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2
솔르다드 브라비.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맹슬기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성차별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거 궁금한 적 없었던가? 언제부터 우리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일했고, 왜 뒤늦게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는지, 아버지가 가장이 되어 가정을 꾸리는 방식은 왜 시작되었는지 하는 것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데, 이제껏 살면서 겪어보니 이런 궁금증을 사소하다고 생각하면 불합리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더라. 페미니스트가 되어 세상을 바꾸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정도의 열정은 없지만, 적어도 계속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변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성차별이 시작되었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우리가 이 차별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첫 인류가 시작된 그때부터 선사시대, 고대, 중대를 거쳐, 르네상스 시대와 계몽주의 시대를 거쳐 나폴레옹 법전이 만들어지고 19세기를 살아가는 동안, 20세기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고 냉전 시대, 미국의 흑인차별, 2000년 이후의 삶까지 들려주면서 성차별의 시작과 흐름을 보게 한다.

 

 

처음 여자와 남자는 삶에서 일어나는 신비에 무지했다. 남자의 정액과 여자의 난자가 만나 아이가 생긴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남자가 정액을 여자의 몸에 뿌리면 저절로 아이가 생긴다고 믿었다. 그래서 남자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겼다. 여자는 고작(?) 자기가 뿌린 씨앗을 받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아이가 생긴다는 사실이 1875년에야 밝혀졌다고 하니, 그 오랜 세월 동안 남자의 우월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상상이 된다. 남자는 자기 마음대로 역할을 나누어 여자에게 적용했다. 여자는 대를 잇고 집안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자는 공동체를 다스리고 조직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런 역할 분담은 모든 법전과 종교 서적이 남자가 집필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 서적들에는 남자의 관점만 반영되었다. 여자의 존재, 권리, 역할은 여자의 마음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처음 여자와 남자의 역할 분담은, 단지 남자의 정자가 아이를 낳게 한다는 이유 하나로 정해진 것일까.

 

선사시대에 여자가 주기적으로 피를 흘리는 일(월경)은 남자와 똑같이 사냥에 나갈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동물에게 피 냄새로 쉽게 들켰기 때문에, 생리 기간 동안에는 사냥에 나갈 수 없었고 임신까지 한 몸으로는 더욱 사냥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냥은 남자 담당이 되었고, 여자는 열매를 채취하거나 식물을 이용하여 식사를 책임지거나 병을 치료하는 법을 터득했다. 작은 도구들도 만들고, 사냥해온 동물을 죽이는 일도 도맡았다. 식량의 70%는 여성들이 채취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의아했다. 남자가 사냥해온 것이 더 큰 식량이 아니었나? 사실 사냥이 성공하는 일이 아주 드물어서 사냥으로는 식량을 채울 수 없었다고 한다.

 

 

고대 시대 여성에 대한 권한은 아버지에게 있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그 권한이 이어졌다. 집과 재산 등, 여성의 의무는 많았으나 여성에게 주어진 권리는 거의 없었다. 여성은 아들을 낳아야만 했고, 딸은 한 명 이상 낳으면 버리거나, 노예나 매춘부로 팔았다. 남편은 원하는 여자와 얼마든지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 중세시대에 딸은 일곱 살이 되면 남편이 정해지거나 수녀원으로 보내졌다. 신부는 신랑에게 지참금을 줘야 했고, 남자가 모든 재산을 관리했다. 교회는 여자를 불완전한 존재로 정의했고, 모든 권리를 갖은 영주는 막 결혼한 여자를 첫날밤에 강간할 수도 있었다.

 

 

백년전쟁 이후 과부가 급증하면서 집에 홀로 남은 여성들은 강간이나 약탈의 대상이 되곤 했고, 그 위험을 피하려고 수녀원에 들어갔다. 서원이 없이 '베긴 수녀'가 되어 독립적으로, 노동의 대가로 생활했다. 하지만 이런 베긴 수녀들은 당시의 종교 윤리에 어긋난다고 여겨 화형 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여성의 직업은 다양해졌다. 여성 작가, 교육자, 정치가도 생겼다. 의료 활동도 했다. 이렇게 여성이 획득한 자유와 독립성은 남성이 구축해온 권력을 위협했고, 교회는 여성을 악마에게 유혹당하기 쉬운 존재로 보고, 약물치료는 마술이며 특별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여성을 마녀라고 했다. 남성과 종교가 자기들의 권력이 줄어들까 봐 걱정한 나머지 여성을 겨냥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렇게 잔인하게 마녀사냥은 시작되었고,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올랭프 드 구주의 등장으로 여성의 인권이 조금 나아지나 싶었으나 결국은 그녀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19세기 나폴레옹 법전이 만들어지면서 여성의 권리는 더 떨어졌고, 특히 결혼한 여성의 권리는 완전히 박탈당했다.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여성의 권리와 존엄이 인정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차별은 심했다. 프랑스에서 낙태는 여성을 감옥형으로 처벌했고, 20세기 초 이농 현상과 더불어 혼외 임신이 증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쳤고, 많은 여성이 불법 낙태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불법 낙태 시술로 또 많은 여성이 낙태 중 사망했고, 여성들은 낙태의 자율화와 무료화를 외쳤다. 법안은 통과되어 오늘날 프랑스의 낙태 비용은 국가가 전액 지원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흑인은 인간이 아닌 노예로 취급했고, 흑인 여성은 농장주에게 정기적으로 강간당했다.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인종 차별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성차별의 역사는 흐르고 흘러, 오늘날에는 남성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아내와 딸도 상속의 대상이 되었다. 경구 낙태약이 개발되어 수술 없이도 낙태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여성의 인권과 권력을 위한 여러 가지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럽, 프랑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이보다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후피임약도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에서 처방받아야 살 수 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 평등을 위해 많이 변화하고 발전해왔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 내용 자체가 아니었다. 이미 어디선가 들어왔던 내용이 그림과 간단한 설명으로 좀 더 듣게 된 것뿐이다. 다만, 인류의 시작부터 성차별이 시작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쪽에서 뭔가를 욕심내고 차지하려고 들면서 성차별이 시작되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도 모른 채로 자기 우월감으로 여자를 동등하게 보지 않았다는 남성성의 시작이 안타까웠다. 수많은 여성의 투쟁으로 이루어낸 오늘날 여성의 인권이 대단해 보인다. 당연한 권리를 투쟁으로 이뤄내야만 했다는 게 아픈 일이지만,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 이 책은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성차별에 관한 많은 궁금증과 물음표가 서서히 풀리면서 현재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 과정을 알아간다는 게 현재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여성 차별의 경험이 우리 삶 곳곳에 묻어있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던 내용이고, 성차별에 관해 궁금했던 많은 내용의 답을 찾아가게 한다. 여전히 성차별은 진행 중이지만, 그 차별을 없애는 인식 변화를 위해 필요한 책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그림과 몇 문장으로 설명하는 간결함으로 성차별 역사의 이해를 돕는다. 성차별의 흐름을 확인함으로써 우리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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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0-2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재미나게 팀독할 만한 책으로 보이네요. ^^

구단씨 2019-10-21 23:04   좋아요 0 | URL
네. ^^
어렵지 않게 접근하는 방식이 좋아서 편하게 읽혀요.
물론 내용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