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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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도 시골의 삶을 잘 모른다. 아마도 그건, 우리 집의 직접적인 생계 수단이 농사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집주변으로 몇 발자국만 가면 누구네 밭, 누구네 논, 누구네 과실수 등.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흙을 밟고 돌보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도 내가 직접 그 흙을 손에 묻히지 않고 살아왔기에, 그저 노인네들의 습관적인 넓은 오지랖이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정도였다. 아마도, 앞으로도 여기에 계속 살게 되더라도 나는 영원히 ‘시골의 삶’이라는 것을 다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달라진 마음이 남았다. 이 소설, 김종광의 『놀러 가자고요』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동안 느꼈던 게 겉으로만 보았던 어떤 어르신의 표정에서 다 읽지 못한 마음이었다면, 누군가의 푸념 같은 진심을 듣고 나니 조금 더 알게 되는 마음이 여기 있었다. 아마도 많은 부모의 생활이 그러하리라, 시골에서 사는 많은 이들의 진짜 속내였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주변의 작은 모습에서 유추하는 분위기 정도로만 봤던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피부에 와 닿는 듯하다. 모두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단편은 하나의 단편소설이자 서로 연결된 장편소설이 된다. 작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연작소설 느낌이 난다. 구석구석 시골의 삶이 묻어난다. 범골의 역사로 마을의 시간을 유추할 수 있는 「『범골사』해설」, 「범골 달인 열전」은 구수함이 풍기는 시골의 모습이었다. 어느 시간에 누가 어떤 행적으로 그 마을의 이름을 오르게 했는지, 글로 전해지는 범골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산후조리」는 농촌의 생활 그대로를 전하는 강한 메시지처럼 들린다. 자녀의 산후조리를 끝으로 더는 산후조리를 할 일이 없을 거로 여겼던 어머니는, 송아지를 출산한 소의 산후조리를 맡게 된다. 장기까지 쏟아내며 자식을 내놓았던 소의 모습에서 인간의 탄생이 동시에 보인다. 어머니는 마치 딸을 돌보듯 소의 산후조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애틋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밤을 새워가며, 젖병에 우유를 물려가며 돌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막상 어머니들이 우리를 그렇게 키웠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일에 그런 최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뜬금없는 다짐까지 생기려고 한다. 농작물을 키워내는 일, 가축을 돌보는 일,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 모든 일이 생계와 연결되어 있다면 더더욱.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들어왔던, 누군가의 입에서 우스갯소리로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났다.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 뭐.’ 농촌의 삶을 만만하게 봐서 나온 말일 테다. 지금은 농촌의 모습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모든 것을 바쳐 농사를 짓고,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남은 것들을 다 쏟아붓고 남은 것은 늙은 몸과 농사일이 버거운 현실이었다. 소문처럼 누구네 자식 일이 입에 오르내리고, 마을회관에서나 어울려 점심 한 끼를 때우는 일, 명절날 누구네 집 마당에 늘어선 승용차들로 그 집 자식들의 생활 정도를 점치고... 정작 그곳에 남아 생을 이어가는 노인들의 마음을 듣는 이들은 없다. 그저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서로의 입장을 나누며, 같은 삶을 이어가려 애쓰는 정도다. 4백만 원이라는 욕조기를 사드릴 수 없는 아들의 마음을 그대로 읊은 「만병통치 욕조기」로 그 모습을 확인한다. 다리가 아픈 어머니에게 찾아온 만병통치 욕조기를 파는 외판원의 온갖 꼬임에도 넘어가지 않는 며느리의 태도는, 시어머니의 아픈 다리보다 자기가 새로이 일군 가정의 안위가 먼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아들은 손에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도 선뜻 내놓지 못한다. 아내가 또박또박 쏟아내는 불매의 이유를 반박할 수 없어서다.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시골 마을에 찾아드는, 흔히 행사장이라고 부르며 호객을 하는 집단에 찾아간 노인들이 두 손에 화장지며 달걀이며 바리바리 싸 들고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출입문을 통해 슬쩍 엿봤는데, 어르신들이 신나게 한 판 놀고 배를 채울 것들을 안고 가는 듯한 표정은 웃음꽃이 만발했다. ‘어르신, 어르신’, ‘어머니, 어머니’라고 부르며 안마를 해주고 노래를 부르면서 제품 홍보를 한다. 흡사 문화센터의 노래교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들이 결국 마지막에 내놓는 건 고가의 제품들이었다. 처음에는 몇천 원짜리 생필품, 시간이 흐를수록 고가의 제품을 권한다. 무릎 통증에 좋다는 약, 가스 마시지 않아도 된다며 인덕션을, 누워있으면 허리가 저절로 찜질이 된다는 전기 매트,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준다는 약탕기. 필요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안 산다고 하면 자식들이 그거 하나 사주지 못하냐고 자존심을 건드린다. 「만병통치 욕조기」의 외판원은 현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구수한 입담을 쏟아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을 퍼부으며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가발댁, 손만 댔다 하면 완벽하게 해내는 부업의 일인자 마늘댁, 돈벌이도 안 되는 노인회장으로 선출되어 아내를 더 바쁘게 만드는 김사또, 놀러 가자면서 2박 3일 일일이 전화를 하면서 남편의 일을 덜어주는 아내 오지랖, 진실을 왜곡하며 부풀리는 거짓말 제조기 소설가 소판돈, 견인차를 부를 필요도 없이 마을의 도랑에 빠지는 모든 차를 꺼내주는 김견인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각각의 개성이 넘쳐흐른다. 어디 개성뿐이랴. 그들이 한데 모여 만드는 범골은 눈물 나게 웃기고, 웃음 나게 슬프다. 그곳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상에, 거를 것 없는 푸짐한 말들, 정말 들어야 할 말을 듣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게 하는 노인들의 ‘썰’들이 웃기다. 일할 젊은이가 없고, 5대의 거주민들을 청년이라 부르고, 농촌 노총각의 인생이 의미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자식을 기다리며 음식을 준비하고, 좀 괜찮아졌나 싶으며 어김없이 터져버리는 구제역이 모든 것을 잃게 하는 삶. 어릴 적 경험하고 피부로 접했던 농촌의 푸근함은, 현실의 팍팍함과 힘듦으로 푸근함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어떡하나. 그들 삶의 터전에서 그 삶을 이뤄주는 것들을 보듬어 안으면서 또 살아가야 할 것을...

