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니, 알라딘 올해의책 투표가 구매한 도서를 기준으로 투표하게 되었네.

구매한 책으로 투표를 한다고 생각하니 투표 결과에 신뢰감이 높아진다.

1년동안 구매한 책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서 매일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 ^^

 

알라딘 다이어리를 받을까말까 고민하면서 미처 구매하지 못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한다.

다이어리 증정 가격에 맞출까말까... 아, 이것도 심란...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앨리스 먼로의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을 살펴보다가 당장에 읽기를 포기했다. 너무 두꺼워... 정여울의 최근작에서 이 책 속의 단편을 맛보았던 생각이 나서 찾아봤는데, 당장 읽기는 어려울 듯하다. 눈을 돌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나 <디어 라이프>가 덜 부담스럽게 읽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찾아보게 된다.

 

 

 

 

보바리부인이 펭퀸클래식의 새옷을 입고 나왔다.

펭귄클래식의 까만표지 디자인만 보다가 오렌지색 표지를 만나니 낯설면서 새롭기도 하고 자꾸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출판사 책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서, 또 찾을 수도 없어서 이번에 다시 구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다. 얼마 전에 펭퀸클래식 구매이벤트로 받은 컵이 왔는데, 그때 오렌지색 컵이 와서 뜬금없다 싶었는데... 이렇게 새옷 입고 나오려고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나보다... ^^

                                                                                               

 

 

 

 

 

 

 

 

 

기욤 뮈소의 새책, 내일... 이번에는 표지 디자인을 다른 사람이 했나보다. 전에는 줄곧 은알 그림으로 만나서 익숙했는데 조금 새롭다.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망향. 마스다 미리의 신간까지... 겨울 양식 준비 단단히 해야할 듯하다. 

 

 

 

 

 

 

 

 

요즘 화면에서 보는 문재인 아저씨는 뭔가 표정이 다르다. 조금은, 단단해진 느낌?...^^

<수업시간 그녀>를 아직도 구매하지 못했다. 읽어보고는 싶으나 뭔가가 자꾸 망설여지는 것 같은...

 

 

 

 

 

 

 

 

 

무무의 새책이 나왔다. 어떤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해줄지 궁금하면서 푸른 빛의 표지를 먼저 눈에 담는다.

불새 과학소설 시리즈를 얼마 전에 처음 봤는데, 가을부터 출간되고 있었구나. 불과 두달 전의 출간이었는데 전편 출간을 몰랐구나... 검은 표지가 눈을 확 빨아들일 듯하다.

 

 

<불안한 남자> 정치적 신념을 위해 두 얼굴로 살아온 인물을 묘파한 장편소설이라는데... 귀가 솔깃하다.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나 책 소개로 관심가는 도서...

카페에서 책읽기 두번째가 나왔다. 설마 했는데 계속 나오네.

전작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가볍게 만나기 좋은 서평집이다.

 

 

 

 

얼마간 책도 안 보고 어떤 책이 나왔는지조차 관심두지 않고 살았더니, 그 사이 정말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더라.

그 중에는 그냥 관심에 머무르는 책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있다.

한권 한권 읽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바구니 비워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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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서 이불과 방바닥이 절친이 된다.

이런 추위를 가시게 해줄 게 책이라면, 그중에서도 로맨스는 더 땡긴다. ^^

 

 

 

 

 

 

 

 

 

 

한달에 딱 한 번만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지키도록 해야겠고...

