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말인데, 최근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영화감상실에서 누군가 타르코스프키의 영화를 함께 감상 할 수 있다면, 김기영 감독의 영화형식에 대해 토론하고, 홍상수 영화에 내용과 스타일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다면,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작품들을 혹 갖고 있느냐 물으면 즉시 반가운 목소리로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함께 감상하고, 쿠로자와 아키라, 오스 야스지로의 영화를 보고싶어한다면, 누군가가 루이 부니엘의 영화와 자본주의 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와 종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말인데,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음악감상실에서 고전파 교향곡과 낭만파 교향곡의 차이점을 토론할 수 있다면, 바흐의 푸가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다면, 바로크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커피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말인데, 독서실 빈방을 개조해 만든 음악감상실겸 스터디룸에서 민음사판 마르셀 프루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최근 번역된 <소돔과 고모라>편을 함께 토론하며 즐길 수 있다면, 발터 벤야민을 논의하고, <윌든>의 한 문장을 읽으며 조용히 사색에 침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들을 읽으며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