 

 

 

농사철에 일정 잡았다고 걱정하셨는데요, 노인분들이 농사철 아니면 움직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잖아요. 추우면 추워서 안 되고 더우면 더워서 안 되고 먼지 많아도 안 되고 바람 많이 불어도 안 되고 비 맞아도 안 되고 딱 이맘때밖에 없어요. 괜히 옛날부터 사오월에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요. 석가모니 부처님도 하필이면 사월 초파일에 딱 맞춰 태어나신 것도 다 까닭이 있다고요. 농사철 중에도 논갈이 끝나고 못자리하기 전에 좀 한가하잖아요. 그래서 딱 그때로 정한 거라고요. 그것도 회장님 혼자 정한 게 아니고 회의에서 여러분이 정한 거라고요. (113페이지)

 

표제작 「놀러 가자고요」는 이곳의 삶이 어떻게 흐르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일 년에 한번 놀러 가자고 하는 마을 사람들의 약속. 오지랖 여사는 놀러 간다는 사람의 확답을 듣기 위해 마을 주민 모두에게 전화를 건다. 저마다의 사정과 핑계로 인원을 추리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자식이 온다고 해서, 다리가 아파서, 그날은 국민안전의 날이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확답을 안 한다. 대신 전화를 건 오지랖 여사를 붙잡고 시시콜콜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다. 손녀가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다는, 치매 부모를 모시기가 힘이 든다는, 무릎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된다는, 생일이라고 자식들이 와서 생일 밥 먹자는 이야기 같은.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좀 들어주었으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싶은데 대상이 없었다는 듯이, 지금 전화를 건 당신이 아니면 누구에게 말할까 싶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런 마음은 비단 시골 생활이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따로 사회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아닌 이상, 노인의 삶은 말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니, 말할 대상이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누구 하나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덜 외로운 노년의 인생을 지낼 것만 같다는 듯이.

 

작가가 풀어내는 『놀러 가자고요』 속 범골의 이야기는 범골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00 마을에서 지내는 우리 모두의, 우리 부모의 이야기이자 삶이었다. 혹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눈에 담았던 풍경들을 확인하는 듯해서 소설 속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농사와 상관없는 삶을 이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9편의 단편이 전하는 것은 농사를 생계로 하는 시골의 삶뿐만이 아니라, 노인의 삶도 같이 비추고 있었다. 우리네 부모의 삶이자, 어쩌면 우리가 곧 만날 시간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살기 좋게 발전하고 변한다고 해도, 노인으로 가는 인생의 이치는 바뀔 수 없으니까 말이다.

