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떠난 뒤에 오는 것들 - 여행에서 찾은 100가지 위로
이하람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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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생기면 무엇이 하고 싶냐고 당신은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그래서 내가 사랑하기엔 조금 힘든 사람인가보다 이야기 했다.

어느날 아침 나는 당신에게 전화를 했다.

우린 통화를 하는 사이가 아니였고 익숙하고도 낯선 당신의 목소리가 전화기 사이로 어색하게 들렸다.

여보세요. 라고 이야기 하는 당신의 목소리에 나는 한참을 그저 울었다.

당신은 내게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고 그저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맘이 헛헛하던 겨울날이였을까. 나도 내가 왜 그러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한 참 울다 이야기했었다.

나 긴 여행을 떠날 거라고. 돌아오지 못할 여행인지도 모르겠다고.

당신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당신이 어색할만큼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당신 집 근처를 맴돌며 당신의 연락을 기다렸다.  삐삐 한통이라도 왔으면 하고 일주일을 기다리던 날들.

당신은 내게 끝내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또 한참을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우린 헤어진 연인이였을까. 나는 그런 당신에게 무엇을 바란걸까.

돌아오던 날 당신은 공항에 서서 나를 안아주었다.

돌아올 날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그렇게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그날 내 첫사랑은 끝났다.

충동적인 사랑. 충동적인 여행.

항상 내가 기다려야만 하던 사람이였고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보이는 사람이였다.

그렇게 그날 내 사랑은 끝났다.

 

오늘 책들과 함께 발리까지 와준 한 남자와는 다른 사람이여서 가끔 기억나는 사람.

이 책의 끝에서 나는 그가 생각난다.

내게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해준적 없던 사람.

하지만 추운 겨울날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 자신의 집보다 한참을 먼 곳까지 데려다 주던 다정했던 사람.

사랑도 다정도 병인지 모른다.

그 다정함에 항상 넘어가는 나도 병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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