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그 성격상, 아울러 그 말의 어원이나 그 체제의 역사상, 워낙 자유가 없는 곳이다. 그곳은 자유의 반납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특이한 종류의 쥬이상스를 체계의 맹점으로 지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는 사실상 종교와 종교 사이의 자유, 요컨대, 종교가 없는 빈 곳 속에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는 게 낫다.
강군이 싸우는 문제는 미션계 대학들에서도 똑같이 재론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수들조차 그 강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물론 한국의 종교사회와 그 엘리트 관료들은 이 10대의 소년이 성취한 정신적 자유와 결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것이다. 2005년, 종교의 자유를 '내가 내 종교를 믿을 자유'로 해석하는 짓을 넘어설 때도 되었다. 우선적으로 그것은 '내 이웃들이 내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 김영민(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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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살아가자면 온갖 유형무형의 폭력을 감수해야 한다. 가령, 강압적인 종교 권유도 그중 하나인데, 가까이는 가족, 친척, 이웃들로부터,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까지 시도때도 없이 교회에 나가라고 성화다. 올해 일흔 나이인 고모님은 만났다하면 오만상 찌뿌리며 일갈한다.
"얼른 교회 나가야지, 집안을 구원해야 할 장남이 이게 무슨 짓이냐. 죽으면 지옥 갈텐데 두렵지도 않냐? 아이구, 너 통도 크다!" 그러고는 짐짓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마무리한다. "결국 큰 일을 당해야 교회 나갈거야. 요즘 네 얼굴빛이 평화롭지 않고 우울해보인다. 다 교회 안 나가는 탓이지".
아래 층 K 목사로부터 거의 석 달동안 교회 나오라 권유받다 이제 겨우 끝났다. 으~ 지겨운 인간! 어느 날 의료원에 문병다녀오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문병을 끝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막 도착할 무렵,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앞을 턱 가로막더니,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할렐루야!" 라며 귀에대고 속삭였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깜짝 놀랐다. 병원 문을 나서려니 나도모르게 볼맨소리가 나왔다. "별 미친놈 다봤네!"
사실 종교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 곳은 바로 가정이다. 상당수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고교생들까지 부모들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 "교회 가봐야 어차피 졸다가 와요" "가기 싫은데 엄마가 강제로 떠다밀어요" " 엄마 몰래 피시방에 있다가 교회 끝나는 시간에 집에 가거든요" 등등. "그래, 조금만 참아라, 대학생이 되면 그때는 안 나가도 되니까?" 이쯤되면, 지금 우리 학생들은 입시지옥과 종교지옥이라는 두 개의 지옥(감옥) 속에 갇힌 형국이 아닐까. 짜샤! 내가 좋으면 너도 다 좋은거야,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나쁜짓 시키겠냐. 잔말말고 디립다 믿어, 믿고 천당가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