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말인데, 최근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영화감상실에서 누군가 타르코스프키의 영화를 함께 감상 할 수 있다면, 김기영 감독의 영화형식에 대해 토론하고, 홍상수 영화에 내용과 스타일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다면,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작품들을 혹 갖고 있느냐 물으면 즉시 반가운 목소리로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함께 감상하고, 쿠로자와 아키라, 오스 야스지로의 영화를 보고싶어한다면, 누군가가 루이 부니엘의 영화와 자본주의 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와 종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말인데,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음악감상실에서 고전파 교향곡과 낭만파 교향곡의 차이점을 토론할 수 있다면, 바흐의 푸가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다면, 바로크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커피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말인데,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음악감상실겸 스터디룸에서 민음사판 마르셀 프루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최근 번역된 <소돔과 고모라>편을 함께 토론하며 즐길 수 있다면, 발터 벤야민을 논의하고, <윌든>의 한 문장을 읽으며 조용히 사색에 침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들을 읽으며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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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공예가 L씨, 함께온 지인들과 비토리오 데 시카의 <해바라기>를 감상하다. 며칠전 함 들르겠다고 기별이 왔는데, 정말 영화를 감상하겠다며 찾아오신 거다. 독서실 빈방이라 좀 작긴하지만 120인치 스크린도 버젓이 내걸고, 테이블에 DVD장까지 비치하고보니 제법 감상실 티가 난다. 영화 끝나고 커피 한 잔 하며 감상평을 나누다.

내심 수준높은 예술영화 감상회를 해보고야 싶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지난 수년간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역시 한가하니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더구나 이 작은 동네에서 예술영화라니! 어림없는 일이다. 비단 영화감상회뿐 아니라 다른 문화모임도 마찬가진데 이것저것 조건 따지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오늘 했던 방식대로 일단 책을 읽고싶은 분, 영화를 보고싶다는 분, 음악을 듣고싶다는 분, 누구라도 관계없이 모두 수용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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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뮤직 포 유'의 G선생님, 필로무지카 멤버인 K씨  Y씨랑 함께 저녁식사하다. 실은 엊그제 G선생으로부터 저녁식사나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던 터다. 뒤늦게 알았는데 금주 토요일에 '토요음악회'를 한다고. 정확히 16년전인 2003년 3월 G선생님과 함께 시작했던 토요음악회가 벌써 187회째라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여든줄이신 G선생님의 열정과 저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과연 나도 나이들도록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행과 함께 다시 포유로 돌아왔다. 비록 쌀쌀한 겨울날씨지만 인적 하나 없는 은파 호수를 바라보며 밤길을 걷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대체 무엇에 씌여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걸까. 그것도 평생을 말이다. 여하튼 음악에 대한 열정에 관한 한 G선생님이나 나나 한치도 다르지않다.   

3. 일기 2003. 3.
겨울만되면 정기행사 치루듯 어김없이 천식이 도지니 사람 죽을 맛이다. 딴에 조심한다고 예방주사까지 미리 맞았건만 웬걸, 올해도 어김없이 독감에 이어 기침이 재발했다. 쉴새없이 기침을 하다보면 맥이 빠져 글이고 뭐고 만사가 다 귀찮고, 아예 집밖으로 나가고싶지도 않다. 자연히 발걸음이 뜸해져 집에 틀어박히기 일쑤다. 

평소 자주 들르던 카페 '뮤직 포 유'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 유'의 강 선생께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바깥 나들이를 피한채 집 주변만을 맴돌다 보니 나 역시 강 선생님 소식이 궁금했다. 마침 기침도 좀 멎는 듯 해서 전화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카페에 들어서는 나를 반기던 선생께서 인사하다 말고 그러신다.

- 조 선생! 우리 일 한번 벌려봅시다. 다른게 아니고 내가 오래전부터 멋진 음악감상회를 생각하고있었는데 고거 한번 해보자고요.

- 아니, 음악감상회라니요?

