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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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스님하면 우선은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연이어 떠오르게 된다.   보드타던 만화로 손오공을 본 적도 있고,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로 손오공을 본 적도 있는데, 손오공 일행에는 현장 스님이 있다.   현장 스님의 천축 여행길에 동행하게 되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때마다 제일 얄미웠던 사람은 바로 나약하고 무능한 현장 스님이었다.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현장 스님, 그러나 역사 속의 그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쯤되면 소설 속에서 왜곡된 현장 스님이 아닌 역사 속의 진짜 현장 스님이 만나보고싶다.  더불어 그의 서역 구법 여행에도 동행자가 되고싶어진다.

 

  에버리치 홀딩스에서 펴낸 <현장 서유기>, 무척 두꺼운 책이다.   600여장이 넘는 책의 두께는 책읽기를 주춤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 첫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넘기고 그렇게 현장 스님의 서역 구법 여행 동행자로 걸어가는 시간이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만들었다.   휘리릭 불타오르게 재밌다기보다는 뚝배기처럼 은근히 재밌다.  

 

  소설 서유기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손에 어쩔 수 없이 버려졌던 현장 스님을 금산사의 장로가 거두어서 승려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의 기록을 보면 어린시절 병으로 부모님을 잃게 된 현장 스님은 형을 따라 낙양의 정토사에 들어가면서 불교 공부를 시작한다.   낙양에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 현장 스님은 중국으로 들어왔던 인도 승려들의 강론을 듣고는 불교의 발원지인 인도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서역 구법 여행을 떠나고자 마음을 먹게 된다.   하지만 출국 신청 탄원서를 낸 현장 스님에게 출국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조서가 내려지고, 해서 당 태종에게 인정받아 서역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갔다는 소설 서유기와는 달리 역사에서의 현장 스님은 몰래 서역 구법 여행을 단행하게 된다.

 

  서역 천축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다섯 군데의 봉화대를 중심으로 하는 국경 방어초소부터 지나가야 한다.   허나 남몰래 변방 관문을 빠져나가려 하는 자가 있다면 즉각 체포하거나 사살해버릴 수 있다.   출국 허락을 받지 못 했던 현장 스님에게는 첫 위기의 관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서역 천축으로 구법 여행을 가고싶은 현장 스님의 갈망을 사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서역으로 가기 위한 그 길에는 사막도 있다는데, 목마름의 갈증을 견디어내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현장 스님, 봉화대가 있는 국경 방어초소와 사막에서 길을 잃게되는 그 위기의 순간 이야기들은 숨을 죽이면서 지켜봐야 했다.  

 

  천축으로 가기위한 여정 속에서 코초국 국문태가 현장 스님을 붙잡아두려고 갖은 언행들을 취하게 되지만 단식으로 투쟁하는 현장 스님의 서역 구법 여행으로의 결심을 결국 꺾지 못했던 국문태는 의형제를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현장 스님의 서역 구법 여행의 걸음은 멈춤없이 진행되고, 곳곳에서 강도들을 만나게도 되지만 바라고 바라던 인도에 도착하고 만다.

 

  아유타국을 떠나 아야무거국으로 향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갠지스 강을 내려가던 중, 현장 스님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둘가 천신을 섬기는 도적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현장 스님을 제사에 쓰기 위한 제물로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아, 이렇게 현장 스님은 죽고마는 것일까...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어 숨을 꼴깍 삼키게 된다.   하긴 여기서 현장 스님이 죽으면 말이 안 돼지.   그렇다면 현장 스님은 그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을 어떻게 넘기게 될까......

 

  날란다 사원, 서역으로 구법 여행을 떠나온 현장 스님의 목적지이다.   계현법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유가사지론]을 배우는 현장 스님, 5년의 구법 유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후에는 남방 순례 여행을 하면서 5년 남짓을 더 보내게 된다.   그리하여 현장 스님이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당 태종 정관 19년이다.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갔던 현장 스님, 그 고초의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불경을 가지고 돌아온 그는 남은 여생 불경 번역으로 살아가게 된다.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던 나약하고  무능한 팔랑귀 현장 스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역사 속의 현장 스님, 그의 서역 구법 여행의 동행자로 보낸 이 시간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의 신라출신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혜초스님의 인도 여행길은 어떠했을까.  

