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화사했던 가로수 벚꽃도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국도 주변 산중턱이 하얗게 물들었다. 아내와 함께 대야 5일장에 가다. 올해부터는 뒷뜰 텃밭에 채소를 심지 않기로 했다. 그래봐야 손바닥 크기지만, 작년까지만해도 토마도 몇 그루, 상추 쬐금, 부추, 고추 두 세 그루, 가지 등 이것저것 심었다. 하지만 잡풀 뽑아야지, 물 줘야지 여간 공이 드는게 아니어었다. 재미로 키운다지만 재미치고는 공력이 너무 들어갔다. 그렇다고 맨땅을 놀릴 수 없어 과실수를 심기로 했다.

자두, 왕대추, 대봉시 감나무 등 세 그루 35,000원에 구입했다. 점심식사는 가끔 들르는 임피 '금송'에서 갈비탕으로 대신했다. 갈비탕 4인분을 추가로 구입. 하나는 제수씨, 또 하나는 며느리 것. 대야 장터 명물인 도너츠를 살까했지만 워낙 붐벼 포기했다. 모처럼 밖에 나온김에 익산 막내 제수씨 댁에 들르기로 했다. 제수씨것 우리것해서 수국 두 개를 구입했다.  

요며칠 오케스트라 문제로 고민이 컸다. 나름 열심히 연습한다고는 했지만 당최 연주실력이 향상되지 않았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덩달아 재미도 없고 즐겁지가 않았다. 나로 인해 앙상블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이거 민폐가 아닐까? 노력한다고 무작정 되는건 아닌듯했다. 오케스트라 활동한지 벌써 10년째인데 주눅이 들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이럴줄은 정말 몰랐다. 

간혹 '오케' 활동 그만하고싶다는 단원들이 있긴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대수롭잖게 '힘내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하고 말렸다. 그런데 정작 내가.....최근에는 <오후의 기타>까지 읽으며 잘 해보려고 다짐까지하지 않았던가. 실은 이거 아니라도 책이며 글쓰기, 음악감상 등 해야할게 많다. 이쯤해서 그만둘까? 아니다 미련이 남는다.  

아들 지훈이는 그동안 한게 아까우니 좀 참아보라고 했다. 아내는 휴식기간을 가져보라하고, 은별이는 전공자답게 레슨을 권유한다. 어떻게하지? 잠시 시간을 갖고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오늘이 대야 장날인데, 구경이나 가보자고요". 아내의 은근한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역시 밖에 나오니 울쩍했던 기분이 좀 풀린다." 행복이 별것 아니잖아요? 작은것으로도 충분히....."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나이쯤이면 작은것에 감사해야 한다. 아무리 열정이 솟는다고 마구 쏟아부을게 아니고, 설사 선의적인것이라해도 분별이 있어야한다. 물러설 때는 과감히 물러서고 주춤주춤 미련을 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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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감상했습니다. 근자 피아노 소나타는 주로 모차르트, 베토벤 등 빈 고전파에서 서성대거나 요며칠 슈베르트만 줄창 들었습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D959> 2악장 안단티노. 실은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의 여운이 꽤 오래 간 셈이죠. 영화음악치고 이처럼 탁월한 선곡이 또 있을까요. 슈베르트와 <윈터 슬립>은 한 치 오차없이 딱 맞아떨어지는 궁합입니다. 자 다시 쇼팽입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피아노 연주입니다. 1악장 주제 선율은 23마디부터인데 이 지점에 도달하면, 아하~ 쇼팽이로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되어있죠. 특유의 서정성, 유려한 선율,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아다지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2악장도 쇼팽 못지않게 유려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이점은 고전파와 낭만파의 가교 격인 슈베르트도 마찬가지죠. 쇼팽의 매력이랄까, 센티멘털리즘과 서정성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눈부신 햇살너머 찰랑이는 서정의 아린 물결, 틈새로 빚어내는 섬세한 아름다움은 정해진 박자 내에서 슬며시 느려지는 것, 바로 루바토에 있습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일컫는 쇼팽의 전매특허죠. 쇼팽을 말하다보니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나는군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는 쇼팽을 연주할 때 곧잘 애를 먹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은 연주회 단골 레퍼토리라 프로든 아마든 자주 무대에 올려지죠. 하지만 워낙 루바토가 잦다보니 오케스트라는 반드시 지휘자의 지휘를 잘 봐야합니다. 물론 지휘자야 피아니스트의 흐름을 따라가며 루바토를 멋스럽게 처리하고싶지만 어데 그런가요. 악보 보기에 급급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니 말이죠. 그러니까 트롯트의 멋이 어떻게 음을 잘 꺽는지에 달려있다면 쇼팽의 멋은 루바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피아노의 향연에 한껏 느긋한 초봄 오후녁입니다. 모든 예술에서 음악이야말로 가장 즉물적인 장르가 아닐까싶군요. 애써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니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귀에 들려오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되니 말이죠. 때로 아름다운 선율에 귀기울이다보면, 내가 이렇게 느긋해도 되나, 아름다움에 무방비로 빠져들어도 되나? 라는 좀 우스운 생각이 듭니다.  

