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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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1950년대에 태어나서 2025년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시대에 익숙한 문화에 몸이 적응했고, 그렇게 살아오는 과정이 당연했겠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는 먹어가고, 그만큼 세상은 변화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나이 먹어가는 속도와 비례하듯, 점점 더 빨라지는 듯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저절로 알아지는 삶의 경험과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를 마주해야 했다. 현금이나 토큰, 승차권으로 타고 다녔던 버스는 이제 카드 한 장의 알림음으로 요금을 대신한다. 내가 버스 토큰 세대가 아니었던지라 이런 얘기가 나에게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매체로 보던 어떤 장면들은 나에게도 없는 경험이고, 내가 아는 현재의 또 다른 역사 같은 기분이다. 아마 오늘의 어떤 장면들은 훗날에 역사의 한 장면으로 소환될지 모른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낯선 경험과 비교하듯이 말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첫 번째 작품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의 후속 작품이 나왔다. 그냥 편하게 펼치면서 웃어보고 싶었는데,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 여러 번 보여서 놀라면서도 우울했다. 우리 모두 생김새나 사는 곳은 달라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일상 곳곳에 놓인, 언젠가부터 우리 일상에 너무 익숙한 셀프문화. 음식점에서도 물과 추가 반찬은 셀프, 주유소에서도 셀프 주유, 학원에 가서도 출석 체크는 모바일로 셀프. 찾아보면 셀프 아닌 게 거의 없을 수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용하기 심란한 게 셀프 계산대가 아닐까?


셀프 계산대 앞

얼어붙은 사람들

죄다 할배들

(39페이지)


셀프 계산대

날 보고 다가오려

준비하는 직원

(93페이지)


할 줄 몰라요

가까이도 안 가요

셀프 계산대

(94페이지)


이 짧은 문장들이 왜 이렇게 슬프게만 들리는지. 사실 다이소나 마트 계산대는 이용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내가 고른 물건 바코드만 찍어 옮기고 계산하고 내 장바구니에 담아서 나오면 끝이니까. 하지만 나 역시도 이용하면서 처음에 많이 떨렸던 게 셀프 계산대였다(공포의 키오스크 말이다). 단순하게 커피 한 가지만 주문해도 되는데, 원두나 샷 등 추가 옵션을 고르라는 것도 어리바리하면서 잠깐 주춤거리게 될 때가 있다. 그중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는 건 패스트푸드 셀프 계산대. 특히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의 주문은 무슨 옵션이나 추가가 그렇게 많은지, 소스 종류는 또 뭐고. 그냥 알아서 다 만들어주면 안 되나? 대학에 들어가고 처음에 힘들었던 게 시간표 짜는 거였는데, 패스트푸드 셀프 계산대 앞에 처음 섰을 때 기분이 딱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갑자기 일상의 모든 것이 셀프인 시대를 맞닥뜨린 게 아니라 서서히 변화하는 세상 속 셀프 문화였다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이 마주한 셀프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앞에 놓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더라. 낯설고, 어렵고, 막막하고, 그래서 주문을 포기하고 뒤돌아서기도 하는... , 이 상황 이 마음이 너무 공감하게 되는 이 순간이, 슬프다.


이미 이 시리즈의 분위기는 알고 있기에 새로운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이 짧은 글에 공감하게 되는 마음의 떨림은 어쩔 수가 없더라. 모른 척하고 싶은데, 처음 듣는 말처럼 놀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나의 엄마가 살아가는, 몇 년 후 내가 살아가야 하는 노년의 일상이 이런 모습이라는 걸 미리 보는 느낌이다. 어른답지 못하게 늙어가는 이들도 많겠지만, 이 책 속의 짧은 구절들은 어르신들이 경험한 삶의 해학이 그대로 담겼다. 마냥 무겁게 느껴질 법한 삶의 순간들을 재치 있는 문장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나이 드는 것도 막을 수 없고 노녀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도 않게 살아가야 한다면, 이렇게 유쾌한 자세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마냥 우울하게만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웃으면서 지내는 날들을 만들어야겠지. 진짜, ‘어쩔 수 없음을 대하는 자세는 긍정적뿐인가 싶기도 하다.


