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 - 도자기로 보는 조선 시대 삶과 예술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조은수 글.그림, 최석태 감수 / 창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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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잔뜩 심어주기에 충분한 이 책의 제목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2』를 보고, 나 역시도 긍정적인 호기심과 함께 이 책을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1편(풍속화)으로 만났던 이 책의 좋은 효과로 인해 호감을 가지고 있던 데다, 좋은 기회로 내 손에 들어온 이 책(2편)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흥미로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과 표지, 내용을 읽어가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마당 한편에 자리한 엄마의 장독대와 언니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만들어온 그릇이었다. (언니는 도예를 전공했다.) 엄마의 장독대에 즐비한 항아리들이 왜 굳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불편하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몰랐는데, 항아리가 숨을 쉬고 있기에 보관이 더 잘된다고 말하던 엄마의 말이 뭔지 알 것도 같았다. 겨울김장을 위해 가을에 미리 사둔 왕소금을 항아리에 넣어놓고, 잘 말린 나물들을 항아리에 넣어놓는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보면, 처음 넣을 때 그 상태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진짜 항아리가 숨을 쉬고 있었나? 그리고 언니가 초보자의 솜씨로 가장 먼저 만들어온 이 그릇도 딱히 정해진 용도나 의미도 없었던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 집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흔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용이함과는 다르다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가끔 내가 군것질을 할 때 애용하는 그릇이다. ^^) 실제로 구매해서 쓰는 사기그릇보다도 더 오래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호감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릇을 바라보게 되기는 한다. 모양이 똑같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지만, 손이 먼저 가게 되는 것.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도자기는 튼튼하기도 하고(물론 떨어뜨리면 깨지기도 하겠지만), 사용 목적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다. 시대에 따라, 문화의 교류의 범위에 따라 모양이나 무늬가 다르기도 하다. 처음 어떻게 해서 이런 그릇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으로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우리 조상들이 이런 그릇(도자기라 부를 수 있는)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다양함을 이 책을 통해서 같이 배울 수 있다.

복 받으세요~!
말 그대로 문화유산, ‘도자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굉장히 엄격하고 예스럽고, 박물관을 연상하기 마련인데-실제로 이름 있는 도자기는 박물관에서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펼친 첫 페이지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친근함이었다. 상당히 서민적이었고,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 그대로의 바람이 담긴 기원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릇에 복을 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릇의 바닥에는 ‘복(福)’을 쓰고, 그릇에다가 음이 똑같이 ‘복(蝠)’으로 불리는 박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의 바람들을 담은 마음을 동식물로 표현하여 그릇에 그려내었다. 물고기나 연꽃, 매화, 연꽃과 함께 있는 백로 그림 등을 일상생활에 매일 함께 하는 그릇 안에 그려내면서 그네들의 삶의 기원을 함께 담아냈다.

에헤라디여~ 흥겹구나!!
코발트라는 광물로 만들어진 파란색 물감, 그 비싼 물감이 아낌없이 쓰였던 청화 백자가 많았던 조선 시대였다. 특히 왕실에서 사용하던 도자기들은 그 위엄과 아름다움, 귀한 잔치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도자기의 무늬에서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차별화를 두었는데, 용의 그림이 많았고, 용의 발톱은 그 도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그 수가 다르다는 것도 기억해둘만한 내용이다. 새해가 되면, 신령스러운 동물이라고 해서 호랑이를 용과 함께 그려 대문에 붙이기도 했다. 사옹원(조선 왕실의 음식과 잔치를 담당하던 관청)에서 사용하던 도장은 위엄 있는 동물인 사자 장식을 붙여넣기도 했다. 하지만 또 재치 있게, 그렇게 그려 넣은 동물들의 모습을 다양한 표정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하는 걸 보면 선조들은 그 잔치와 기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즐길 자세가 충분히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