  역사 속의 현장 스님을 만나고 그의 서역 구법 여행길을 동행하게 된 이 시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 두꺼운 책이었지만 그 두께가 독서의 걸림돌이 아닌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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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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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잘 기억은 안나는데, 로봇이 사람처럼 마음을 가진 공상 과학 영화를 보았었다.  기계만으로 만들어진 로봇에게 어떻게 마음이 있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감정 이입이 안 되다가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눈물을 적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로봇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의례히 인간에게 대항하고 저항하는 로봇과의 전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사실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미래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인 로봇에게 도리어 지배를 당하게 된다니 생각하고싶지도 않은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여하튼 로봇이라 하면 아무래도 인간적인 마음의 시선으로 바라봐지게 되기 보다는 자꾸만 차가운 기계 그 이상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기 오래 전처럼 마음을 가진 아니 생각을 가진 로봇을 다시 만나고 만다.

 

  나로 5970841은 인간처럼 생긴 꼬마 소녀 로봇이다.  사람처럼 통증도 느끼고, 피부도 사람처럼 가지고 있고, 외형적인 모양새는 딱, 인간 소녀이다.  현대의 애완 동물을 키우면서 외로움을 달래듯이 미래에는 로봇 소녀를 만들어내어 아이처럼 키우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미래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로봇들이 분야별로 나와 있다.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로봇들, 보모나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현주씨와 현태씨도 있다. 

 

  근데 이 미래, 정말이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여럿 있다.  즉, 지구 연방법에 따라 사람을 알파인과 베타인, 감마인과 델타인으로 등급을 매겨 나누는데, 전자들은 돈 많은 부자들이고 후자는 돈 없는 가난뱅이들이다.  여기서 돈이 있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은 하늘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아프면 병원을 갈 수도 있으며, 비싼 로봇들도 필요하면 구입할 수 있고, 배우고 싶으면 교육도 받을 수 있으며, 우주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돈이 없는 가난뱅이들은 범죄가 들끓고, 오염되어 병균이 도시를 가득 채운 땅에서 살게 된다.  것도 하늘 도시가 떡하니 하늘을 차지하고 있어서 햇볕도 안 비치는 폐허같은 도시에서 말이다.  에잇, 미래나 현재나 돈이 없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라니 세상은 너무나 무정하게만 돌아간다.

 

  돈이 많은 알파인과 베타인들은 병든 유전자조차 태어나기 전부터 조작하여 건강한 사람들, 우수한 유전자들만이 태어나게 된다.  여하튼 이 등급은 오른 손의 아이핀을 통해 인식되고 있다.  아이핀은 사람에게도 로봇에게도 다 심어져 있는데, 나로 엄마는 베타인이다.  나로와 함께 하늘 도시에서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기에서 하나 밝혀야 할 사실은 로봇들에게는 지켜야 할 3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첫 째, 인간을 해칠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의 3원칙이 말이다. 

 

  나로는 루피라는 공룡 로봇을 만나면서 자유를 꿈 꾸게 된다.  인간의 명령만을 따라야 하는 로봇이 인간을 떠나서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겠단다.  로봇의 별에서는 기계적인 취급이 아닌 권리와 생각을 표현해낼 수 있는 그들의 로봇권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인간을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되고, 인간을 위해서만 살다가 폐기처분되지 않아도 되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세상인 로봇 별인 것이다.

 

  나로는 로봇의 별을 가려고 한다.  언젠가 엄마가 죽고 혼자 남겨지게 되어 폐기처분 당해지는 로봇의 생애가 아니라 로봇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로봇의 세상에서 살고싶은 나로이다.  그래서 로봇의 3원칙을 제거하고, 자유로운 로봇이 되어 로봇의 별을 찾아가는 나로의 험난한 이야기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자유를 꿈 꾸는 로봇, 그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인간 소녀처럼 생긴 나로는 그 아이가 꿈 꾸었던 로봇의 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것일까.  보모 로봇 현주씨와 현태씨의 이야기도 찡하고, 나로를 향한 엄마의 그 사랑의 마음도 찡하고, 저항군으로 등장하는 델타인 봄이 일행들도 기억을 붙든다. 

