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후반부가 좀 넘 급히 대충 마무리된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책도 비슷하구나. 그래도 좋았다. 상황을 더 충실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뤄즈가 성하이난을 사랑하는 건 아무도 모른다. 여주가 펑펑 울면서 눈물 가득한 얼굴로 옥상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낙서하던 장면을 좋아한다. 짝사랑 해본 사람은 누구라도 이 책 또는 드라마의 여주 마음을 따라가며 안타까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반복해서 볼 정도로 홀딱 빠졌다(첫번째 버전). 이번에 영화가 나온다고 해서 생각난 김에 혹시 몰라 책을 찾아봤더니 책이 있어서 넘 기뻤다. 드라마랑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분위기와 전개, 그리고 같은 무게의 감동을 준다. 드라마 보기 전에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 읽으면서 계속 드라마 속 배우들이 떠올라 내 마음 속 나만의 뤄즈와 성화이난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물리학자가 쓴 책을 읽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가지기는 처음이다. 김상욱 교수의 책은 예전에도 좀 읽었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문송“한 사람이라 넘 어려워서 쩔쩔맸던 기억이 있다. 문대통령님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이 감동적인 순간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내용이 좋을 뿐 아니라 문장도 사뭇 아름답고 유려하다. 물리학자가 이렇게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면, 나 같은 문과생은 어디 가서 뭘 비벼야 하나 자괴감 같은 게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읽은 유시민의 책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지식소매상의 책과 지식생산자의 책은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김상욱 교수처럼 그 지식을 이렇게 쉽고 아름다운 글로 풀어내는 능력까지 갖추었다면, 지식소매상으로서는 자타공인 최고의 가치를 인정 받던 천하의 유시민도 여기 어깨를 견줄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여유로운 날, 날씨는 좋아 눈부신 햇살이 베란다 창 가득 들어오는 거실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지식과 지성의 아름다운 향연, 넘치게 즐겼다. 기분 좋은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