들었던 것 같은데

알았던 것 같은데

했던 것 같은데

(79페이지)


늦은 오후에 엄마한테 걸려온 전화로 심란했는데, 잠깐 이 책 읽으면서 우중충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엊그제부터 갑자기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당장 병원에 갈 수 없으니 무릎 보호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항상 놓인 자리에 있어야 할 무릎 보호대가 보이지 않자 여기 저기 집안을 뒤져가며 찾기 시작했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자 나에게 전화를 한 거다.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 짜증이 났는데, 짜증을 표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한숨부터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엄마는 항상 자기가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두었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건을 찾는 일은 종종 있었고, 엄마가 찾는 물건을 내가 찾아주곤 했다. 내가 지금 엄마 집으로 갈 수 없으니 이 분실(?) 사건을 해결해줄 수도 없고, 엄마의 아픈 무릎은 계속 아픈 채로 있어야 하니, 참 답답하다. 그만 찾고 집 근처 약국에서 새로 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다시 전화해보니 내일 새로 산다고 하면서 그냥 파스를 붙였단다. 아니, 약국이 먼 것도 아니고 집에서 걸어가면 1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사용하던 무릎 보호대도 못 찾고, 무릎은 계속 아픈 채로 있어야 하고, 내가 그걸 어디에 두었을까 하면서 머리 아픈 채로 오늘 밤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에휴. 진짜 한숨이 가득한 날들이다.


이 책 유쾌하고 웃긴데, 읽으면서 웃긴 했는데, 다 읽고 책을 덮고 나니 그냥 또 우울해지는 게 현실이네.



#실버센류모음집 #그때뽑은흰머리지금아쉬워 #사랑인줄알았는데부정맥

#노년의일상 #셀프 #변화하는세상이무서워 ##책추천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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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내가 이 자격증을 갖게 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머릿속에서 이게 현실인가 싶은 생각이 잠깐 머물기도 했다. 그럼 내가 이 분야로 일을 하려고 그랬을까 싶지만 딱히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 일을 모르는 거라서, 언젠가는 내가 이 자격증으로 밥을 먹고 살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뭐든 배우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보통은 2~3개월 과정으로 이론 수업을 듣는데, 나는 다른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2주 정도 이론 수업을 듣고 하루 실습을 하고 시험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초스피드로 수업을 듣다 보니 따로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배우는 동안 재미있었다. 이미 내가 현실에서 겪은 사례도 많았고, 요양보호나 간병, 장기요양제도에 관한 여러 가지 행정적 내용에 관해 알게 되는 부분도 유용했다. 자격증 취득이나 시험 준비 여부를 떠나서, 시간이 되면 이 수업은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다. 정말 일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처음 학원에 등록했을 때 사전 조사를 하는데, 이 자격증 취득 목적을 적으라고 했다. 다양한 답변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가족 요양이었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니, 어느 날 엄마가 지금보다 더 몸이 불편해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조금이라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막상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스럽기만 할 것 같다. 이미 아버지 때 한번 경험했었고 또 다시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피해갈 수 없다면 이 위기를 잘 넘어가는 것만이 답인 것 같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이었다.


대만의 한 만화가가 12년 동안 부모님을 돌보며 임종을 지킨 과정을 담아낸 만화 나의 독박 간병 일지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간병이란 단어가 일상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찾아보던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유독 눈길이 머물렀던 부분은 독박이란 말이었다. 누구나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간병이 필요한 상황 역시 너무 많았기에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독박이란 단어가 주는 우울과 분노는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감정이었기에 듣고 싶었다.