아마 우리 세대라면 대개 그럴것입니다. 못 먹고 고생하던 사람들이 느끼는 특유의 걱정 같은것. 살림이 좀 펴진 지금도 궁상스런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어쩌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보면 무심코 떠오르는 부모, 가족들의 모습. 나 혼자 호사를 누려도 되나? 이런 맛있는 걸 어떻게 나 혼자.....지금 쇼팽이 그런거죠.

다시 쇼팽입니다. 딸 은별이의 사진, 초등학교 시절, 고사리 손으로 피아노를 치던 은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전에 잠깐 비가 내리더니 한낮 초봄 햇살은 여전하군요. 바람 살랑이는 옥상 컨테이너. 잠결에 죽은 막내동생을 떠올리다 잠이 깼습니다. 콘테이너 근처 바로 저 곳이었죠. 엘리베이터 계단을 오르다 처음 발병을 알게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다돼가네요.

음악은 이러저런 추억에 잠기게 하고, 때로 오래 전 어느 순간의 기억을 오롯이 불러내기도 합니다. 순간 눈앞에 재생된 옛 일들은 무심한 세월 속에 사라지지 않고, 생생한 현실로 뒤바뀝니다. 바로 이런 점이 음악의 매력일터인데, 유일하게 음악만이 가능한 신비로움이자 마술 같은게 아닐까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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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매달린 글쓰기, 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새벽 잠이깨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다.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별 의미가 없는것 같아 멀뚱 멀뚱 천장만 바라봤다. 그래도 그렇지 하다못해 쬐그만 의미라도 없을까? 마땅히 떠오르는 답이 없다. 그렇담 의미없는 짓을 왜 막중한 임무라도 수행하는 양 평생 해댄단 말인가.

작가나 글이 직업인 자는 당연하고,  대학교수, 유명 인사들의 글은 영향력이라도 있지,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일기에 불과한 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글을 뭣땜에 쓰고 또 쓴단 말인가. 자기만족이라고? 하지만 자기만족치고는 댓가가 너무 크다. 어쩌다 별난 일이라도 생기면, 옳거니, 글쓸꺼리가 생겼다. 이거 글로 옮기자. 뭐 어쩌고 하면서 평생을 이런 식으로 끼적이고 또 끼적였다. 그런데 슬슬 나이들다보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야말이지.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이 소중한 시간에 뻘짓은 말아야하는게 아닌가? 그랬던 거다.

물론 젊은시절이야 왠만큼 문청 기질이 있으면 자연 문학을 가까이하고, 글쓰기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은가. 차라리 이런 시간이면 손주 재롱을 보던가, 다리, 무릎, 허리 시원찮은 아내 데리고 산책이나 하던가. 시간나면 맛있는거 먹고 그러야지, 걸핏하면 컴퓨터 앞에 쭈구리고 앉다니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이게 나잇살먹은 자가 할짓인가? 뭐라도 알리바이 댈만한 게 없을까? 그러던 중 문득 짐 자무시의 <패터슨>이 떠올랐다. 한 아내의 남편이자 버스 운전사인 패터슨에게 시는 무엇이었던가. 활력소! 그렇다면 나에게도 글은 생활의 활력소가 아닌가? 이것으로 위안이 좀 될까? 좀이라니...무료한 세상에서 이거야말로 큰 위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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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가 금주 시작된다. 바라기는 류현진 14승 방어율 3.2(속구 구속 145Km), 강정호는 한창 때 수준인 타율 2할 7푼, 홈런 20개정도다.- 오늘자 미국의 유력 스포츠 매체는 2할 6푼, 홈런 13개를 예상했다 - 중간계투 오승환, 톱타자 추신수는 작년 수준만 유지하면 최선. 강정호 음주 댓글은 이제 그만 달음 어떨까. 그런 시간있음 자한당이나 도람푸에게 하던지.

