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월이다. 두달전 나는 한국을 떠나 따뜻하고 사람 좋은 곳에 정착했다.

그리고 12월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거나 이제 여기 살아야겠다는 그런 마음보다는 내가 할 일이 있어서.

내가 할 일을 한게 언제였는지......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하고싶은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인가 보다 했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곳을 아무생각 없이 여행하며 가끔은 정착할 수도 있었다.

남들보다 더 조금 사진을 찍어도 괜찮았고 내 생각을 내 의견을 표출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 아무도 남지 않은 한국으로 돌아와 책 한권을 읽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나라. 그리고 어쩌면 여전히 그는 이곳에서 살겠다하겠지만 나는 이곳을 다시 떠나려고 한다.

옛날에 한 친구가 나에게 왜 그렇게 돌아오냐고 물었었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던가.

이제는 모른다.

너도 나도 이제는 서로를 떠나야하는 건지도.

나이는 차곡차곡 먹어가고 나는 사랑을 한다.

여전히 사랑을 하고 혹시 그와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또 다른 사랑을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지도 모른다는 그에게 하는 오늘 밤.

그는 옆자리에 여전히 내 자리를 남겨두고 나를 기다릴까.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

소파에 누워 노트북을 배 위에 올리고 글을 쓰는 내게 피곤하겠다. 빨리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은 있어서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구웠다.

여기 사람들은 신기하게 먼저 삶아서 그걸 굽는다.

그럼 더 빠르고 맛있다는데 더 어이없는 건 속은 하나도 익지 않아서 나는 겉만 긁어 먹는다.

그는 이런 이곳 사람들에 처음엔 웃더니 나중엔 그냥  잘도 먹는다.

나는 못 먹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먹으며 예쁘게도 웃는다.

 

당신이 이런 사람이 아니였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을 거다.

당신이 만약 내가 못 먹는 닭을 똑같이 못 먹는 사람이였다면 나는 당신이 싫었을지 모른다.

당신이 만약 내가 잘 먹는 고수를 골라내지 않고 똑같이 잘 먹는 다면 나는 당신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영화를 좋아한다면 나는 당신과 만날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티비를 하루종일 끼고 사는 어느집 남자와 같다면 나는 당신과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나와 농구 중에 한참을 망설이다 농구하고 올게라고 말하지 않는 남자였다면 당신과 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린 그런 사이였고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고 결혼하지 않고 당신은 나를 위해 직장을 때려치웠고

싸이덕에 주식이 올라 우리는 몇년은 일을 안하고 살아도 괜찮을지 모른다.

우린 그 몇년을 못 채우고 다시 헤어질지 모른다.

이번에도 떠나는 쪽은 나일지 모른다.

이번엔 당신이 나를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당신을 당신도 나를 아직은 사랑한다.

상처 만큼 사랑하고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아직은 한집에서 그렇게 그렇게 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떠난 뒤에 오는 것들 - 여행에서 찾은 100가지 위로
이하람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인이 생기면 무엇이 하고 싶냐고 당신은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그래서 내가 사랑하기엔 조금 힘든 사람인가보다 이야기 했다.

어느날 아침 나는 당신에게 전화를 했다.

우린 통화를 하는 사이가 아니였고 익숙하고도 낯선 당신의 목소리가 전화기 사이로 어색하게 들렸다.

여보세요. 라고 이야기 하는 당신의 목소리에 나는 한참을 그저 울었다.

당신은 내게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고 그저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맘이 헛헛하던 겨울날이였을까. 나도 내가 왜 그러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한 참 울다 이야기했었다.

나 긴 여행을 떠날 거라고. 돌아오지 못할 여행인지도 모르겠다고.

당신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당신이 어색할만큼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당신 집 근처를 맴돌며 당신의 연락을 기다렸다.  삐삐 한통이라도 왔으면 하고 일주일을 기다리던 날들.

당신은 내게 끝내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또 한참을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우린 헤어진 연인이였을까. 나는 그런 당신에게 무엇을 바란걸까.

돌아오던 날 당신은 공항에 서서 나를 안아주었다.