나도 비슷하긴 하지만, 저자에게도 아무런 준비 없이 간병인의 삶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달아 암에 걸리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저자가 부모의 주돌봄자가 되었다. 그 중에서 갑자기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힘들었다고 한다. 육체적 힘듦과 정신적인 피로감은 저자 자신의 일상도 피폐하게 만들었다. 고통에 뒤척이는 환자 곁에서 함께 잠 못 드는 시간을 보냈고, 환자가 느끼고 분출하는 분노까지 받아내야 했으니 오죽했을까.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투명한 상자 안에 갇힌 것 같다고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어느 날 나에게도 찾아온 갑작스러움이 이 상황과 다르지 않았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하게 된 아버지는 다른 환자들보다 상태가 나빴다. 오래된 당뇨병과 여러 가지 합병증을 앓고 있던 상태에서, 병원에서 금지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아버지의 몸은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나빠진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심근경색이 왔으니,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중환자실에 있던 시간이 길었다. 어느 정도 회복되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기까지의 대학병원 병실에서의 생활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다. 아버지가 대학병원 퇴원과 동시에 요양병원으로 옮기면서 내가 병실을 탈출했을 때는,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왜 누군가에게 간병은 독박으로 찾아올까. 각자 나름의 사정은 있다. 저자의 오빠들은 따로 살고 있었고 집에 잘 찾아오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 와도 손님처럼 잠깐 머물다 갔다. 저자의 언니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언니가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저자와 교대하듯 간병을 했다. 저자의 엄마는 옆에서 같이 아버지를 간병할 수 있었지만, 엄마 역시 암 치료를 받는 환자였다. 그러니 아버지의 간병은 대부분 저자의 몫이었고, 또 그게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받아들이면서 간병 생활을 이어나갔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부모와 아들 딸, 이렇게 다양하게 가족이 구성되어 있는데, 왜 돌봄이 이 가족의 여성에게만 주어진 역할일까. 저자의 말처럼, 아마도 시대적 배경이 그 이유가 될 듯하다. 여성의 가사 부담이 컸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픈 가족이나 어른을 간병하고 책임지는 돌봄자 역할은 딸이나 며느리가 맡았던 것처럼, 많은 가정에서 아직도 이 분위기는 쉽게 변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우리 집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다른 형제들은 직장을 옮기거나 결혼을 하면서 집을 떠났고, 부모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살았던 자식은 나였다. 두 사람 몫을 해야 했던 엄마의 고단함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엄마의 고됨을 같이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노인이 된 엄마가 노인이 된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으니 당연하게 내가 그 몫을 해야 했고,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보니 나에게 남은 건 우울감과 분노였다. 가족이니까 돌봐야 한다는 생각과 왜 이 고됨을 나 혼자 해야 하는가 싶은 마음이 뒤섞였다. 그렇다고 다른 형제자매가 모른 척한 건 아니다. 나름의 도움이 되어주었지만,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오롯이 나와 엄마였으니. 엄마와 나는 마치 전쟁터의 전우처럼 지냈다고,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런 말을 주고받으면 조금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환자였던 아버지의 자리에 엄마가 있고, 나는 여전히 이 가정의 돌봄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나의 독박 간병 일지의 저자 미아오가 아버지를 보내고 다시 어머니의 돌봄자가 되었을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이 책의 소개글에서 보니, 현실적으로 간병을 말했을 때 보답은 없고 고통과 상처만 가득한, 결과가 정해진 여정이라는 표현도 있더라. 돌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고, 어쩌다 한번 오는 다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듣는 게 일쑤라고. 그때마다 상처는 배가 되어 고통스럽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지저분하게 이게 뭐냐고 정리 좀 하라는 말 한 마디에, 도대체 정리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던 적도 많다. 늘 잠이 부족해서 어지럽고,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어디 머리 기대고 눈 좀 붙일 데가 없는지 찾는 게 일인데, 이 공간에 스며들지 않은 사람이 쉽게 뱉는 말에 받는 상처는 육체적 고단함보다 더 고통스럽게 가슴에 꽂힌다. 이 돌봄의 역할에 같이 참여해야 할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팔순이 넘은 엄마는 거의 일 년에 한번 정도 병원생활을 하게 되더라.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불편하고, 멀쩡하게 잘 걷다가 넘어져서 손등 뼈가 골절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냥 웃음만 났다. 별 수 있나, 병원에 갈 짐을 챙겨야지. 여행도 잘 안 가서 구석에 놓아둔 캐리어를 꺼내서 짐을 싸기 시작한다. 항상 병원이 춥다고 말하는 엄마이기에 1인용 전기장판과 작은 담요 한 장, 멀티탭, 일회용기, 생수, 각티슈와 물티슈, 속옷과 수건 등 이제는 익숙한 입원 물건들을 챙겨 넣고 캐리어 지퍼를 닫곤 했다.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또 병원행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아서 지켜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다행인가. 아니면 언제 또 나빠질지 몰라서 가슴 졸이는 시간을 지내는 게 더 힘든 일인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저자의 꿀팁이 유용하니, 각 가정에서 잘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부모님이 건강할 때 진지하게 가족회의를 해라.

