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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이상민 지음 / 푸른물고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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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십년 전, 영흥산장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들은 카르마에 연결되었다는 것일까.

 

  영석은 대내외적으로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이다.   하지만 그의 실상을 살펴보자면 내연의 여인인 진연에게 삶의 깊은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 효진은 시댁에서 자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팍팍 받고 있는 현모양처로 부부사이에 아직 아이가 없다는 사실은 그녀로서도 마음이 조급하고 아픈 일이다.

 

  신도는 정신과 의사로 자신이 맡은 환자 원희가 무언가 이상하기만 하다.   그리고 신도의 연인 미선은 채널러로 귀신과 교감을 이루는 능력이 있다.   그런 미선이 작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후처리반인 곽사장에게 끌려가게 된다.   곽사장이 하는 일은 불미스러운 사고로 온 사람들을 뒷거래로 처리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시체라면 시체 수습을 해주고, 사고를 감추어야 할 상황이면 그 사고 피해자를 팔아먹는 일을 하는 것이다.  

 

  조신하기만 하던 효진, 미친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석의 친구들이 한 명씩 무슨 변을 당하고 만다.   여기서 영석의 친구들이란 십년 전, 영흥산장에서 무슨 일인가를 함께 했던 무리들이다.   그리고 미선은 그 일이 곽사장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과거의 한 자락을 이야기해야 한다.  효진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십년 전, 시골의 폐교로 공포체험을 하려고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폐교에서 서로 공포 이야기를 하면서 하룻 밤을 보내기로 했는데, 그렇게 함께 했던 일행은 다섯, 하지만 인원 수를 세어보니 여섯......  여하튼 그곳에 함께 갔던 친구 중의 한 명이 실종이 되고 만다.  

 

  십년의 세월,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라지만 그 과거는 현실의 시간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기에 충분한 세월의 시간이 되었다.   도대체 과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길래, 그 과거는 현실을 옭아매는 밧줄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귀신이 나오는 공포 소설을 오랜 만에 읽는 것 같다.   역시 여름에는 계절적으로 이런 공포 소설 하나쯤은 읽어줘야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등장하는 그 모든 인물이 결국 하나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무척 재미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인연인지는 그 인과관계를 책에서 확인하기를....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강한 원귀가 등장하고 있어 그 어려움을 헤처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업보를 짊어지고 있다면 당연히 세월이 흘렀다하여도 가타부타 해결이 나야 한다.   그럴려고 참아낸 원귀의 십년 세월이지 않던가.    그 원귀와 싸워 맞서는 영매와 채널러, 그 승자는 누구일까.   사실, 읽다보면 그 이어질 내용들이 예상대로 나아가는 경향이 느껴지지만, 파렴치한 짐승같은 인간에 대한 복수를 펼치는 원귀와 사악한 원귀의 복수 속에서 사람을 살릴려는 영매와 채널러의 이야기는 이 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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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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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아버지는 대대로 내려오는 백정 집안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그 내력을 과히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운명을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가출을 하여 온갖 일들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백정이란 집안에 대한 컴플렉스로 양반 집안의 족보를 사고, 그것도 모자라 양반집 여인인 엄마와 결혼을 하였다.

 

  때는 일제 강점기 시대이다.   우리의 역사 중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 울분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역사의 자락, 그래서 더욱 애써 외면하고싶은 우리의 역사, 하여 나는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때의 문학 작품들을 그닥 읽어오지도 않았고, 그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도 읽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저자 역시 우리의 근현대사를 말하는 것은 비극을 맞대면하는 슬픔을 감내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저자는 그 비극의 시대에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등장시킴으로 비극 속에서 인간적인 한 사람을 가슴으로 품게 만들었다.

 

  하윤식은 친일파인 아버지에 의해서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한량이다.   어린 나이에 기생집을 드나들면서 삶을 살아가는 참으로 생각없는 사내인 것이다.    하지만 형 경식은 다른 인생을 산다.   독립운동을 한 외가의 피를 받아서인가 무슨 주의를 가지며 결국 사상범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니 말이다.   그랬던 형 경식이었는데, 어느날 자신과 관련된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부터 전향하여 아버지와 더불어 친일을 한다.  

 

  윤식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하지 않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서 모던 가정으로의 모습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랑에 냉소적이었던 윤식은 형의 애인인 현옥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만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대신 죽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숭고한 사랑을 말이다.   하필 안타깝게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고마는 윤식이 애잔하다.