EPL. 토트넘은 4강 유지정도고, 손흥민은 더 넣으면 좋고 안 넣으면 어쩔 수 없고. 희안한건 케인이 복귀한 후로 골이 안 터지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물론 케인에게 최전방 내주고 원래 위치로 갔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것 같다. 또 다른 골 경쟁자인 델리 알리도 아직 복귀전인데 대체 멘탈이 문제인지 뭔지. 챔피언스 리그는 8강 상대가 막강 맨시티여서 대진운이 별로다. 승률은 높여 잡아 4할정도.

국대 BTS 이승우, 백승호, 이강인 등에게 지나친 기대는 금물. 아직 새싹이니 얼마든지 시간이 있다. 메시, 호날두가 거저되는건 아니잖은가. 지난번 라리가 게임 때 이강인이 후반전 종료 직전 교체 멤버로 잠깐 들어갔을 때다. 오른쪽 코너 근처에서 센터링 한 후, 골문 바로 앞에서 공중볼 다투다 혼자 공중에 대고 물장구치는 퍼포먼스. 수비수도 없는 상태인데 헛발질 단독 퍼포먼스라 너무 짠했다. 세상에~ 열여섯살짜리가 얼마나 뛰고싶었으면, 얼마나 잘하고 싶었으면....이정도 열망만으로 이 아이는 충분히 클수 있겠다.

끝으로 메이저 해설. 각자 호불호는 있겠지만 허구연에 대한 비호감이 왜 그렇게 큰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반면에 메이저 전문가로 칭하는 송재우를 높이 평가들하는데, 허구연에 비하면 함량 미달이다. 송재우는 메이저 정보만큼은 따르르해도 야구 자체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 해설은 평균치다. 그 점에서 허구연이 단연 톱이라는건대, 야구는 야구 자체의 분석과 해설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점은 야구뿐 아니라 예술작품 분석도 마찬가지다. 가령 어떤 예술 작품을 분석할 경우, 작품 혹은 텍스트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 작가의 삶의 배경, 구구절절 온갖 정보 따위도 물론 중요하지만 텍스트 자체의 분석(이를테면 '본문비평')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시청률을 목숨 같이 여기는 방송사거늘 엠비시에서 아무나 부르겠나. 다른 때는 몰라도 류현진이 던질때면 어김없이 허구연(요즘은 김선우와 동반해설)아니던가. 그것만으로 해설자의 수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건만 허구헌날 고놈의 '대쓰요 ~'타령이니. 내가 생각할때 허구연 담으로 투수 출신인 김선우나 정민철의 해설을 꼽을만 하다. 말솜씨 좋고, 직접 그라운드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어선지 투수 분석만큼은 허구연을 능가한다. 물론 허구연도 투수 출신이지만 특히 김선우의 분석은 투수 심리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해설이어서 한층 신뢰가 간다. 

해설자로서 허구연의 장점은 가령 투수 경우 던지는 볼의 성격, 구질, 투수의 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타자의 경우 타석에서의 태도, 타격폼 등을 디테일하게 분석하는데, 이를테면 예술작품을 분석할 경우 인상적인 내용 분석이 아니라 형식분석 쪽이다. 그런데 송재우는 메이저 소식 전하기 위주여서 그냥 메이저 정보를 알고싶다면 몰라도 게임 그 자체를 깊이 알기엔 부족하다. 그밖의 선수 개인에 관한 데이터, 정보는 허구연이나 송재우 모두 별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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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반주기가 이틀만에 수리 끝나고 초고속으로 도착했다. 일단 수리 여부 확인할겸 테스트를 마친 후 며칠째 연습하던 <향수>부터 연주했다. 역시 옥타브 시에서 매끄럽지 못하고 양푼 깨지는 소리가 난다. 어김없이 그 부분만 되면 고음 땜에 죽을 쓰니 이거야 원~ 그럭저럭 해볼만한 곡은 <고향무정> <돌아와요 부산항에> <광화문 연가> 등등. 반주기의 장점은 일단 따라 하기가 재밌고 대부분 가요곡이라 쉽긴 한데, 몇 곡 하다보면 이내 심드렁해지는게 문제다.

베토벤 <교향곡 7번> CD음반을 오디오에 걸고, 전 악장을 연습하다. 되돌이까지 모두 소화하려니 아직은 무리다. 1~3악장까지는 그럭저럭 해보겠는데 4악장 후반부에서 역시 입술이 풀린다. 아직 주력이 부족한 탓이다. 일단 계획했던 하루 2시간 연습만큼은 하늘이 두 쪽나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번 연주회 절대 확신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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