폼 나게 한번 마셔(먹어)볼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늘 무언가를 마시면서 살아가는 일상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병의 모양과 새겨진 무늬들이 특이했다. 특히 그 무늬들은 그 병이 사용되었던 시기의 시대적 배경들의 의미를 같이 담고 있어서인지 더욱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 <끈무늬 병>은 기마민족이었던 몽골족의 특성상 말을 타고 다니면서 목을 축일 수 있게 말에 병들을 매달고 다녔던 것을 상징하고 있었고, <연못오리무늬 팔각병>은 대량 생산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그려내기에 오직 하나의 무늬만이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도록 살기를 바라는 의미로 십장생을 그려 넣은 병 역시나 우리 고유의 무늬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하게 그냥 마시는 용도로 만드는 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우리 일상에서 항상 사용해왔던 병이 이렇게나 다양한 의미와 무늬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선조들이 참 위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재미와 마시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도자기들이 아니었나 싶다.

당신은 멋쟁이 선비~!
나도 가끔 책을 읽으면서 책갈피나 북다트, 메모지나 펜, 혹은 북커버나 북스탠드까지 책과 관련된 용품들을 구입할 때가 있다. 그냥 읽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필요한 일이 생기다보니, 하나의 세트처럼 책 관련 용품들을 소장할 때가 있는데 우리의 선비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 자연의 모양으로 만들어낸 붓걸이와 필통, 멋스러운 필세(붓을 씻는 그릇), 아기자기한 장난감처럼 보이는 연적, 조선시대 선비들의 고상한 취미로 여겼던 향로까지. 이상하게 이런 게 갖추어져 있으면 글도 잘 읽힐 것 같고, 선비의 맞춤형 아이템들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무얼 하나 하려면 구색을 맞춰놓고 시작하면 더 잘 될 것 같고, 더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은 똑같았나 보다. ^^

우리, 저승까지 같이 갈래?
옛 여인들의 치장을 도왔던 분합이나 분항아리가 우리가 알고 있는 도자기들의 미니어처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그릇에 화장도구를 넣어놓고 사용하면 더 예쁜 얼굴로 치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기대감도 갖게 만들기도 하고. ^^ 술이나 간장 물을 담아 옮길 때 사용하던 장군이란 것도 이번에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쓰임새가 다양했다. 보관뿐만 아니라 발효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나 무늬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그림으로 그려 넣기도 하고 새기기도 하는 방식들이 비슷해 보이는 모양들에서 차별화를 두듯이 다르게 보이게 했다. 왕실에서 태어난 왕자나 공주들의 탯줄을 보관하는 태항아리는 그 용도와 함께 그 안의 슬픈 마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고, 투각 기법(무늬를 뚫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던 도자기로 만든 베개는 ‘베고 자면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내 눈에 가장 많이 담았던 것은 ‘명기’라 불리던 무덤에 함께 묻어 주던 물건들이었다. 그릇이나 인형의 모습을 한 채로 죽은 이의 무덤 안에 같이 들어가는 역할이었다. 살아있을 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을 정도였다면, 정말 진지한 마음을 담아 함께 넣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저승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주기 위한 배려였을까?

제사에 쓰이던 보와 궤(제사 그릇), 작(술잔), 대접(제사 전에 손을 씻는 용도), 자라병(술이나 물을 담음)과 같이 경건하게 사용되는 도자기들까지. 이름부터 낯설었지만, 그 용도와 역할까지 알게 되니 사뭇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옛날에 제사를 그리 많이도 지냈던 이유가 먹을 게 많지 않아서, 제사라는 구실로 먹을 것을 풍성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니 먹고 사는 문제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도자기’라고 하면 어느 장소(혹은 집안)의 내부 인테리어를 위해 뭔가 고급스러운 연출을 하기 위해 비치해놓는 소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거리감 있게, 박물관의 전시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만난 도자기는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양이나 용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특정 신분만이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들을 오래전부터 도자기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울 수 있었다. 게다가 도자기의 무늬에서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어떻게 얼마나 멀리 교류가 이루어졌는지까지 알 수도 있었다. 이건 역사책에서도 배울 수 있는 한 부분이겠지만, 도자기 하나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살아가는 장소, 시대, 인물이 다른데도 비슷한 무늬를 발견했을 때 유추할 수 있는 그 기대감은 아마 신대륙 발견만큼이나 놀랄 일일 것만 같다.