 

  무척 재밌게 책을 읽었다.   우리의 비극적인 시대인 일제 강점기가 그 배경이 되고 있지만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그들이 무척 아프게 느껴졌지만 희극적인 윤식때문인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윤식은 그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단지 자신의 삶만을 흥청스럽게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윤식은 비극적인 그 시대의 배를 타고 있고, 그 뱃길은 순탄하지 않다.   즉,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폭풍을 만나면 흔들리며 젖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힘없는 국민들은 시대가 떠밀리면 떠밀리는데로 살아갈 수 밖에 없듯이 말이다.   윤식은 형을 대신하여 학도병을 지원한다.   그것도 육군 비행사로 말이다.   그러나 그는 뜻하지 않게도 가미가제 독고다이로 그 운명을 맞이해야 하고 만다.   우리의 전쟁도 아니고, 우리의 나라를 위해서도 아닌 그런 일에 제 목숨을 잃을 판에 놓였다니 말이 되는가.   서글픈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픈 자락이지 않겠는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인인 현옥을 사랑한 윤식, 그의 삶이 궁금하지 않은가.   가미가제 독고다이로 그가 뽑히기는 했지만 정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죽음일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우리의 비극적인 시대인 일제 강점기 그때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정코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낸 그 시대의 이야기를.....너무나 인간적이고 그러나 비극적인 시대가 흘려내는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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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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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그를 만난 것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시골에서 지내다 다시 학업을 시작하기 위해 돌아왔을 때였다.   윤교수의 강의실 그곳에 그는 있었고, 그의 옆에 꽃무늬 플레어 치마를 입고 있는 미루라는 여인이 있었다.   정윤, 그녀가 다시 그를 만난 것은 시위가 한창이던 거리에서였고, 그렇게 둘은 서점으로 피신해 들어갔었다.  

 

  그녀인 정윤은 그인 명서를 사랑했었다.   물론 그인 명서 역시 그녀인 정윤을 사랑했고....

  하지만 정윤은 8년이 지나서야 명서에게서 윤교수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렇게 사랑했던 그들은 8년이란 시간이 흐르고서야 윤교수의 죽음을 앞두고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왜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 속에서도 기다란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미루는 언제나 같은 치마를 입고 다니며, 자신의 언니가 찾아 헤매던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언니가 사랑했던 남자인 실종된 그 사람은 그들이 서로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죽었을 것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실종이라 말하며 긴긴 세월 속에서도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미루는 죽은 언니가 그 사람을 찾아 나섰듯 언니를 대신하여 그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결코 찾아지지 않을 죽은 그 사람을 실종되었다 말하며 찾는 미루, 그녀는 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었다.  

 

  단은 윤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이다.   윤을 사랑하지만 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단,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피하듯 군대를 선택했지만 그곳은 그에게 또 다른 멍에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야간 사격훈련 중의 오발사고를 빙자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말 정도로...

 

  윤과 명서는 미루의 소식을 오래도록 듣지 못한다.   실종된 그 사람을 찾아 나섰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무소식이었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듣게 된 소식은 미루의 죽음....

 

  윤은 단이 이미 6개월 전에 죽었는데도 그가 일년 전에 보내온 편지들에 대한 답장을 뒤늦게 적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경회루  이층의 누에 올라가자고, 미루는 윤에게 말했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외할머니 댁에 함께 가자고...

  윤은 명서에게 말한다.   언젠가는 처마에서 내리는 봄비를 함께 받자고.....하지만 그 언젠가는 그들에게 이루어지지 못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명서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을까.   오늘을 기억하자고.....

 

  윤과 명서는 서로 사랑하지만 이별을 하게 된다.   명서에게는 미루의 죽음이 있었고, 윤에게는 단의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명서는 단을 기억하고 있었고, 윤 역시 미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 속에는 그렇게 아픈 기억들이 있었고 끝끝내 그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이 책 속에는 사랑의 아픈 상처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이 나온다.   미루의 언니인 미래가 그러했고, 윤교수 역시 청춘시절의 아픈 사랑이 있었으며, 윤과 명서도 그러하지 않은가.   하지만 윤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한다.   그에게 내가 가겠다고...

 

  윤과 명서, 미루는 함께 쓰는 노트가 있었다.   윤과 명서는 시를 읽는 것을 좋아했고, 단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윤교수는 자신의 교수실 책장에 33살 전에 요절한 사람들의 책은 거꾸로 꽂아 두고 있었다.   윤교수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술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291쪽]   윤은 그 뜻을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  [살아 있다는 것은 곧 다른 모양으로 변화할 것을 예고하는 일이고, 바로 그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347쪽]   그래서인가.   절망하고 고뇌하는 청춘일지라도 굳건히 살아 남아야 하는 그 이유를 그래서 다시 일어서고 시작해야하는 그 이유를 만나게 되는 느낌이 드는 건...

 

  명서가 늘 말하던 것처럼 오늘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윤이 명서에게로 가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아픈 터널의 그 끝에 다시 시작할 사랑도 있다는 것을, 윤교수의 말처럼 살아내고 있으면 그 끝에는 희망이 마주서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싶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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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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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다섯 혹은 열 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의 소녀가 추운 거리에서 아편에 취한 채, 얼어 죽어 있다.   그 소녀의 이름은 테레즈이며, 시골에서 올라와 의사 로즈 박사의 집에서 하녀로 일을 하고 있던 아이였다.   죽은 그 소녀, 임신을 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고,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우리의 주인공 머독 형사가 하게 된다.