 

  아이들이 흥미를 놓치지 않은 채, 끝까지 읽어낼만한 책이다.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 사회를 미리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이어지는 2편과 3편도 열렬 독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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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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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녀와의 사랑을 운명이라고 말했다.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던 한 남자의 가슴 시린 이야기, 아직은 그 눈물이 마르지조차 못 했을 것 같은 그 식지 않은 사랑의 이야기, 우리들의 눈에조차 그들을 운명적 연인이었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를 떠나보내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그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장진영, 그녀의 해맑은 외모가 나를 사로잡았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런 외모였기에 더욱 눈여겨 보아오던 한국의 여배우였음을 말이다.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암투병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녀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 믿기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장진영, 그녀의 죽음 소식을 전하는 연예프로그램들에서 울고있던 한 남자를 보았다.  아픈 그녀 곁에서 묵묵히 그 사랑을 표현해냈던 그 사람, 그녀의 남편이라는 소식은 우리들을 놀라게 했던 또 하나의 사실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죽어가고 있던 여인과 아무리 사랑이라는 끈을 서로가 잡고 있다하더라도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와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면서 조심스럽게 서로의 곁으로 파고들었다고 했다.  감히 운명이라는 말로 그 사랑을 말했지만, 그것은 진정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곁에는 그녀가, 그녀의 곁에는 그가 있는 것이 너무나 잘 어울렸으니깐, 그렇게 서로는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서로를 배려하고 아낌없이 소중히 여겼으니깐, 비록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았지만, 그들은 부부라는 인연으로 그 끈을 놓지 않았으니깐...아니, 절대 놓고싶지 않은 끈이었으니깐...

 

  너무 늦게 만난 사랑이 아니었냐고 안타까워하던 그에게 그녀는 늦게 만난 사랑이라 더욱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비로소 받는 사랑이 아니라 주는 사랑의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고 그런 사랑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래서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독한 통증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 되어도 절대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제 막 시작된 진짜 사랑을 이렇게 묻을 수는 없었으니깐...

 

  짧은 컷트머리를 하고,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빨간 장미 꽃다발을 양손에 들고 라스베이거스에서 2009년 7월26일 운명적인 사랑의 그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 사진 속의 그녀는 여태 그녀가 찍었을 그 어떤 사진보다 더욱 아름다웠고, 그 미소는 세상 어떤 순간보다 사랑스러웠다.  그와 그녀는 그렇게 미국 하늘 아래에서 결혼을 했고, 그녀가 숨을 거두기 전 그는 그녀와의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제는 그는 사랑하는 그녀 장진영의 남편이 되었고, 그녀는 이제 사랑하는 그 김영균의 아내가 된 것이다.

 

  운명처럼 사랑이 다가왔고, 그 사랑을 이루고싶어 부부가 되었지만, 그는 여기에 있고, 그녀는 저 하늘에 있다. 

  떠나 보낼 수 밖에 없는 그녀였지만, 이렇게 남겨진 그이지만, 둘의 깊은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을 수가 없다.  배우 장진영씨를 사랑했던 김영균씨, 그들의 만남에서 깊어진 사랑 그리고 그녀의 투병생활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그 마지막의 모습까지 그가 그녀의 이야기를 되새겨 들려주고 있다.  그가 기억하고, 우리들이 기억한 사랑스러웠던 배우, 해맑은 얼굴을 가졌던 장진영, 그녀가 더욱 보고싶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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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정권 - 탈세와 부정으로 얼룩진 오바마 정권의 이면
미셸 말킨 지음, 김태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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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는 희망과 변화라는 구호를 내걸며, 미국민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대통령이 되었다.  케네디 이후로 오바마만큼 미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대통령은 없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미국민과 언론은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는 것 같았다.  미국민들이 오바마에게 신뢰와 사랑을 안겨줄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서 진정한 희망과 변화를 바랐고, 신선함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 오바마 정권은 현재 어떤 모습이길래, 이 책은 이런 제목을 적은 것일까.  기만의 정권이라니, 도대체 왜?

