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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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여자 작가가 썼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음식 만들기에 관한 신경숙이나 박완서의 섬세한 묘사를 떠올리면서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대작가 황석영이라고 해도 말이다.

최근 황석영의 해질 무렵을 읽었는데, 비슷하게 기운 빠지는 느낌이다. 둘 다 황석영의 이름 값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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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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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소설은 어릴 적 그 유명한 '목걸이' 류의 단편 몇 개 외에, 장편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19세기 프랑스 사회 특히 그 상류층의 생활에 관한 상세한 묘사가 흥미롭다. 이런 소설이 좋다. 이게 진정한 소설의 힘이 아닌가.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시대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대단한 힘.

재미있는 건, 소설 초반부의 일화. 주인공 조르주가 옛 동료와 우연히 길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주는 만남을 하게 되는데, 그때 조르주의 동료에 대한 묘사가 이렇다. '태도며 말씨, 복장이 어울리고, 자신이 넘쳤으며,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도 나와 있었다.', '옛날의 그는 마르고 홀쭉하고 민첩했으며 덜렁대서 접시만 깨뜨리고 들떠 떠들어 대면서 늘 흥청거렸다. 그런데 파리생활 삼년 동안 그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뀌어 뚱뚱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었으며, 아직 스물일곱 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관자놀이에 흰 머리카락마저 몇 가닥 보였다.'

하류층은 돈이 없어 충분한 먹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따라서 당연히 마르고 홀쭉할 수 밖에 없던 시절. '배가 나오고 뚱뚱하다'는 것이 상류층의 상징이자 미덕이던 시절의 모습이다. 지금과 전혀 상반되는 모습이다. 재미있다.

이 소설을 영화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 영화도 챙겨보았는데, 모든 상류층 여자들이 꿈뻑 죽는 금발의 아름다운 청년 벨아미의 역할로, 로버트 패틴슨은 너무 안 어울린다. 나는 그 배우가 잘생겼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는 내 마음을 한번도 사로잡은 적이 없다. 흡혈귀 영화에서는 우스웠고, 벨아미에서는 주제넘다 싶다. 아쉽다. 금발의 미남배우가 넘쳐나는 헐리우드에서 벨아미 역할을 제대로 해낼 배우 하나 찾아내지 못한 걸까. 상품성, 대중성 때문이겠지, 투자자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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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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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해리 보쉬 시리즈의 첫 작품.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예전에 '시인'으로 처음 접했는데,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해리 보쉬가 워낙 명성이 자자하니, 혹시 해리 보쉬가 아닌 다른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읽어 그런가 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해리 보쉬를 선택해보자 했다. 역시 별다른 감흥이 없다.

흔하고 흔한 형사물이다. 뒷부분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도 흔하다. 이런 스릴러수사물을 워낙 많이 읽다보니 이제 반전이 있으리라는 것 자체가 클리셰여서, 반전이 없는 소설이 오히려 진정한 반전일 지경이나, 실제로 반전이 없는 소설이 나온다면 그나마 반전으로 있는 약간의 재미마저도 소멸할테니, 지겹지만 작가로서 차마 놓을 수 없는 게 이 반전의 트릭일 것이다.

헐리우드 경찰국이나 FBI의 내부 관행이나 시스템, 시설 등에 관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한 매우 섬세하고 상세한 묘사가 감탄을 자아내고, 그런 건 내가 선호하는 부분이기는 하나,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을 읽는 입장에서 그것만으로 이 소설을 높게 평가할 수는 없다.

해리 보쉬가 무슨 매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잭 리처나 해리 홀레는 첫 만남에서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해리 보쉬는 나를 매혹시키지 못했다. 다시 마이클 코넬리를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그저, 3월 발간 예정이라는, 요네스 뵈의 새 소설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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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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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으로 유명세를 탄 김영란 대법관이 대법관 재임시절 다룬 판결 중 사회적으로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판결 몇 개를 골라 그에 관한 분석과 소회를 담은 글을 책으로 만들어 냈다. 오래 전일이라, 그때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아는데도, 지금 까맣게 잊은 사건도 있다. 옛기억을 되살리며, 구글도 찾아보았다.

법원이 판결을 내림에 있어 적극주의를 택하는 게 옳을까. 법원은 국회나 대통령과는 달리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어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 아니다. 아쉬운 부분은 국회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적극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극주의를 택할 경우 법관이 진보이면 다행이나 보수이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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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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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보려 했으나 대부분 단편이라 손이 가지 않았다. 연작으로 장편이 된 이 소설, 채식주의자. 오랜만에 접하여 기대가 컸다. 완성도 높아 보이기는 하나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최근 20여년간 한국소설, 특히 여자 작가들의 소설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다. 현실에서 거의 일어날 법 하지 않은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극단적인 행동과 말을 하고 극단적인 방황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전개에도무지 익숙해지지도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 과정에 관한 이러저러한 세밀한 묘사들을 쫓아가는 것도 힘이 든다.

사실적인 소설, 보다 현실적인 소설을 더 선호한다. 난쏘공이나, 아홉켤레의 구두로 살아남은 사나이 류의 책들은 직접 마음에 와 닿는다. 소년이 온다도 그랬다. 이 책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정유정의 새 소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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