워낙 갑작스런 말씀에 영문을 몰라하던 나에게, 선생께서는 아무말 말고 무조건 당신 하자는 대로 함께 해 보자고 다그쳤다. 내가 영화를 잘 아니까 영화음악을 중심으로 감상회를 열어 보자는 거다. 이런 식으로 시작된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차츰 발전해서 결국 금주 토요일(2003년 3월 8일) 오후 3시 '포 유'에서 첫 번째 토요 음악감상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주공 4차 아파트 정문 맞은편 '사랑가정의학' 2층)

처음엔 극구 사양했지만 강 선생의 압력(?)이 워낙 거센 바람에 결국 승낙하게 되었는데, 일단 음악회 컨셉은 함께 짜기로 하고, 포스터와 초대할 분들의 연락 등은 강 선생이, 그리고 영화 해설과 진행은 내가 맡기로 하였다. 

어제는 장장 4시간에 걸쳐 음악 선곡과 영화 장면들을 체크 했고,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두 대의 비디오를 이용해서 장면들을 모두 편집한 후 비디오로 카피 완료했다. 저녁 9시무렵 겨우 완성된 테이프를 들고 '뮤직 포 유'에 들러 오디오 음악과 편집된 장면들을 대강 맞춰 보다가 이제 방금 귀가했다. 웅장한 오디오 음악과 편집된 영상을 보자 강 선생께서는 기분이 좋으신지 한마디 하신다.

-조 선생. 내 장담하는데, 이번 음악회 분명 성공할거요.

'포 유'에는 무려 4,000만 원대에 이르는 초호화급 오디오 시스템과 60인치 대형 스크린에 피아노까지 구비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음악감상회를 열기는 최상의 장소이다. 그래서 만약 이번 음악회가 성황리에 끝난다면 매월 한번씩 감상회를 개최하고, 내친 걸음에 영화감상회까지 시도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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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신중할 것. 가능하면 희망의 메시지, 웃음과 에너지를 잃지 말 것. 내가 말하기 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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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트럼펫 연습과 오케스트라 활동
- 칸투스독서회. 인문산책, 문화카페 <인문학과 클래식의 만남>, 기타 문화활동  
- 거창하기보다 작은 것,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상의 흔하고 소소한 것, 주변 것들을 소중히 가꿔갈 것. 
- 이웃, 모임, 지인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길것.  

3
가능하면 생각과 행동을 바르고 정결히 할 것. 매사 후회하지 않도록, 부끄러움 없이 행동을 할 것.  

4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내 생의 전부가 되도록 노력 할 것. 내일, 혹은 미래는 없다는 심정으로 오늘을 대할 것. 

5
작은 성과에 만족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껏, 할 수 있는만큼만 할 것. 

6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갈 것. 굳이 목표의식을 설정하지 말고, 최상을 바라지 말 것.

7
뭔가 하고싶은 것, 마음 먹은 것이 있다면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당장 시도해볼 것.

8
글을 쓰고, 말은 하기쉬우나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참아야하는지.