나머지는 관심 목록으로만 남겨두어야 하나... 고민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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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걸리면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TV를 그렇게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드라마는 더더욱 잘 안 보는 편이다.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 회를 기다리는 그 간절함이 싫어서 안 보기도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재미를 느끼는 드라마를 못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요즘 완전 꽂혀버린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94>

 

 

 

우연히 3,4회를 보게 되었다. 이거 뭔가? 이 아이들 이름은 왜 이런가? 쓰레기, 칠봉이, 삼천포, 해태, 빙그레.(물론 이 아이들의 이름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뭔가 수상쩍은데 계속 보게 된다. 안 되겠다. 다시 편성표 찾아서 1,2회를 또 잠깐 봤다. 이거, 물건이구나. 한참을 웃기다가 울리기도 한다.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듯이 1994년, 혹은 스무 살 우리들의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는다. 중독성 강한 드라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드라마 곳곳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 속으로 빠져들어 1994년의 나를 본다.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도 저절로 해석이 될 만큼 몰입하게 된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서 더 마음이 간다. 한참을 웃기다가 기어코 울려버린다. 낯선 곳, 낯선 이들, 낯설기 만한 환경이 만들어내는 것들이 이들에게 정을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든다. 마음을 나누게 한다.

 

 

 

1994년의 여름. 나는 경기도에 있는 언니 집으로 잠깐 놀러 갔었는데,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다는 뉴스속보를 봤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속보가 너무 진지했다. 나는 언니에게 집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해야한다면서 서두르라고 했다. 언니는 황당한 표정으로 질문을 대신하고 있었다. 왜? 김일성이 죽었다잖아! 전쟁이 날지도 몰라, 엄마랑 이산가족 되기 싫단 말이야! 언니는 진짜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렇게 쉽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날씨도 더운데 냉수나 마시라고 했다. 얼마 후 10월, 중간고사가 한참일 때 대형사고가 터졌다고 했다. 다리가 무너졌단다. 어디에서? 성수대교래. 아침 등굣길, 출근길에 웬 날벼락인가 싶은 마음으로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응답하라 1994>를 끄덕임과 함께 보게 되는 이유는 이런 공감이다. 내 눈으로 보고 들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음이다. 잊혔던 사건들과 음악들이 그 시간으로 나를 불러낸다. 이어폰 한쪽씩 귀에 나누어 끼고, 마치 그때 그 시간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던 때다. 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것은 박물관에 진열되지 않을 듯하다. 나정이가 입고 다니던 멜빵바지. 해태의 긴 허리띠와 부피가 큰 가방, 바닥 청소도 가능하게 만드는 통 큰 바지. 빙그레가 빠져 있는 부활의 음악. 윤진이가 팬심으로 강해져버리는 서태지의 시대. 먼지 풀풀 날리면서도 응원석에 앉아있게 했던 칠봉이의 대학야구. 환호성 속에 열광하던 농구 경기. 검기 손가락을 흔들며 윙크를 날리던 차인표 아저씨의 가죽점퍼. 휴대폰이 보급되기 바로 직전의 호출기. 호출을 확인하거나 음성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에 줄지어선 사람들. 오래 전 한때를 생각나게 하는 김동률의 노래. 그리고 첫사랑.

 

 

 

 

 

 

 

 

 

 

 

삼천포의 이름만 드러난 상태에서 도대체 누가 나정이의 남편인 김재준이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때의 하숙생이 아닌 설마 제3의 인물이 되지는 않겠지? 개인적으로 쓰레기오빠가 나정이 남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져야 한다는-순전히 나정이 입장의 첫사랑이지만-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을 보고 싶은 간절함에... ^^

 

 

 