한 시대의 모습을 도자기 하나로 많은 이야기와 함께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책이다. 항상 보아왔던 사물 하나로 이런 배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어렵다는 선입견을 항상 가지고 있던 ‘역사’라는 과목에 대해 조금은 더 친근감 있게 만날 수 있게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가 구연동화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에 놀이처럼 즐길 수 있었고, 나덤벙, 홍귀얄-두 아이의 이름은 이 책 속에서 들려주는 도자기 기법에서 따온 것- 두 아이와 함께 도자기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말처럼 쉽지 않은 박물관 관람을 이 책 한권으로 대신한 것 같기도 하다. 박물관의 도자기 방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구성에, 자주 접할 수 없는 이들에게 효과 만점일 것 같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 만난다면 큰 거부감 없이 배워가는 마음으로 접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1편과 함께 만난다면 더할 수 없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박물관 견학 예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유익한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이 책 한 권 미리 만나고 가면 예습하고 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지난주부터 아이들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우리 자랄 때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바쁘고 말로만 방학이지 실제 방학을 즐길 여유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아쉬운 시간이라도 조금 짬을 내서 이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박물관 탐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박물관으로 고고씽~!!!


덧1)
이 책이 읽어가고 배워가고 알아가는 재미는 더할 바 없이 좋았으나, 리뷰로 이 책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 수록된 70여점의 그림들을 그대로 담아내지 않고서는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리뷰를 쓰고자 하면서 저절로 느낄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소장을 추천하고 싶다. 소개 글과 다른 이의 리뷰를 통해서는 이 책의 진짜 맛을 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덧2)
이 책에서 들려주던 도자기의 여러 가지 기법들을 일부러 리뷰에 넣지 않았다. 하나하나 설명을 하자니 결국에는 이 책 한권을 옮겨놓고 싶어지는 욕심에, 이 책을 만날 수 있는 재미 하나를 뺐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이 단순하게 70여점의 도자기의 그림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하고 깊은 설명과 도자기가 그 다양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그 기법들을 직접 눈으로 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기법들을 설명해놓으면 자칫 이 책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까봐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일부러 제외시켰다.
덧3)
거의 15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책의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풍속화와 도자기, 그 다음에는 무엇으로 선조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지 궁금할 수밖에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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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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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으로도 신간을 살펴보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작가. 오소소한 스릴러 보다는 훈훈한 느낌을 전해줄 것 같아서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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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Healing
르비쥬 지음 / 청어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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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로맨스소설 한권 구매해 보는데, 제법 진지한 의학로맨스라고 하기에 재미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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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면서 밥을 잘 챙겨먹으라고 했고,
나는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볼일을 보시라고 했다.
엄마는 말로만 하지 말고 알아서 좀 잘 하라고 다시 말했고,
나는 또 다시 알아서 할 테니 조심해서 다녀오시라고 반복했다.
몇 달 전에도 엄마가 며칠 자리를 비우면서 똑같은 당부를 내게 했었고,
나는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때 엄마가 집에 와서 할 말을 잃고 혀를 끌끌 차면서 했던 말은,
도대체 며칠 동안 무엇을 먹고 살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잘 먹고 이렇게 멀쩡히 있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에 엄마가 보셨을 때는 밥통은 차갑게 비어있던 상태였고,
싱크대는 설거지 한번 한 적 없이 말끔하게 말라 있었고,
냉장고는 엄마가 집에서 나갈 때 그대로였으니,
나는 아마도 공기만 마시고 살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냥 내게 있어 끼니라는 것은,
배가 고프면 먹는 것,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엄마가 같은 당부를 하시기에 나는 버니니를 사달라고 말했고,
엄마는 버니니가 뭔지도 모르시면서 사러가자고 했다.
그리고 마트 카트에 버니니 5병을 담고, 맥주 5병을 쓸어 담는 당신 딸을 보면서,
두 가지를 합해서 5병을 넘으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고,
나는 이대로 계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은 버니니 3병, 맥주 2병으로 5병을 채우고 나왔다.
어차피 모자라면 더 사오면 그만인 것인데, 5병이면 어떻고 10병이면 어떠랴.
엄마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테지.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저 5병이 비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기를, 하고 말이다.