(쉽지 않다. 의견도 다 다르고 사는 형편도 달라서 해결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미리 이야기를 해 두어야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 덜 당황하게 된다. 완벽한 해결 방식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될 테니 평소 이 부분에 관한 의논은 자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쑥스럽더라도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라.

(, 진짜 쑥스럽긴 하다. 그래도 좋은 말,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자주 해야 한다. 나도 아직 사랑한다고까지는 말 못 하는데, 약간 느끼한 말도 곧잘 한다. 진심은 말하지 않으면 그대로 잘 전달되지 못한다.)

셋째, 부모님의 정기 건강검진을 꼭 챙겨라.

(12월 말에 엄마가 건강검진을 받았고 이상소견이 보여 2차 검사까지 받았다. 조직검사를 받으러 가야 할 것 같아서 대학병원에 미리 예약까지 해 놨었다. 다행히 2차 검사에서 더 나쁜 게 보이지 않아서 대학병원 예약을 취소했지만, 이미 안 좋은 걸 확인했으니 주기적으로 다시 검사를 해보자는 담당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검사를 받고 안 좋은 결과를 확인하고 또 다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피가 마른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직장인이 아니어도 2년에 한 번씩 기본 건강검진 거의 무료로 받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꼬박꼬박 챙겨서 건강 상태 확인하자.)


간병의 경험담을 통해 이미 마음 다짐을 했어도, 간병을 지속하기 위한 자세를 만든다고 해도, 어디 이 간병이란 놈이 쉽겠는가. 그래도 우리가 피해갈 수 없다면, 독박이든 함께하든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다면, 좀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이미 저자와 같은 시간을 겪어온 내가 느끼기에 저자의 이야기는 너무 생생했다. 저자의 경험담이, 저자의 방식이 완벽한 답은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경험을 해야 한다면 먼저 한 사람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나의독박간병일지 #어느날부모님의보호자가되었습니다 #미아오 #이덴슬리벨

#에세이 #그림에세이 ##책추천 #돌봄의역설 #가장느린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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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16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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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신작을 종종 만나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초기 출간 작품들에 손을 대고 있다. 누구나 처음이 있는 것처럼, 작가에게도 첫 작품이 있을 텐데, 이제까지 만난 정해연 작가의 작품들은 초기 출간작들과 최근 출간작들 사이에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어떤 작품이든 만나다 보면 재미의 정도는 다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재미의 정도를 따지기 보다는 기존에 만나왔던 작품들과 다르게 조금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 미스터리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은 정차웅은 봉명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니컬한 태도로, 삼선슬리퍼 질질 끌면서 다니는데도 거슬리지 않는다. 그 자체가 패션처럼 보일 정도이니, 우중충한 아파트 분위기 안에서 유일하게 빛이 나는 존재가 되어버린 듯하다. 특히 싫어하는 것은 오지랖,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가 어쩌다 보니 아파트의 온갖 사건사고에 그의 기지를 발휘하면서 은근슬쩍 참견하고 있던 거다. 알고 보니 그의 정체는 전직 형사, 그것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탁월한 능력을 뽐내던 형사였다. 무슨 사연으로 형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해결에 큰 역할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봉명아파트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임대아파트다. 아파트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데,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CCTV만 있었어도...’ 뭐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한 대 달아도 되겠지만, 회사에서 설치해주지 않는 이상 누구도 개인 돈을 들여 이 아파트의 안전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아파트에서 계속 사건이 일어난다. 한밤중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도둑이 들고, 방문교사로 일하며 이 아파트에 사는 여성이 실종되어 시신으로 발견되고, 아파트 입주자가 아닌 사람이 아파트에서 자살하기도 한다. 누가 엘리베이터 안에 오줌을 싸놓는 것도 화가 나는데, 급기에 오줌은 똥으로 변하면서 엘리베이터 오물 사건의 정점을 찍는다. 또 누군가는 집안에 있는 상태로 사망했는데 침입 흔적조차 없으니 사건 해결에 난감해진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아파트 업무보다 더 거슬리고 피해가고 싶은 대상이 있다. 바로 아파트 부녀회장이다. 지나치게 잘 생긴 그의 얼굴을 위 아래로 훑으며 말을 거는 이 아줌마를 보면 불러도 못 들은 척 돌아간다. 그를 두고 수위를 넘나드는 성적인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 이들을 어떻게 하지도 못 하고 죽을 맛이다. 그 와중에 전 직장 동료인 형사 강주영과 마주치면서 하루하루가 스펙타클하다. 어쩌다가 이 아파트에는 이런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왜 매번 담당 형사는 강주영이며, 관리소장의 기분에 따라 몸을 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의 촉은 죽지 않아서, 형사 강주영이 담당하는 사건마다 은근슬쩍 실마리를 제공하고, 그의 추리에 신중을 더한다.


