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4.19 이후 허정 과도내각과 장면 내각에서 벌어진 극심한 혼란 상황으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가 양분된다. 5.16으로 피신해있는 등장인물 원병균의 대화가 정곡이다.


32p. 엄밀히 따지면 자유당 국회의원들은 다 부정선거의 공범자이고 척결의 대상이 아닌가. 그렇다면 모두 감옥에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번 선거에만은 출마를 못하게 정부가 규제했어야 했다. 그게 4.19데모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도정부에서도 민주당에서도 그런 건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과도정부는 힘도 없고 자유당과 한통속이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굴러온 떡을 거저먹게 된 민주당의 하는 꼴이란,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다. 


65p. (516쿠데타 전에도 월북한 아버지로 고초를 겪는 40년생 유일민) 

......아버지, ......아버지, 제발, 제발 내려오지 마세요. 만나서 당하는 비극보다 만나지 않고 그냥 그리워하며 사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북에서 왜 자꾸 사람들을 내려보내는지 모르겠어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선가요? 그건 남쪽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일입니다. 6.25를 겪고 난 남쪽 사람들은 공산당이나 사회주의를너무 무서워하고 싫어합니다. 나라에서 감시하고 처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6.25를 통해 북쪽에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며 공산당을 싫어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 사람들을 배려보내 무슨 효과를 보자는 겁니까. 여기 있는 가족들만 (예비검속과 연좌제로) 더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입니다. (516쿠데타 후에도 유일민은......)  


92p. 지금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렇게도 몰라? 자유당정권만 무너지는 줄 아나. 한 번 정권을 무너뜨려 본 국민은 두 번째는 더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130p. 목구멍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목구멍들은 사생결단 기를 쓰며 번 돈을 아무 흔적 없이 먹어치우고는 해버렸다.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그는 또 그 허망함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271p. 사람 맴이란 것이 지 이문 앞에서는 창호지보담도 더 얇니라.

...... 그려, 있는 사람이 더 무섭고, 배부른 사람이 거렁뱅이 쪽박 깨는 시상 아니드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쩜 이리도 똑같은 일이 지금도 반복되는 걸까?

빈곤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아사리판과 잡배들의 농단과 핍박이란.... 


13p. 그건 원조받은 곡물을 마구 풀어 몇 년째 농산물 값이 폭락하고, 파산상태에 빠진 농민들의 이농이 속출하게 된 정책 실패를 말하는 것이었다.


117p. (이미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인데도 이승만 정부가) 미군정법을 끌어다 대는 건 일제 총독부의 법을 끌어다 대는 것과 뭐가 다르냐 그겁니다.


139p. (진보당 사건 또는 조봉암 사건은 19597월 조봉암을 비롯한 진보당 간부들을 국가변란, 간첩죄 혐의로 체포하여 조봉암을 사형 집행한 사건으로 이에 대해 이승만) 정부가 끌어다댄 총독부령의 유족 행위억제는, 사형자의 비석을 세울 수 없다. 대중을 상대로 공공연히 부고를 낼 수 없다. 집단이 모여 장례식을 할 수 없다, 는 세 가지였다. 그건 총독부가 독립투사들을 사형시키고 나서 민심의 자극과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대비책이었다.


167p. 국어가 (단순히) 낱말 뜻풀이나 하는 게 아니잖니?


257p. 잘 채래진 굿판서 신명 못 내는 건맨치로 큰 빙신이 웂는 법잉께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원치 않는 대접이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맞딱드린 현실을 나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어떻게 상대방에 대응하고 무엇만큼은 마음 속에 새기고 이후로 자신과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바로 그 사람 고유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나타내고 보여주는 징표와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이민진님 소설 '파친코'를 보며 주요했던 첫인상은 바로 오랜 시간 일본 안에 살며 매 순간 순간 일본과 관계 맺고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재일조선인의 삶을 응원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동생의 감동어린 추천으로 이민진님의 소설 '파친코'를 읽기 직전, 어떻하든 올추석 연휴 전까지 조정래 어르신의 두 번째 대하소설 '아리랑' 전12권 독파를 완수했다. 이어진 소설 '파친코'가 '아리랑'에 이어 조정래님의 다른 대하소설 '한강'으로 이어지는 관심의 미묘한 촉수를 동화끈으로 단단히 이어주는 튼튼하고 좋은 브릿지가 될 수 있겠다.