 

  로즈 박사는 테레즈가 죽던 날 시의원 셰프컷과 함께 있었고, 그의 아들 오언은 약혼녀인 헤리엇 양과 함께 있었다.   근데, 오언은 일찍 헤어졌던 헤리엇 양에게 늦은 밤까지 함께 있었다는 거짓 알리바이를 부탁하게 되는데, 무언가 단단히 숨기는 것이 있는 듯 하다.   오언, 눈여겨 보아야 할 인물일까....

 

  의사 로즈는 아내와 불편한 관계이다.   젊은시절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로즈 부인은 둘째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로즈 박사도 어딘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 이상하다.   역시 오언처럼 눈여겨 보아야 할까.

 

  테레즈가 죽던 날 밤, 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녀가 고급스러운 마차에 올라타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매춘부가 있다.   앨리스라는 여인인데, 그녀는 테레즈의 시체를 발견하기도 하며, 그녀의 옷을 훔치기도 하는 인물이다.   앨리스는 에티라는 여인과 함께 사는데, 그녀에게 죽기 전 테레즈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해준다.

 

  테레즈와 친하게 지내는 꼬마 아이 조는 마굿간 지기이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내게 되는데, 어린 조에게 테레즈가 죽었다는 사실은 크나큰 슬픔이다.   나도 머독처럼 조가 가장 행복해지기를 맘 속 깊이 소원하게 되었고, 그 소원이 이루어져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일이 안심되었다.

 

  머독,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지적장애를 가졌던 남동생을 잃었으며, 여동생은 수녀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약혼녀는 병으로 죽었고, 그는 진급이 되지 못 한 채, 형사 대리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표지에 머독 미스터리 1이라고 쓰여 있는 듯이, 이 책은 그의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첫 사건이다.   1890년대의 생활상들을 살펴볼 수 있는 머독시리즈는 그 배경적인 시대의 흥미로움과 성실하고 진실한 인간적인 머독을 만나는 일도 즐겁다.

 

  어린 한 소녀의 거리에서의 동사, 그 범인을 찾기 위해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났다.    처음의 시작은 테레즈의 죽음이었지만 그 소녀의 죽음은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을 만들었고, 그리고 다시 살인을 계획하는 범인을 머독은 막아야 한다.    머독, 그의 활약들이 궁금해지는 그와의 첫 만남이었기에, 이어질 그의 시리즈물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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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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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자키의 말처럼 그에게 운명을 쥐어 잡힌 것일까 혹은 그에게 운명을 쥐어 잡힐 운명이었던 것일까.   기자키에 의해 운명의 올가미를 덮어 쓰게 되는 그는 어린시절부터 소매치기범으로 살아왔다.   도시의 고독한 소매치기범이었던 그에게 친구 이와자키는 기자키에게 강도짓을 의뢰받아온다.   단지 금고 속에 들어 있는 서류를 빼오기 위해서 강도짓을 가장한 것이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날 이유도 없고, 계획대로 단순 강도행각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정말이지 쉽고도 쉬운 강도짓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기자키가 만들어 놓은 운명의 올가미에 갇히게 되고 만다. 

 

그는 슈퍼에서 우연히 엄마와 꼬마가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게된다.   하지만 도둑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마는 일, 그는 꼬마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서 꼬마에게 정이 가는 그, 아이가 도둑질을 하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그는 자꾸만 찾아오는 꼬마와 친해지게 된다.   기자키는 바로 그에게 꼬마와 꼬마 엄마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세 가지의 일거리를 제안한다.   실패하면 그 자신이 죽을 것이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꼬마와 꼬마의 엄마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미심쩍은 기자키의 일을 해야만 하는 그. 

 

기자키는 그의 운명을 쥐고 흔들어 놓는 위치에 있다.   그의 운명을 멋대로 정해놓고 그 정해놓은 대로 그가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신도 아닌 기자키가 어떻게 남의 삶을 함부로 좌지우지 한다는 말인가.   그는 도저히 기자키가 만들어놓은 운명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천재적인 도시의 소매치기범으로 살아왔다.   그 고독감 속에서 세상과 고립된 채 살아왔던 그였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소매치기범으로 삶은 살았을지언정 함부로 누군가가 자신의 운명을 쥐고 흔들 권리는 없는 것인데, 기자키는 그의 운명을 쥐고 흔들겠다고 나섰다. 

 

<쓰리>는 천재적인 소매치기범인 그에게 기자키가 나타나 운명의 올가미를 덮어 씌우고, 그 올가미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채 이끌려가게 되는 그의 몸부림이 담겨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자키가 만들어 놓은 운명의 올가미에 그냥 옭죄어 있기만 할 것인가.....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이야기였다.   도시의 소매치기범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읽게 될 줄이야 생각하지 못 했다.   누군가의 의해 운명의 올가미를 덮어 쓰게되는 삶을 만나게 된다면, 아찔할 것 같다.   그 누구도 함부로 타인의 운명을 쥐고 흔들 수 없다.   아무리 소매치기범의 삶을 살아가는 하찮은 삶처럼 보일 지라도, 삶은 내 것이지 타인의 의도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절대 그렇게 되게 놓아두어서는 안된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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