 

  오바마 정권은 낙마의 정권이라 할 정도로 도덕문제와 능력문제에 맑지 못한 인사들이 후보자로 선정되었다가 수두룩하게 낙마되었다.  백악관으로 입성한 오바마, 새로운 인물들로 정권을 교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사람들은 탈세, 횡령, 무능력 등등의 낙마 이유들을 줄줄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가 요직에 두려고 했던 톰 대슐은 2004년 집에대한 재산세를 부당하게 면제받고, 로비스트로 등록이 되지는 않았지만 로비스트 활동을 하였던 인물이다.  이런 그였는데도 오바마는 대슐을 공직에 헌신한 사람이라고 칭송을 입가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하였다니, 대슐의 탈세를 실수였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미셸 오바마는 유착기업으로부터 엄청난 이득을 누리다가 남편에대한 내조와 아이들 양육을 위해 그 일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진보진영의 여성과 언론, 자본주의 비판자들의 호감을 샀다고 한다.  미셸은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기업계에서 뛰쳐나와 남을 돕는 일에 헌신하는 것은 사회에 필요한 일이니 젊은이들도 그와같이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미셸의 고귀한 희생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오바마내외는 생계가 어렸웠을텐데도, 여전히 그들의 아이들은 비싸기로 소문난 사립학교에 다녔고, 그녀는 일주일에 나흘씩 개인 트레이너를 데리고 운동을 했다고 하니 기업으로부터 얻어낸 이득이 얼마나 많았으면, 부자는 망해도 3년을 살 수 있다는 말처럼 그렇게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일까.  하긴, 이렇게 호사를 누릴 수 있을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주던 기업계를 떠났다는 것은 그녀의 말처럼 순교라도 한 것 같기는 하다.  참고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오바마가 어려운 시기때, 블랙웰 가문의 법률 자문을 맡은 적이 있고, 그 일로 8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바마는 블랙웰 가문 소유의 다른 기업인 킬러스핀에 5만 달러의 관광장려기금을 주도록 일리노이 주정부에 로비를 하였고, 미셸은 시카고 의대병원의 경영진 급여와 홍보대행사 선정및 보수기준과 공급업체 선정 절차에 공급업체로 블랙웰 컨설팅 서비시즈를 입찰에 포함시켰으며 결국 블랙웰은 60만 달러 규모의 사업에 선정되었다.    

 

  오바마는 2008년 러닝메이트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적 약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조 바이든을 소개했다.  그런데 바이든은 300만 달러짜리 호숫가 저택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이 잘 간다는 유니언 가 단골집은 문을 닫은지 이미 오래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자식들을 좋은 직장에 취업시켰고, 후원금의 일부로 집 마당의 잔디를 관리하는데 수천 달러를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보통사람처럼 기차로 통근을 하는데, 그러나 그가 통근 길에 타는 고속 열차는 보통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엄청나게 비싸다.  상원의원이니 할인혜택을 받기도 하고, 운임을 후원비로 내기도 한다니 그가 내세우는 '보통 사람 조'라는 이미지는 위선처럼 여겨진다.

 

  상무장관 후보 지명자가 두 번이나 낙마된 후, 꺼낸 카드는 게리 로크이다.  청렴하다는 그, 하지만 로크는 71만 달러 이상 가량의 납세자의 돈을 써서 보잉이 최대의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동서 회사에 면세 혜택을 준 일도 있다. 

 

  백악관은 잇따른 낙마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묘안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없는 새 직책을 대통령령으로 만들었다.  이는 업무 중복이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기식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우려됨에도 오바마는 책임 부처에 차르를 임명하였다.  에너지 및 환경 차르에는 클린턴 시절 부패인사였던 캐럴 브라우너가 임명되었으며, 개발업자와 유착관계를 드러낸 캐리언은 백악관 도시국장이다.   연방정보 책임자로 임명된 비벡 쿤드라는 20대시절 절도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고, 백악관으로 가기 전 근무했던 곳에서 부하직원이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전혀 모름으로 부하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작은 조직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연방정부라는 큰 조직을 관리할 수 있겠냐는 일침을 듣기도 한다. 