아마 강주영은 그가 왜 형사를 그만두었는지 모른 채로 궁금증이 쌓여가던 중에, 이 아파트의 사건들을 기회로 그의 비밀을 듣고 싶었을 거다. 나도 궁금했다. 그는 왜 형사를 그만두었을까. 나름 사연은 있겠지만, 마치 천직처럼 사건 해결을 잘 해 왔던 그가 갑자기 그만두었을 때는 이유가 있겠지 이해하면서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 이 사연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야 풀리긴 하는데, 단순히 한 사람의 비밀 같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는 개운함보다, 마치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한 마디 들을 기분이랄까. 어떤 일 앞에서 마치 내 탓인 것처럼 자책하면서 살아갈 필요도 없고,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잘 추스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마치 우리 의무인 것처럼 말이다.


괜히 형사가 아닌 것 같다. 그가 하는 추리마다 그럴싸한 배경이 있었고, 읽으면서도 당연하게 흔적을 놓치고야 마는 게 나라는 독자라면, 조용하게 사건의 이면을 보면서 해결하는 게 정차웅이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사는 사연들이 어두웠지만, 이야기는 흥미롭고 유쾌하게 사건 해결에 다다른다. 특히 엘리베이터 오물 사건은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누가 볼 수도 있는데, 어떻게 아무도 못 본 사이를 틈에 오줌과 똥을 그렇게 싸고 다니는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의외의 이유로 똥 사건의 배경을 듣고 나니 진짜 웃음만 나더라는. 교묘한 트릭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아파트라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사연들이었기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러한 일상에 미스터리라는 요소가 더해지니,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내는 오늘이 참 평범하면서도 복잡하게 흘러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 누구나 자기만의 사연, 이유는 있는 거니까.


가볍고 유쾌하게 읽히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읽는 동안, 몇 편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를 상상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전직 형사 정차웅, 배경은 그가 정체를 숨기듯 새 인생을 시작한 봉명아파트,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정차웅,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건 해결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숨은 브레인, 뭐 그런 설정을 머릿속에 그리며 읽는 재미를 더했다.


#봉명아파트꽃미남수사일지 #정해연 #황금가지 #소설 #추리미스터리

##책추천 #코지미스터리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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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약속을 하고 길가에서 기다리다가,

신호등 위에 쌓인 눈을 맞았다.

얼굴로 녹아내리는 눈 모자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

너무 춥다...


아침 빙판길에 차조심을 얘기하고,

한낮의 녹아버린 눈에 미끄러워 넘어지지 말라고 얘기하고,

저녁이 되면서 다시 얼어붙는 온 세상에 더 추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녹색광선 책이 예뻐서 사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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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25-01-0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이 책 예쁘게 만들어요. 셰리 저도 반한 책!

구단씨 2025-01-08 19:20   좋아요 0 | URL
^^ 네. 책이 너무 예쁘고 손에 잡히는 감촉도 좋아요.
색이 변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호시탐탐 - 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4
김보통 외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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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좋고 나쁘다는 명확한 구분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나는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하루가 쌓이면서 늘어가는 나이만큼, 사고가 넓어지고 더 성숙한 어른이 될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앞으로 이 생각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여러 만화가가 한 자리에 모여 인권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다양한 개성만큼 각 이야기의 매력도 달랐지만, 인권이라는 한 가지로 모이게 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김보통의 최후의 보호막은 지금 내 주변의 몇몇 사람이 제조업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또는 외부의 작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기에 많이 공감했다. 대마왕이 존재하는 세계여서 판타지의 재미를 상상했는데, 그 세계 안에서도 여전히 산업재해는 존재했다. 보석을 캐는 노동 현장에서 재해가 일어나고 노동자는 사망하기에 이른다. 처음부터 보호조치가 되지 않은 현장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이런 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 죽은 노동자를 대신해 누군가 그 자리를 채우고, 회사는 이익을 맞추면 되는 일이 너무 익숙하다. 우리가 아는 노동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책에서 고발하듯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가슴은 이 추위에 더 추워지기만 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수수께끼라는 작품 속 김정연 작가는 지금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누군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이런 깊은 속내를 담아내는 돌봄의 문제를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일상의 곳곳에서 돌봄은 필요하다. 아픈 노인, 잘 성장 시켜야 할 아이, 활동에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 등 마치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란 듯이 혼자서 불가능한 일이 너무 많다. 알고 있지만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관심 두기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문제였다.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 그 돌봄을 위해 본인의 일상과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사회가 더 깊게 들어줘야 한다고.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없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참여해야만 그 돌봄 현장의 많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이레, 요니요니 작가의 청첩장 도둑역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한 장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정상가족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쎄, 내가 이 작품 속 가족 안에 있다면 선뜻 다른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살아가는 기준에 올려놓은 목록을 불러왔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마주하게 될 다름을 먼저 떠올리기.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강요하는 게 가족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는 건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우리는 다르게 생긴 외모만큼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어렵지만 죽을 때까지 배우며 살아가야 할 일이다.