 

웃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고이는 웃픈 이야기다.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야기마저 마지막에는 씁쓸한 속내를 들킨 기분으로 읽게 된다. 몇 문장만 읽어도, 나른한 오후의 풍경처럼 여겼던 농촌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확인하게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또 살아갈 그곳 사람들의 풍경이 가슴에 깊게 남는다. 작가가 풍성한 입담으로 쏟아낸 이야기가 인생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내서일 테다. 아직은 내가 다 겪지 못한 그 삶의 고뇌 같은 것을 미리 맛본 기분이다. 어른의 삶은 이런 것인가 싶어 서글퍼지다가도, 아직 남아 있는 어린애 같은 마음에 또 웃음이 나는 일의 반복. 그러다 보니 인생이 뭐 별건가 싶기도 하고, 걱정 앞에서는 한숨도 쉬고, 즐거운 일에는 실컷 웃기도 하는, 이런저런 눈치나 사정 같은 거 잠시 접어두고 잠시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가보자는 게 뭐 어때서.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서른 명쯤은 채워야 버스 움직이는 게 좀 신날 텐데, 오지랖 여사가 돌린 전화가 의미 있을 텐데, 범골 노인들 미적미적 뒤로 빼는 분들 많던데 확답을 줬는지 모르겠다. ‘그날 봐서’가 아니라, 그날은 그냥 다 같이 놀러 가는 날로 도장 쾅~! 찍었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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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덥고,

이상하게 비도 정신없이 퍼부어대고,

책은 잘 안 읽지만,

여전히 관심 가는 책들은 늘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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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의 소설을 몇 편 읽어봤는데,

이번에 소개된 책이 흥미로워서 관심두게 된다.

고민과 소설가.

주간지 <대학내일>에서 대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던 이야기가

<고민과 소설가>로 태어났단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소개 글로만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은 되긴 하지만...

조금은 웃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는 기대.

한편으로는 씁쓸한 웃음일 것 같아서 아픔을 공감하게 될 것도 같다는...

 

고민하는 일이 좋은 어른이 된다는 길이라는 문장에서,

이 책에서 작가가 전하는,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을 같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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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삶의 방식
이수희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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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부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누가 정해 놓은 것도 아닌 가족 구성원의 정족수를 채워야만 행복해질까?

아이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부부가 처음부터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 평생 버팀목이 되어 줄 배우자와 같은 방향을 보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선택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 바로 그것이다. (213페이지)

 

내가 언젠가부터 심각하게 고민하던 것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 읽어보기로 생각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내가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자발적으로 엄마이기를 거부하는, 건강의 이유가 아닌 것으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거로 생각했던 거다. 아니었다. 결혼하고 부부가 된 후, 많고 다양한 이유로 엄마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공감의 인터뷰로, 누군가에게는 전혀 몰랐던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축복이고 행복이겠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못하는) 이들에게는 고통으로 불행이다. 아이가 있든 없든, 결국은 행복 하고자 하는 인생을 사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개인이 선택한 행복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없는 오지랖을 부리고 언어로 폭력을 행사한다. 아이를 가진 이들의 세상에 한발 들여놓지 못하고, 그들만의 세상에 속하지 못하면서 점점 거리가 생긴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배경에 두지 않고 함부로 생각하고 뱉는 말들에 두 번 상처받는다. 아이가 없다는 게 차별받고 계속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일인지 묻고 싶은 순간이다.

 

우리 사회는 왜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사람들만 비추는가?

저마다의 사정을 다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법이다. 결혼했지만 자녀 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많은데도 많은 시선이 그들의 삶을 비추지는 않는다. 난임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아이를 포기한 사람들,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의 삶에 충실하다가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들, 처음부터 많은 고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사람들.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 아이가 없는 그 이유를 왜 타인들은 듣지 않으려고 하고 배려하지 않는가. 왜 아이 없는 삶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가. 아이가 없는 삶을 왜 비정상으로 간주하는가.