11회까지 보면서 많이 웃고 울었다. 그들의, 1994년에 머무른 것이 아닌 흐르는 시간이다. 1994년부터 흘러와 2013년, 마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있다. 스무 살 청춘의 파릇파릇함과 세상을 향해 뛰어든 많은 모습들이 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듯하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하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하느라 부딪히는 것들. <응답하라 1994> 속에 스무 살의 모습이 있다. 나의 스무 살, 또 다른 이들의 무수히 많은 스무 살이 그 안에 있다. 그 안에서 쓰레기 오빠는 스무 살 청춘들의 멘토 같았다. 그래봤자 몇 년 더 살아온 시간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방인처럼 서울 땅에 모여든 이들에게 먼저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서울생활을 시작한 쓰레기 오빠는 선생님 역할처럼 보인다. 많을 것을 물어볼 수 있고,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좀 더 나은 방법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대상.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를 빙그레에게 쓰레기 오빠는 도전이라는 답을 던져주었다. 이것도 하고 안 되면 저것도 하고, 어려운 것도 어렵지 않게 시도하게 만드는 마법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교만 입학하면 뭐든 다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스무 살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저 연장선으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을 뿐이다. 휴학하고 말았던 빙그레의 고민, 쓰레기 오빠를 향한 나정이의 마음, 기어이 고백해버린 칠봉이의 도전, 앙숙처럼 티격태격 목을 조르고 졸리다가 연인이 된 윤진이와 삼천포, 의리를 불살라버리겠다는 듯 사투리 속사포로 공격하던 해태. 이들의 그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마다 저절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나의 1994년으로.

 

 

 

요즘 아이들이 이 드라마를 볼까 궁금하지만, 역시 본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들 많이 있을 것 같다. 큰 조카가 1996년생이다. 지금 그 아이가 대학입시생이니 곧 만날 스무 살, <응답하라 1994>의 스무 살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십년의 간극을 두고 시작하는 스무 살.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던 그때의 일들이 이 드라마 한편으로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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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vie 338
서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따듯한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 그래서 구매했다. 하나의 문장이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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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호즈미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큰 의미 없는 질문을 하나씩 던지고 싶어진다. 홀수가 좋아 짝수가 좋아? 음, 글쎄... 정말, ‘글쎄’다. 그다지 의미 없는 질문에 별 의미 없는 답이다. 하지만 홀수 짝수에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각각 홀수의 시작인 ‘하나’, 짝수의 시작인 ‘둘’이란 숫자의 의미는 확인하고 싶어진다. 하나와 둘. 하나를 가질 수도 있고 둘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하나만 남는다는 것과 둘이 남는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호즈미의 단편만화집 『결혼식 전날』은 그 ‘둘’에 관한, 그리고 ‘하나’에 관한 이야기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성장이 있고 이별이 있다. 사랑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눈물 나게 슬프기도 하지만 애틋하게 남겨진 감정이 있다. 그런 사람, 우리의 이야기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만화다. 누군가의 하루를 듣는 듯한, 일상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가고 있는데 거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반전이 일어난다. 정말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작은 반전이 그 이야기 끝에 눈물을 매달게 하거나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준다. ‘이걸 어떡하지?’ 싶은 눈물을 만든다. ‘뭐야 이거?’ 싶은 미소를 만든다. 슬픔과 기쁨, 그리고 또 다른 그 이상의 감정을 주인공들이 만들어내고 있다.

 

표제작 「결혼식 전날」은 제목 그대로다. 결혼식 바로 전날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내일을 위한 웨딩드레스를 또 한 번 미리 입어본다. (여자는 며칠 전에도 웨딩드레스를 몇 번 입어봤다.) 초대 손님들의 자리 배치를 걱정한다. 내일 하루를 위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을 이야기하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마지막 인사. 눈물 나게 애틋한 그 인사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 이별이지만 이별이 아닌 순간이 그렇게 찾아온다.

「아즈사 2호로 재회」는 아주 슬픈 이야기다. 그런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저절로 그리게 한다. 집에 혼자 있던 꼬맹이 아즈사에게 일 년에 한 번씩 아빠가 찾아온다. 오늘이 그날이다. 아즈사는 아빠와 함께 아이스크림도 먹고 빨래도 한다. 담배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던 아빠를 엄마는 원망한다. 그렇게 아빠는 떠났고 오늘처럼 아즈사를 한 번씩 만나러 온다. 아즈사와 함께 하루를 보낸 아빠는 다시 떠난다. 아즈사는 또 기다리겠지. 일 년 후에 찾아올 아빠를...