돌아올 날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그렇게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그날 내 첫사랑은 끝났다.

충동적인 사랑. 충동적인 여행.

항상 내가 기다려야만 하던 사람이였고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보이는 사람이였다.

그렇게 그날 내 사랑은 끝났다.

 

오늘 책들과 함께 발리까지 와준 한 남자와는 다른 사람이여서 가끔 기억나는 사람.

이 책의 끝에서 나는 그가 생각난다.

내게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해준적 없던 사람.

하지만 추운 겨울날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 자신의 집보다 한참을 먼 곳까지 데려다 주던 다정했던 사람.

사랑도 다정도 병인지 모른다.

그 다정함에 항상 넘어가는 나도 병인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어제 내게 책 한권을 선물했다.

나는 조금 웃었다.

 "스님의 주례사?"

이거 나 읽으라고 하니 그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오랜만에 간 경복궁 그리고 삼청동의 카페. 나는 책을 들척거렸다.

내게 결혼하자는 그에게 나는 한번도 그러겠다고 말 하지 못했다.

나는 결혼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여서 그랬다.

그런 그에게 이제 다른이가 생겼으면 했다.

나에게 웃어보이는 그 예쁜 웃음이 이제는 조금 더 아팠다.

 

시간을 거슬러 나는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었다.

친구가 물었다.

 "너도 결혼 할거야?"

 "당연하지. 난 신혼여행 순례자의 길 갈거야"

 "누군진 몰라도 그 남자도 불쌍하다."

 "왜?"

 "그냥 혼자 살아 넌."

 "무슨 저주야?"

 "이 나이게 역마살로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나이들면. 어우"

 

저주가 현실로 변한 순간. 그때 그 친구는 결혼해 아이가 벌써 둘이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끔 웃어주는 이모고 친구는 내게 이제는 결혼 해서 정착하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미안하지만 친구야 니 저주가 현실이 된거다.

 

다시 삼청동 그와 자주 가던 카페에 나 혼자 앉아 있다.

이 책을 건내며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럽게 읽어내리며 그의 마음을 알아서 나는 아프고 쓰리다.

함께 살자는 말을 이렇게 하는 그가 이제는 정말 아프다.

그러면서 정말로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다.

그의 맘에 나는 무슨 짓을 한 걸까?

 

책에 답은 없었다. 나는 그렇다. 답은 없었다고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용서 못 하겠습니다.

개소립디다.

저는 꼭 용서해야 제가 살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한참 동안 원망했고 여전히 증오하고 싫고 밉습니다.

그래서 여러번 용서하려고 했고 그래서 여러번 그 만큼 울고 소리치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저는 그 만큼 사람을 싫어해본적도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원망하는 그 사람이 핏줄이라는게 이렇게도 원망스러울까요.

 

연락을 안 하고 산지 한참이 되었으나 이제 그만 해야지 하면 나타나 제 속을 뒤집어 놓은 그 사람을 저는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읽었습니다.

아무런 느낌도 없는 정말 제 속에는 뻘 소리만도 못한 당신의 글을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불쌍하고 어린 중생인지라 이해 못하겠습니다.

어리고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는 스님이라는 사람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이혼하지 않는다' 라는 그 말 정말로 자신있게 쓰신 겁니까?

'다 용서할수 있습니다.' 라는 그 말 정말로 자신있게 쓰신 겁니까?

'다 지나갑니다.' 라는 그 말도 정말 자신있게 쓰신 겁니까?

 

아니면 저 같은 불쌍한 중생에게 엿 먹으라고 이렇게 격하게 표현하라고 쓰신 겁니까?

 

저는 어리고 철없고 그래서 용서할수 없는 사람이 한 사람있습니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지만 한 사람 쯤 미친듯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게 미워합니다.

아직도 저는 용서 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더 들고 마음이 더 커지면 그때는 그 사람을 이해 정도는 할 수 있을지

그러면 용서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미워하렵니다. 아직은 그냥 전 싫어하고 미워하렵니다.

살면서 한 사람 쯤 미워해야 제가 좀 더 사는 구나 싶을거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