       






마치 실연이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감정의 휘몰아침을 겪고 있다.
나는 계절을 타는 사람도 아니고 날씨를 타는 사람도 아닌데,
가끔 한 번씩 몰아치는 이 감정을 주체 못해 사람들과의 거리를 길게 밀어두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생각도 행동도 나 혼자, 그렇게 알아서 했던 것처럼...



<단순한 열정> 속의,
이 여자의 모습에, 행동에, 생각에 지금의 나를 이입시킨다.
여자는 실연을 했고, 나는 아무 일 없지만 그냥 사람이란 대상에 지친 것 뿐이다.
그런데 여자의 모습에 나는 빠져들고 있다.
이 여자만의 방식에 빠져서 나의 지겨움을 잠시 덮어둔다.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일상을 멈추고,
그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대부분 이 여자의 심리 상태, 그대로 표현하자면 미친 여자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미치지 않았다. 그냥 사랑을 했을 뿐이다.
사랑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며,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누구나의 사랑도 그렇지 않은가?
사랑은 자기만의 일이며, 개인적인 일이다. 이별도 마찬가지.
여자는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고, 이별의 후유증을 겪어가는 중일뿐이다.
그 시간을 여자는 기록으로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을...
자신의 경험만을 쓴다는 작가에게 그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여자(작가)는 자신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했을 뿐이고,
우리(독자)는 그 기록을 보았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사람이 가지는 감정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뿐이다.
사랑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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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2-12-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 오늘 출장을 가는 데, 개인적인 경험과 겹쳐서 이 페이퍼의 글이 가슴을 두드리네여. 그렇죠, 전 미치지 않은 거에요. 사랑을 했을 테니 말이죠. 비 오는 밖을 보며 버스 안에서...마음에 확 다가오네요 감사합니다 ^^

구단씨 2012-12-15 21:54   좋아요 0 | URL
흐린 날씨 속에서 출장은 잘 다녀오셨나요?...
누구나의 일상 속에 있는 일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건 각자의 이야기일 뿐이라고요...
남들에게 뭐라 들을 말도 아니라고요...

저의 한숨 섞인 푸념이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렸다니, 제가 오히려 감사할 일이네요.
감사해요...

루쉰P 2012-12-17 16:35   좋아요 0 | URL
날씨는 흐려도 출장은 잘 다녀왔죠. ^^ 하기사 사랑은 사람마다 자기 가슴 속에 다 다르게 있으니 그 누구에게도 해답을 찾을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공감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숨 섞인 푸념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주고, 세상을 좀 더 볼려고 하는 눈을 주는 것 같아요. ^^ 구단씨 근데여...식사는 하셔야 해요. 술만 먹으면 뼈 삭아요 ㅋ
 




독자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행운은, 바로 그것. 다른 이의 글을 만나고, 눈과 마음에 담아낼 수 있는 마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책을 만나고 싶어 한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 독자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써내려간 글을 통해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공감이란 것을 느꼈을 때의 그 희열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 안의 것들을 활자로 자유스럽게 표현해내지 못하는 나는 독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리는, 나는 그렇게 표현된 활자를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목이 길어 슬프다던 사슴이 되는 것도 불사하게 된다.

