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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아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모파상의 소설은 어릴 적 그 유명한 '목걸이' 류의 단편 몇 개 외에, 장편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19세기 프랑스 사회 특히 그 상류층의 생활에 관한 상세한 묘사가 흥미롭다. 이런 소설이 좋다. 이게 진정한 소설의 힘이 아닌가.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시대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대단한 힘.
재미있는 건, 소설 초반부의 일화. 주인공 조르주가 옛 동료와 우연히 길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주는 만남을 하게 되는데, 그때 조르주의 동료에 대한 묘사가 이렇다. '태도며 말씨, 복장이 어울리고, 자신이 넘쳤으며,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도 나와 있었다.', '옛날의 그는 마르고 홀쭉하고 민첩했으며 덜렁대서 접시만 깨뜨리고 들떠 떠들어 대면서 늘 흥청거렸다. 그런데 파리생활 삼년 동안 그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뀌어 뚱뚱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었으며, 아직 스물일곱 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관자놀이에 흰 머리카락마저 몇 가닥 보였다.'
하류층은 돈이 없어 충분한 먹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따라서 당연히 마르고 홀쭉할 수 밖에 없던 시절. '배가 나오고 뚱뚱하다'는 것이 상류층의 상징이자 미덕이던 시절의 모습이다. 지금과 전혀 상반되는 모습이다. 재미있다.
이 소설을 영화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 영화도 챙겨보았는데, 모든 상류층 여자들이 꿈뻑 죽는 금발의 아름다운 청년 벨아미의 역할로, 로버트 패틴슨은 너무 안 어울린다. 나는 그 배우가 잘생겼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는 내 마음을 한번도 사로잡은 적이 없다. 흡혈귀 영화에서는 우스웠고, 벨아미에서는 주제넘다 싶다. 아쉽다. 금발의 미남배우가 넘쳐나는 헐리우드에서 벨아미 역할을 제대로 해낼 배우 하나 찾아내지 못한 걸까. 상품성, 대중성 때문이겠지, 투자자를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