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구웠다.

여기 사람들은 신기하게 먼저 삶아서 그걸 굽는다.

그럼 더 빠르고 맛있다는데 더 어이없는 건 속은 하나도 익지 않아서 나는 겉만 긁어 먹는다.

그는 이런 이곳 사람들에 처음엔 웃더니 나중엔 그냥  잘도 먹는다.

나는 못 먹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먹으며 예쁘게도 웃는다.

 

당신이 이런 사람이 아니였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을 거다.

당신이 만약 내가 못 먹는 닭을 똑같이 못 먹는 사람이였다면 나는 당신이 싫었을지 모른다.

당신이 만약 내가 잘 먹는 고수를 골라내지 않고 똑같이 잘 먹는 다면 나는 당신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영화를 좋아한다면 나는 당신과 만날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티비를 하루종일 끼고 사는 어느집 남자와 같다면 나는 당신과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나와 농구 중에 한참을 망설이다 농구하고 올게라고 말하지 않는 남자였다면 당신과 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린 그런 사이였고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고 결혼하지 않고 당신은 나를 위해 직장을 때려치웠고

싸이덕에 주식이 올라 우리는 몇년은 일을 안하고 살아도 괜찮을지 모른다.

우린 그 몇년을 못 채우고 다시 헤어질지 모른다.

이번에도 떠나는 쪽은 나일지 모른다.

이번엔 당신이 나를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당신을 당신도 나를 아직은 사랑한다.

상처 만큼 사랑하고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아직은 한집에서 그렇게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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