인간 남자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공간을 그린 「그 후」는 살짝 허망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려하고 싶지만 귀찮아서 내버려둔 고양이의 마음이 오해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보고 있는 듯해서 웃음이 난다. ‘아’라고 말했는데 ‘아~아~아~’라고 들리는 순간이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빼고 말했더니 전혀 다른 내용의 메시지가 된다. 그런 순간이 일상에 무수히 많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재미있는 일상이다. 고양이의 황당한 표정에 미소 지어진다.

「10월의 모형 정원」은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이야기다. 은둔하듯 사는 소설가 남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14살 소녀. 남자는 소녀에게 가라고 말했지만, 소녀는 가지 않고 계속 남자의 집으로 찾아온다. 잔소리도 하고 음식도 만들면서 남자의 집에 드나든다. 어느 날 전단 한 장을 보게 된 소설가는 놀란다. 자기 집에 찾아든 이 소녀는 누구란 말인가. 창문을 통해서 매일처럼 보이던 까마귀는 어디로 날아갔기에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건지. 그리고 이 둘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재탄생되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소설의 탄생.

그리움을 담은 「모노크롬 형제」다. 오래전 학창시절에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했던 쌍둥이형제의 이야기다. 그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에 형제는 장례식장을 찾아왔고, 둘이 술을 마신다. 이미 할아버지가 되는 나이의 두 사람인데 과거의 기억은 참 또렷하다. 동생은 그녀가 형과 사귀었다고 생각하고, 형은 그녀와 그런 사이였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다. 오래 전 그때 그 시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둘은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꿈꾸는 허수아비」는 사람이 사물이라 여기는 것과 교감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오빠와 여동생, 남매만 남은 상황에서 큰아버지 댁으로 옮겨가게 된다. 남의 집에서 생활하는 게 눈칫밥이 장난이 아닐 텐데, 어리기까지 한 여동생에게는 더했겠지. 어린 여동생은 집 앞 밀밭에 있는 허수아비를 엄마라 부르기 시작한다. 여동생은 하고 싶은 말,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허수아비에게 가서 이야기를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오빠는 캔자스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던 중 보내는 이의 이름이 없는 엽서를 받는다. 엽서에는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않던 여동생의 결혼 소식이 적혀 있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 짧은 이야기의 어디까지를 얘기해야할지 조심스럽다. 얼핏 보면 그냥 그런 이야기일 것 같은데... 맞다. 그냥 평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로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한다. 부모와 형제자매와 연인과 또, 더 많은 것들과. 그렇게 혼자가 되고 또 혼자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이 쉬울까? 그 마음이 괜찮을까? 이 단편들이 유독 내 눈에 보여주고 있던 것은 주인공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함이었다. 잘린 듯하지만 이어져 있고, 못 본 것 같지만 다 보고 있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 알 것 같은 감정들이 우리가 호흡하는 공중에 부유하고 있다. 그렇게 부유하고 있다가 곧 소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여섯 편의 단편 속에 있는 이들은 모두 둘이다. 남매, 아빠와 딸, 형제, 동물과 사람, 사물과 사람. 모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 감정, 상황을 담고 있다. 특별할 것 없다고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이유는 뭘까. 너무 평범해서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매력이 있다. 둘 사이의 관계와 그 흐름이 두 눈과 귀가 따라가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가 더 나올까, 이들의 마음이 무엇일까, 그 일상을 품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싶은 기대감이 생기게 한다. 너무 잔잔하게 흘러가서 언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도 모르게 페이지를 덮고 있게 한다. 그 이야기들의 가운데에 반전이 있다. 울컥거리게 하면서 묵직한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게 한다. 읽는 순간, 그 마음을 듣는 순간의 진심이 그렇게 나오고 있다.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결국은 마주하게 되는 타이밍. 삶에서 그런 순간 참 많이도 만나게 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만날 때마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매번 깊어지는 듯하다.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단편소설이 아닌 단편만화의 맛을 이렇게 만날 수도 있다는 게 즐겁다. 기뻐도 눈물이 나고 슬퍼도 웃음이 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나 진심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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