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적 삶의 양식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형성되는 현장을 ‘웰빙 문화공간’이라고 한다면, 대형교회만큼 자주, 그리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웰빙적 일상이 교차하는 문화공간이 또 있을까. 이것은 한국 사회의 웰빙-우파에 관한 이야기다. ‘웰빙-우파’란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보수주의의 한 양상을 크로키하게 스케치한 나의 용어다. 즉 그 사회적 현상을 빠르게 포착하여 특징을 묘사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주의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강한 반공주의 성향과 성장지상주의가 결합된 체제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회적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그러한 체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무너지고 사회는 다양한 실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는 문화 영역에서의 창조적 도전들이 속출했다.
그 중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중상위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웰빙’이다. 이것은 먹거리를 필두로 삶의 다층적인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된 문화적 고품격화 현상이다. 특히 중상위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러한 고품격화를 나는 중상위계층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of middle/upper class)이라고 부른 바 있다.
(...)미국적 개념인 ‘메가처치’(mega-church)는 단순히 양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즉 일요일 대예배에 출석한 성인교인의 숫자가 2000명 이상인 교회를 가리킨다. 최근에는 1만명 이상의 교회들이 많아지면서 ‘기가처치’(giga-church)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는 대략 880여개의 개신교 메가처치가 있다.
(...) 그렇다면 ‘그 대형교회’들에서 웰빙신앙은 어떤 이념 성향을 지닐까? 한국 교회들의 신앙의 근간이 보수주의적이니만큼 웰빙신앙도 우파적 성향을 지녔을 것이겠다. 한데 웰빙적 삶의 양식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형성되는 현장을 ‘웰빙 문화공간’이라고 한다면, 대형교회만큼 자주, 그리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웰빙적 일상이 교차하는 문화공간이 또 있을까. 내가 여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웰빙적 문화공간은 다름 아닌 ‘그 대형교회’들이라는 얘기다.
(...) 일부 대형교회들에서 대학부와 청년부는 별로 줄지 않았고, 심지어 늘기까지 한 교회들이 있다. 청년층을 유인할 여러 장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데 그 중 중상위계층의 청년을 견고히 유지하는 교회들에는 대개 인맥 만들기에 효과적인 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리고 이런 교회들의 대학부와 청년부원들은 그들의 부모세대와 비교적 관계가 원만하다. 그것은 부모세대의 많은 이들이 이른바 교양 있고 합리적인 성향을 보인 덕이기도 하다.
이른바 웰빙 신앙이 잘 정착된 교회에서 청년들은 더 잘 적응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교회들이 청년층에게 줄 수 있는 자원이 많아서 청년층 스스로가 교회 어른들인 부모세대의 시선에 스스로를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다른 글에서 이런 현상을 ‘사회적인 착함’과 후발 대형교회의 연관성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
오늘날 교양 있고 합리적이고 배려 있는 성향과 물적 자원의 풍요 간에는 서로 상응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또 빠르게 신자유주의의 야만성에 깊게 노출된 한국 사회에서 청년층이 독자적 능력만으로 생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도 몇몇 대형교회 청년들의 자기규율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하여 이런 대형교회들에서 웰빙보수주의는 청년층에게 세습되고 있다. 유복한 중상위계층의 청년들이 교회에 남아있는 한, 그들의 웰빙 성향은 좌파보다는 우파적 성향을 지닐 가능성이 큰 이유다. -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