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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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원치 않는 대접이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맞딱드린 현실을 나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어떻게 상대방에 대응하고 무엇만큼은 마음 속에 새기고 이후로 자신과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바로 그 사람 고유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나타내고 보여주는 징표와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이민진님 소설 '파친코'를 보며 주요했던 첫인상은 바로 오랜 시간 일본 안에 살며 매 순간 순간 일본과 관계 맺고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재일조선인의 삶을 응원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동생의 감동어린 추천으로 이민진님의 소설 '파친코'를 읽기 직전, 어떻하든 올추석 연휴 전까지 조정래 어르신의 두 번째 대하소설 '아리랑' 전12권 독파를 완수했다. 이어진 소설 '파친코'가 '아리랑'에 이어 조정래님의 다른 대하소설 '한강'으로 이어지는 관심의 미묘한 촉수를 동화끈으로 단단히 이어주는 튼튼하고 좋은 브릿지가 될 수 있겠다.

(※ '파친코'는 일제시대에서 1990년대 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둘째, 조선 사람 4대(훈이, 양진 → 선자, 한수, 이삭, 요셉, 경희 → 노아, 모아수 → 솔로몬)에 걸친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자신에게 결국 다가오고야 말았고 스스로 결코 원한 적 없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맡겨지고, 혼자 감당하고 뛰어넘기에는 넘치고 버거운 맞딱드린 현실을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살아내느냐 하는 부분이였다. 

이 부분 항상 우리 민족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분야이기도 하지만, 역시 '파친코' 소설 속 조선인 4대에 걸친 인물들이 살아내온 삶의 모습들은 몹시 경이로왔다. 

(※ 단순히 "살아내온 삶"이라고 여기 표현하지만 이 짧은 어휘는 내 표현력의 한계이고, 또 격식차려 "경이로왔다"고 간단히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민망함을 스스로 느낀다. 

강점기와 이후로 이어진 기나긴 삶에 대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공집합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고, 우리 서로 한글로 교감할 수 있고 궂이 말하지 않아도 흥과 박자를 함께 맞잡고 느끼는 같은 민족으로서 마음 한 쪽 길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예민한 부분을 감싸며 - 우리 선조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얘기가 외국 신문사 상까지 여러개 수상하는-  글로벌한 시대의 서늘한 기운에 기댄 표현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마다 대응 방식은 다양하고 그로 인해 소설 내용은 풍성해지고 이어서 한 인간으로서 감동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 소설 '파친코'가 뛰어나고 몹시 좋다고 말할만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이 소설은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잠깐 잠깐 파악한 소설 '파친코' 관련 뉴스와 드라마 동영상들에 대해 소설을 읽기 전 차라리 그 어느 것도 보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선입견, 확증편향 같은 사전 영상들의 잔상을 내가 원할 때마다 머리 속에서 지우고 비울수 있었다면 두 권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풍성한 관점과 자유로운 상상의 추석 성찬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영상을 보기 전에 먼저 책으로 소설을 보고, 글로 읽을 것을 강조한 주위 가족들의 경험담에 나 또한 동의와 공감의 한 표를 합친다. 

'파친코'는 한 페이지에서 결혼과 출산이 거듭될 정도로 호흡이 빠르고, 다양한 읽을거리와 세련된 관점을 포함하고 있어 좋은 추석 잔치상과 같은 소설이였다.


1권

24p. 마침내 양진은 네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선자를 낳았다. 선자는 살아남았다. 선자가 세살이 되고서야 선자의 부모는 옆에 누워있는 작은 형체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거듭 들여다보지 않고도 잘 수 있었다.

77p. 아버지는 그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입은 것이나 가진 것은 사람이 마음과 성격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187p. 주님은 젊은 여자가 계명을 따르려고 몸을 파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죄가 씻어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190p. 우리가 착취당했다고 해서 남을 착취해도 될까, 애야?


2권

104p. 아키코는 자신이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선인이 선량하든 불량하든 상관없이 노아를 조선인으로만 보는 것은 결국 불량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키코는 노아를 한 인간으로만 볼 수 없었고, 노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저 한 인간으로 여겨지고 싶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269p.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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