 

사회에서는 아이를 '사랑의 결실'이라고 하며, 그 결실이 없는 이들의 관계를 쉽게 부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틀렸다. 그러므로 아이를 억지로 만들면서 그 결실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 증명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부모님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을 증명하면 행복해지는가? 행복은 증명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225페이지)

 

많은 여성의 인터뷰에 내 속이 후끈 달아올랐다. 가장 가까이에서는 가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고, 조금 더 나가면 주변의 사람들이 아이 문제로 고통을 준다.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아야지.' 그 말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여성들. 노력해도 생기지 않는 아이 때문에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해도 해도 안 되어서 아이를 포기하고 부부가 행복하게 살기로 결정했다는 데도 왜 아이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가. 반대로, 결혼해서 당연하게(?) 아이를 낳았다고 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지? 아이를 낳았으면 키우는 게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잘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일을 선택하는 것조차 당사자가 결정할 수 없는 게 현실 속 사회 분위기다. 특히 요즘처럼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려는 국가 정책에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면 함부로 말 꺼내기도 무섭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여러 번의 난임 시술 끝에 건강만 나빠지고 결국 아이를 포기한 상황에도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를 낳지 못한 것만 회자되어 계속 오지랖을 거둘 줄 모르기만 한다. 당사자만큼이나 그 슬픔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추가 업무 담당이 된다. 면접을 볼 때마다 임신에 질문과 질책을 받는다. 난임 시술로 아예 사직하고서도, 결국 임신하지 못하고 재취업 하려고 해도 힘들다. 나라에서는 아이가 없다고 세금은 더 내라고 한다. 아이가 없으니 돈 들어갈 일 없다고 시부모님 용돈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 손주가 없어서 밖에 나가면 남부끄럽단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행복인가?

인터뷰 답변을 듣고 있자니 화를 넘어서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왜 하나의 인간으로 봐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각자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마치 여자가 아이를 낳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만 여겨진다. 왜 아이를 낳는 일이 생각과 계획이 빠진 채로 떠밀려야 하는지, 책임의 주체가 되는 개인은 왜 선택조차 어려운 일인 건지...

 

적당한 나이에 취직하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고, 적당한 나이에 아이를 낳고, 적당한 나이에 둘째를 낳는다…. 그런 적당한 삶이 '정상적'인 삶이라고 믿는 이들은 그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을 견디지 못한다. (166페이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사람들이 말하는 그 '정상'이란 삶을 생각했다.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것을 이루며 보편적이라 여기는 인생의 항로를 가는 것. 그래서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는 '낳는다'는 게 아니라 '선택한다'는 것으로 생각할 문제라고 여긴다.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출산은 부모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야 가능한 일(159페이지)'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물론 이 문제는 배우자와 같이 고민하고 합의해야 가능한 일일 거다) 내가 낳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고, 또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옛날 어른들 말씀처럼 자기 밥그릇은 다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어려운 시대이지 않은가. 다른 것은 고사하고 밥 먹고 사는 일조차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살면서 저절로 자기 밥그릇 챙기지 못한다. 그런 시대를 살면서 내가 낳은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가늠해보지도 않고, 내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고 낳을 수는 없으니까. 지금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바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나는 환갑이 넘어서까지 미성년 자녀를 돌봐야 한다. 그때의 내가 경제적 육체적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더 아이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아이는 낳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므로.

 

저자가 겪은 똑같은 일을 다른 여성도 겪는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의 이야기에 그 실체를 확인하고,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들에게 아이가 없다는 것은, 자의의 선택이든 어쩔 수 없는 결과였든, 다른 삶의 방식일 뿐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선택한 행복의 최선이라는 거다. '꼭 엄마가 되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에 좀 더 깊게, 오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저자는 단순히 아이가 없는 이들의 인터뷰만을 들려주는 게 아니었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기 전에, 아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아이를 안 낳기로 했지만 갑자기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 없이 사는 부부의 노후는 어떻게? 아이 없이 사는 부부의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벽 하나를 넘고, 세상을 더 배운 느낌이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미혼이든 비혼이든, 남자든 여자든,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한, 타인의 삶을 존중해주길 바라면서.

 

한국 사회에서 2인 가족의 삶은 고단하다. 수많은 이들이 '왜?'라고 질문해 온다. 생각 없이, 계획 없이 태어난 아이에게는 축하는 보내는 이들이,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아이 없는 삶에는 의문을 표한다. 포기할 것은 얼른 포기하자. 그 삶이 어떤 모습이든, 부부 두 사람이 열심히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24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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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5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용에 관해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듣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고...)

표지의 배우 때문에라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0여을 써내려간 그 고통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총 5부작 중에서 첫번째 이야기만 출간된 상태.

 

 

 

 

 

 

 

 

1권 - 괜찮아

 

 

 

 

 

 

 

 

 

2권 - 나쁜 소식

 

 

 

 

 

 

 

 

 

3권 - 일말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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