지난 한 달 동안 책을 많이 구입했다. 평소의 속도나 양을 기준으로 보자면 한 10배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무엇의 빈자리를 그렇게 책으로 채워야 했을까 고민해 봐도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 선명한 이유는 없었다. 이런 저런 것들이 쌓여져 내 안의 것들을 비우게 만들었기에, 그 자리를 또 채워야만 했던 허한 마음이 커진 이유라고 변명해 보지만, 그것도 맘에 들지는 않는다. 날씨는 추워졌고, 내리는 비와 눈에 온통 젖어서 들어왔던 날, 또 한 번 책으로 비워진 마음을, 엉망인 방안을 채웠다.





단편집을 어려워해서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단편집을 내가 먼저 손 내밀어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짧은 이야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허둥대고 이렇게 모여진 단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마음에 답답해서 어렵다는 선입견을 아직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순전히 이 책만큼은 나의 의지로 먼저, 선뜻 만나게 된 책이다. <너 없는 그 자리> 제목과 표지에 반해서 골라 들었던 이 책은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너무나 매력적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하나의 단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짧다. 그래서 단편을 통해 느꼈던 그 ‘이야기하다가 만’ 것 같은 분위기로 찜찜할 것 같은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그 짧은 이야기들은 그 토막 난 이야기 같은 그대로를 안고 가게 했다. 뭐랄까, 이 부분만을 내가 담아내도 충분할 것 같은 생각에 뭔가 중지된 느낌 보다는 이대로도 좋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배신과 쓸쓸함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들이 지금 살아가는 우리를 대변해주는 것 같은 생각에 고스란히 흡수되고 있었다. 내 안에...
누군가가 알지 못하게, 내가 선점하고 싶은 욕심에, 나만 알고 싶은 간절함에 내내 가슴에 담아두었던 책. 게다가 나에게 단편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만들었던 책. 곧 읽게 될 <그 집 앞>에 대한 편안함을 선사해 준 책이다.





우리가 사랑이라 정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진 책 같았다. 부모와 형제가 이루어내고 있는 가족, 연인, 친구. 많은 대상들이 그 사랑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그 관계들이 사랑을 이루어가게 하고 있었다. 사랑이 뭐 별건가, 싶었던 생각에 사랑이 별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랑이란 단어가 포함하고 있던 그 넓은 범위를 이제야 재정립해주는 것 같은 느낌에 이 따뜻한 이야기를 더 담게 된다. 누군가가 풀어내는 마음, 누군가가 흘려보내는 슬픔, 많은 것들이 그 사랑이란 이름으로 세상 속에 흩어져 있었다.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마음들을 보게 만들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책...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 제목이 풍기는 느낌이 너무 슬프고 쓸쓸해서 출간되기도 전에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시인이 풀어냈다는 그 글이 궁금한 건 두 번째였고, 저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빨리 찾아내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고비사막의 그 흙이 내게 가져올 감정들이 궁금했고, 이야기 하나하나에 따라오는 소제목이 애틋했다. 그 마음이 그대로 바람 타고 날아온 듯했다. 여러 말이 필요 없게 그냥 만나는 그 순간을 즐기게 해줄 책 같았다. 아니, ‘즐기게’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다. 그저 ‘만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게 했던 것 같다. 만나고 난 후의 감정들은 아직 내가 정의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기다림을 견딜 수 있었나보다. 만나기만 한다면, 그러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떠났고, 그는 돌아온 것 같았다.

아닌가?

그녀는 떠나는 것 같았고, 그는 돌아온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가 풀어내는 책에 대한 이야기, 글에 대한 느낌이 내 귀에 들어온 것은 그 두 사람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떠날 것 같은 한 장의 페이퍼를 남기고 아무런 말이 없고, 그는 한 편의 리뷰로 잠깐의 등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 책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소심한 팬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어진다.

그녀는 떠나지 않기를, 그는 이번 등장으로 계속 보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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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소개해주신 단편집 정말 마음에 들어요. 다음 구매 때는 꼭 넣어야겠어요.
김경주 시인의 시도...

구단씨 2012-12-08 12:28   좋아요 0 | URL
단편집에 대한 선입견이 있던 저에게는 좋았습니다. ^^
김경주 시인의 시집은 개정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