 책을 또 사는 일이 생기면서도 책을 나눌 줄 모르던 나는 부끄럽기가 짝이 없었다. 사실 뜻하지 않은 책 선물에 신나는 게 먼저이고. 그 중에 티베트에 관한 책들이 몇 권 있었다. 평소 티베트에 관심이 있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아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유로 그 책들은 좋은 기회가 되었다. 티베트의 역사, 티베트의 경치, 티베트의 음식까지. 나는 그 뒤로 더욱 티베트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서 읽게 되었고, 이제 티베트엘 다녀오지만 않았을 뿐이지 티베트에 관해서는 나도 한 마디쯤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딜라이 라마'인지 '달라이 라마'인지 조차 가끔 혼동하던 난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드디어 이 책 <열병>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흰색으로 심플한 겉표지를 벗기면 화려한 티베트의 건축물을 가까이 찍은 사진의 속표지가 있다. 그야말로 티베트스러운 색감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동행을 했던 어떤 이. 그는 다른 곳을 둘러서 가겠다고 저자와 헤어졌고 이메일로 연락하기로 했으나, 그의 이메일 계정은 3개월간 로그인 하지 않아서 폐쇄가 되었다. 답답해서 떠나올 수 밖에 없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 책은 시작되고 있다. 두 차례 티베트를 방문한 저자는 티베트에 대한 열정과 정성을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았다. 1부는 '라싸를 향하여'라는 제목이다. 이 제목은 내게 티베트에 대한 관심을 처음 갖게 한 책의 제목과 같다. 라싸. 티베트의 수도인 그 곳엔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위대한 건축물 포탈라궁이 있다. 딜라이 라마의 겨울 궁전인 그 곳은 가득히 피워 놓은 버터 등잔의 열기와 냄새와 그을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원의 코라를 끊임없이 돌면서 부처에게 간구하는 티베트인들이 있다. 자연광으로만 조명을 써서 사원 안에서는 촬영이 어려운 그 곳이다. 거기에 편지를 받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들. 주소를 달라니 "티베트 팅그리"라는 주소를 쓰는 그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의 순수함은 거칠지만 아름답고 솔직한 그들의 자연과 닮아있다. 2부는 '카일라스를 향하여'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티베트를 다시 찾게되는 계기는 티베트인들의 성지 카일라스를 방문하고자 였다. 그는 오로지 카일라스를 찾기 위해서 새로 팀을 꾸리고 그곳에서 원을 푼다. 어느 때는 노숙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행인 이국의 여성과의 트러블로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티베트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온 몸으로 티베트와의 이별을 견뎌낸 것이다. 이불을 세겹이나 묶고 끈으로 몸을 압박하면서 그가 티베트에 두고 온 미련은 무엇일까. 이 책 <열병>은 나를 달뜨게 한다. 생생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한 이 책은 이젠 곧 나를 티베트로 데려갈 것이다. 특히 맑은 하늘과 그 하늘의 구름까지도 그대로 담아내는 남쵸 호수가 자꾸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