특이한 접근으로 느껴졌던 게 구희 작가의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이었다. 10년 후의 우리는 4월부터 열대야가 찾아오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구의 이상으로 폭염이 새삼스럽지 않았는데, 그 폭염을 견디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다. 덥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에어컨을 끼고 살았던 올 여름이었으니까. 이것도 지구를 상하게 하는 일일 텐데, 미안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더라. 인권과 폭염이 무슨 상관이기에 여기에 끼어 있느냐고? 나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작품의 뒷부분에 작가가 언급한 것을 보고 이마를 쳤다. 사회적 불평등이 자연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문제라고, 우리 모두가 탄소를 배출하며 살아가지만, 그 양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그래, 그러겠지. 선진국이, 큰 회사가, 부자가 더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단다. 자원 분배나 탄소 소비의 불평등으로 발생하는 기후위기가 만든 기후재난은 또 사회적 불평등에 노출된 그대로 겪어야 하는 양이 다른 악순환이 반복된다. 작품 속 등장인물이 본인의 진로를 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더 파고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사회적 불평등이 만든 지구의 위기에, 힘든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는 지금의 현실을 보라고 말이다.


엄마가 사는 곳은 여기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다. 젊은 인구보다 나이든 노인이 많은 동네. 시댁은 여기에서 차로 4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데, 마을 이장이 가장 젊다고 한다. 그 이장의 나이가 곧 환갑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우리 사회의 인구 구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보여준다. 김금숙의 은 초고령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일도 많았기에 이 작품이 적나라하게 현실을 담았다는 감탄만 나오더라. 거기에 지역 소멸이라는 문제가 겹치니 이건 공포영화보다 더 괴기스러웠다. 저출산 문제가 초고령사회의 문제와 닿아 있고, 지역 소멸 속에 노인 문제가 함께 한다는 것. 우리 사회의 큰 문제를 이렇게 또 마주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암담하다. 앞으로 내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채워질까. 정영롱 작가의 끄나빠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짚어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이주민이지만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그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 자녀들은 자라면서 타인의 시선을 받곤 한다. 피부색이 조금 다를 뿐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인데, 이방인을 대하듯 할 때가 많다. 인종의 차별이 왜 필요한가?


마지막 작품 참교육의 화두는 정말 오랫동안 논쟁이 될 듯하다. 가해자의 인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사적 제재가 왜 문제가 되는가 하는 일은 계속 언급되어 왔다. 잔혹한 범죄 앞에서 뉘우침도 없이 건들거리며 인터뷰 하던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법이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 결과에 사적 제재를 시도했다는 뉴스가 생각나기도 한다. 훈육이라는 말로 행한 폭력이 정말 참교육이었는지 묻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그 고민을 하는 작품 속 선생님들의 말에 시선이 머문다. 폭력이 폭력을 낳을 때, 남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멈추어야 할 때, 해서는 안 될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게 답인 듯하다. 참교육의 진짜 의미를 우리가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을 테고, 이 작품 속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들의 만남이 의미 있다. 우리가 버려야 할 편견과 차별, 저기 어둡고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찾아내고, 우리가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다. 작가들이 그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면, 독자인 나는 그 목소리를 가슴에 한 번 더 새겨야 할 일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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