(※ '파친코'는 일제시대에서 1990년대 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둘째, 조선 사람 4대(훈이, 양진 → 선자, 한수, 이삭, 요셉, 경희 → 노아, 모아수 → 솔로몬)에 걸친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자신에게 결국 다가오고야 말았고 스스로 결코 원한 적 없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맡겨지고, 혼자 감당하고 뛰어넘기에는 넘치고 버거운 맞딱드린 현실을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살아내느냐 하는 부분이였다. 

이 부분 항상 우리 민족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분야이기도 하지만, 역시 '파친코' 소설 속 조선인 4대에 걸친 인물들이 살아내온 삶의 모습들은 몹시 경이로왔다. 

(※ 단순히 "살아내온 삶"이라고 여기 표현하지만 이 짧은 어휘는 내 표현력의 한계이고, 또 격식차려 "경이로왔다"고 간단히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민망함을 스스로 느낀다. 

강점기와 이후로 이어진 기나긴 삶에 대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공집합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고, 우리 서로 한글로 교감할 수 있고 궂이 말하지 않아도 흥과 박자를 함께 맞잡고 느끼는 같은 민족으로서 마음 한 쪽 길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예민한 부분을 감싸며 - 우리 선조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얘기가 외국 신문사 상까지 여러개 수상하는-  글로벌한 시대의 서늘한 기운에 기댄 표현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마다 대응 방식은 다양하고 그로 인해 소설 내용은 풍성해지고 이어서 한 인간으로서 감동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 소설 '파친코'가 뛰어나고 몹시 좋다고 말할만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이 소설은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잠깐 잠깐 파악한 소설 '파친코' 관련 뉴스와 드라마 동영상들에 대해 소설을 읽기 전 차라리 그 어느 것도 보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선입견, 확증편향 같은 사전 영상들의 잔상을 내가 원할 때마다 머리 속에서 지우고 비울수 있었다면 두 권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풍성한 관점과 자유로운 상상의 추석 성찬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영상을 보기 전에 먼저 책으로 소설을 보고, 글로 읽을 것을 강조한 주위 가족들의 경험담에 나 또한 동의와 공감의 한 표를 합친다. 

'파친코'는 한 페이지에서 결혼과 출산이 거듭될 정도로 호흡이 빠르고, 다양한 읽을거리와 세련된 관점을 포함하고 있어 좋은 추석 잔치상과 같은 소설이였다.


1권

24p. 마침내 양진은 네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선자를 낳았다. 선자는 살아남았다. 선자가 세살이 되고서야 선자의 부모는 옆에 누워있는 작은 형체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거듭 들여다보지 않고도 잘 수 있었다.

77p. 아버지는 그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입은 것이나 가진 것은 사람이 마음과 성격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187p. 주님은 젊은 여자가 계명을 따르려고 몸을 파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죄가 씻어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190p. 우리가 착취당했다고 해서 남을 착취해도 될까, 애야?


2권

104p. 아키코는 자신이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선인이 선량하든 불량하든 상관없이 노아를 조선인으로만 보는 것은 결국 불량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키코는 노아를 한 인간으로만 볼 수 없었고, 노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저 한 인간으로 여겨지고 싶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269p.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랑 세트 - 전12권 - 조정래 대하소설,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며 조선 민중의 설움과 울분, 처절한 몸부림으로 한땀 한땀 빚은 한서린 삶의 기록들.
진정한 독립과 민족 자주를 아직 이룩하지 못한 우리에 대한 앞서간 선조들의 통박과 다시 일어서고픈 결기로 뻐근한 가슴뜀과 함께 12권을 읽었다.
대한독립만세~대한독립만세~대한독립만만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같은 삶. 명준의 선택은 항상 마음을 뛰게 하고, 젊음에서 시작되고 젊음을 관통해 젊음으로 향한다. 그는 아마도 체게바라와 친구하며 세상 어느 언저리에서 젊을 것이며 궁극의 자유를 추구하고 누리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