 

  백악관에는 로비스트들이 발을 들이지 못 하도록 만들겠다던 오바마,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로비스트와 무관하지 않았고, 탈세와 무능력, 도덕적 문제들에 관여되어 있었다.  희망과 변화라는 구호를 내세웠던 오바마 정권, 그의 정권 역시도 여타의 부정부패의 정권과 다르지 않았음을 우리는 또렷하게 보게 된다.  이 책, <기만의 정권>을 읽으면서 세상 어떤 나라에도 청렴한 정치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너도나도 정치인이 되겠다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씁쓸함이다.  부정과 탈세로 얼룩진 정권, 희망과 변화를 내세웠던 오바마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세상에 희망을 던져주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일이 진정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일까.  투명하고 책임있는 정부, 그곳에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청렴한 정치인들이 포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희망이 있고,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도 멀고도 멀기만 하다는 걸까.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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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사 - 위화 산문집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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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위화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허삼관 매혈기]로 부터이다.  가슴에서부터 발하는 감동을 미처 추스리지 못해 끝내 엉엉 소리내어 눈물 짓게 만들었던 그를 심장에 박아넣으며, [인생]이란 책으로 그 두번 째의 만남까지 이어갔다.  그와의 두번 째 만남에서 역시 나는 또 주책맞게 눈물로 가슴을 적셨고, 그렇게 그는 나에게 감동만을 심장 속으로 몰아쳐 왔다.  그의 쓰나미같은 감동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이 오히려 감사한 행복이었을만큼 위화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한한 축복처럼 여겨졌었다.  

 

  이번은 그를 만나는 세번 째이며 산문집은 처음이다.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위화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엿본다는 것은 얼굴을 발그레하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 산문집 읽기가 매번 조심스러웠으나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이 책은 위화가 자신의 아들을 가지게 되면서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세 살이 되기 전의 그의 아들은 외출을 하기만 하면 택시를 잡아 타자고 말했다고 하고, 야단을 치며 벌로 집 밖에 내놓았더니 어느 날은 잽싸게 들어와 오히려 집 현관을 걸어잠궈 자신이 내쫓겨나 버린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해서 겹쳐지는 영상은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으면 밀밭으로 숨어들어갔던 위화의 어린시절의 추억담이다.  아버지의 노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은신처인 밀밭에 숨어 있다 들어갔는데, 어느날은 금세 들켜버려 엄청 혼이 났다는 일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화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찐빵과 만두 이야기도 들려준다.  위화는 치과의사로 5년간 생활을 하다가 작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한국 방문기도 실려 있어 반갑기가 그지없다.  그가 생각하고 있던 한국의 인상을 들으며, 그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가 진정한 책읽기라는 것을 한 것은 20대부터였다고 한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책읽기의 바다 속을 헤엄치기 시작했는데, 그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다니 입이 헤벌죽해진다.  그 역시 고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그가 읽었다는 빅토르 위고의 글이나 보르헤스의 글들을 나는 아직도 못 만나고 있으니 반성의 숙연한 시간을 가져본다.  장편소설을 쓰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한 부분을 보면서 작품을 하나 탄생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도 된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작가인 자신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허삼관 매혈기]는 정말이지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 걸작이라고 말함을 주저함 없게 한다.  1996년작인 그 작품의 발문과 중국어판 서문, 한국어판 서문, 독일어판과 이탈리아판 서문이 실려 있다.  이외에도 [살아간다는 것], [가랑비 속의 외침], [현실일종] 등 그가 쓴 작품들의 서문이 있다. 

 

  인간 위화의 삶이라던가, 생각들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러웠던 것은 그의 작품 속에서 느꼈던 감동이 너무나 커서 작가 자신에게 가지는 이상이 커져버려서였다.  내 안의 그와 실제의 그 안에서 충돌하게 될 무언가를 만나게 될까봐 그를 알아가는 일에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의 산문집을 덮는 시간, 실제의 그를 알아가게 된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허세에 쩔어 있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응원한다.  나는 위화를 좋아한다.

 

[인상적인 구절]

  나는 내 작품이 점점 쉽게 변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대의 변화인지 사람의 변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그저 살아 숨쉰다는 사실과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됐고, 문학의 위대한 점은 바로 동정과 연민의 마음에 있으며, 이런 느낌을 철저하게 표출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실험이 아니라 이해와 탐색이며, 형식상의 탐색은 형식 자체의 창조나 다른 어떤 표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함이며, 인간의 내심을 표출하기 위함이지, 결코 내분비물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다.

- 중략-  앞으로 나올 작품 소게는 더 많은 의의가 담겨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 의의는 영혼과 희망이 담겨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을 말한다.                             

                                                                    -208에서 209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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