9
흥분하거나 분노하지 말 것. 목소리는 작게, 조근조근 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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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1월중 첫번째 토론작은 현기영의 소설집 <순이 삼촌>(창비)입니다. 창비판 현기영 전집 제 1권인 <순이 삼촌>은 작가의 초기 중,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대부분 제주 4. 3 항쟁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순이 삼촌>을 마치면 다음 작품으로 최인훈의 <광장>읽을 예정인데, 두 작품 모두 한국현대사의 정치적, 역사적 상황을 정면으로 조명한 최고의 소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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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모임은 더없이 흐믓하고 즐거웠습니다. 특히 강세희 샘까지 함께해주셔서 뜻깊었지요. 모쪼록 내년도 알차고 유익한 독서회가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올 첫번째 토론작인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작품을 읽기에 앞서 제주 4. 3항쟁을 전후한 역사, 사회적 배경을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4. 3 항쟁 관련 강연들이 유튜브에 있으니 시청 부탁드립니다. 먼저 도올 김용옥 교수의 <제주 4. 3을 말한다>(KBS제주), 여순 항쟁 전문가인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의 <제주 4. 3 항쟁과 여순항쟁의 재해석>, 박찬식 박사의 <4. 3의 역사적 진실> 등 세 강연이 참고할만하고, 제주 출신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도 함께 감상하시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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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쌀쌀하군요. 성탄절에 송년맞이까지 회원님들 모두가 분주한 하루하루일것 같은데요, 와중에 책 읽을 시간은 좀 있으실런지. 몇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현기영의 <순이 삼촌>에 수록된 작품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해방후부터 6. 25 한국전쟁까지의 제주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오멸 감독의 <지슬>은 중편 <순이 삼촌>과 거의 흡사한 내용이거나 배경입니다. 이제 다음 주면 모임인데요, 읽어야 할 작품들이 많으니 늦기전에 슬슬 발동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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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주가 지나갑니다. 모두들 잘 지내시죠? 공지사항 한 가지 전합니다. 중, 단편집 <순이 삼촌> 경우 수록 작품을 모두 읽으면 좋겠지만 연말이라 시간 여유가 없을 테니 제주 4. 3항쟁이 주요소재인 다음 다섯 작품만이라도 꼭 읽으시길 부탁합니다. <순이 삼촌><길><도령마루의 까마귀> <해룡 이야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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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분들이 읽고 있는 현기영의 <순이 삼촌>과 차기 작품인 최인훈의 <광장>은 역사와 정치를 주제로한 비교적 무거운 소설들입니다. 으레 소설하면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한 분위기가 얼른 떠오르는데요, 그렇잖아도 머리 아프고 복잡한 세상, 새해 벽두부터 정치니 역시니하며 심각한 소설을 읽으라고 하니 새삼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죠.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쓴법이어서 좀 참고 읽다보면 세상 보는 시야가 넓고 깊어질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럼 휴일 잘 보내시고 담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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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월 중순을 향해가지만 아직은 따뜻한 겨울날씨. 비가 오려는지 흐릿하다. 오전에 아르방 중심으로 트럼펫 연습 1시간.  오후녘 아내와 함께 Y씨댁에서 커피 한 잔 하다. Y씨의 드립커피 솜씨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4시경 귀가. 2층 영화감상실에서 오디오를 틀다. 패티 김의 노래 한 곡, 루스 브라운의 <What a wonderful world>을 감상하다. 오랜만의 느긋한 시간. 맘 같아서는 아무 글이라도 써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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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시청.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는 차치하고 우선 비권위적인 태도, 잰틀한 모습이 호감이 간다. 감정을 앞세운 비합리적 선동과 흥분, 큰목소리와 날선 감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만한 대통령을 가졌다는게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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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긴 글, 심도있는 글쓰기, 무거운 책을 읽긴 힘들다. 시간, 이해력, 열정까지 모든게 갈수록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적인 활동, 공부를 중지할 수는 없다. 주어진 여건을 감안할뿐 가던 길 멈춰서는 안 된다. 비록 단문, 단상의 형태라도 글은 지속적으로 쓰고, 책 전부를 통독하지는 못해도 일부만이라도 꾸준하고 꼼꼼히 읽다보면 대강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안제이 바이다의 <당통>을 감상하고나서 알베르 마띠에의 <프랑스 혁명사>(창작과비평사)와 노명식 교수의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꼼뮨까지>(까치)를 당차게 펴들었지만 불과  몇 쪽씩밖에 읽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를 후회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읽고 공부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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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소설을 읽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직도 읽지 못한 한국소설 작품이 수두룩하다. 이제사 펴든 최인훈의 <광장>과 헌기영의 <순이 삼촌>만해도 그렇다. 그나마 <광장>은 언젠가 읽은듯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내용이 거의 생각이 안나니 안 읽은거나 마찬가지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지난 70년대에 이문구, 김정한, 황석영 등의 소설작품과 함께 창비쪽에서 리얼리즘의 수작으로 내세운 대표작이지만 최근에야 겨우 읽는 중이다. 그동안 불문학이니 영문학이니 하며 외출이 잦았는데 당분간 우리 작품들쪽으로 시선을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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