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 지를 구구절절 자랑하는 것 같아서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엘리자베스 워런이 대단한 사람인 건 인정. 하지만 일도 완벽하고 가족들도 따뜻하게 꼼꼼하게 챙기는 수퍼우먼이 있을 리 없다. 엄청난 시간을 요하는 보고서를 훌륭하게 작성하면서 동시에 딸과 마을을 위해 케잌을 부지런히 굽는 게 가능한가. 이 자서전도 선거와 장래를 위해 꼼꼼하게 기획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이렇게 상세한 기억을 가지는 게(날씨 건물구조 소재 바람 표정 말...) 특정한 목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의 깨알같은 도움없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걸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금융자본들에 맞서 미국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가 기울인 엄청난 노력은 경이롭다. 힐러리가 아니라 워런이 나왔다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검찰청인지 경찰서인지에 개사료를 뿌리는 등 행동으로 무려 구속까지 당했던 사람. 인터넷 동영상으로 접하고 파파이스에서 소개 받은 후 다만 얼마라도 그 뜻을 돕거나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구입한 책이다. 구석구석 깨알같은 유머가 숨어 있기는 하나 대체로 진지한 성찰이 전개된다. 나로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도 없고 이게 해결방법이 맞나 하는 냉소도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생고생 해가며 자신의 뜻을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열의에는 경의를 표한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캠페인을 잘 마무리하여 조속히 은퇴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6년에 쓰인 책이다. pc 메신저와 폴더폰, 문자메시지가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인 것처럼 등장한다. 불과 10년만에 카톡과 스마트폰, sns가 세상을 지배할 줄 그때 평범한 누가 생각했을까. 기술이 발전한 것처럼 사람의 생각, 사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도 많이 바뀐 탓일까. 소설 속에서, 고작 30대 초반인데도 다 늙은 사람인 양 고민하는 것이나 그 나이의 비혼여성이 하자 있는 사람 취급 당하는 것도 어느새 낯설다. 지금은 삼십대 초반에 결혼하는 것이 보통이고 중후반에 하는 결혼도 매우 흔하지 않나. 뭣보다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결혼에 남자에 목매어하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특히 한번도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거나 내가 무조건 순응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1970년대도 아니고 무려 2006년의 여주인공이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게...;;; 물론 아무것도 제대로 결론나지 않은 채 부유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삼십대의 초조함이 작용했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그 결론이 결혼이어야 한다니.. 생각은 70년대에 머무르면서 몸은 2006년을 고스란히 살아낸다, 연하남과의 동거라. 좋아할 수 없는 주인공, 하지만 소설은 재미있다. 꼼꼼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나 탄탄한 이야기구조가 있다. 정이현의 다른 소설도 읽을 마음이 있다.
오래 전에, 아마 적어도 몇 년은 전에 사둔 책이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그 이후 새로 산, 더 흥미가 가는 책들을 먼저 읽었다. 어래 묵은 책들을 조금씩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에 작정하고 골라 읽었다. 초반에는 워낙 오래 전 일이라 너무 황당한 실험내용이 지루하기도 했는데 중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더 흥미로워진다. 오늘날에 널리 알려진 과학적 상식이 그 태동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 얻어졌는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어느 행사에서 여러 강사들이 강연한 내용을 정리하여 구성한 책이다. 당연히 청중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간명하고 쉬운 용어와 내용으로 되어 있다. 미래의 과학, 기술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책임에 관한 개략적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좀더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아쉽다. 중간에 이필렬이라는 저자의 파트 중 천안함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내가 알기로 사실관계가 틀렸다. 에너지부문 전문가로 보이는데 전문분야 외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건가 다소 아쉬웠다. 당초 이 책을 선택한 건 당연히 내가 신뢰하는 저자, 파토 때문인데 그의 파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음 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