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여행도 가는데 그거 영화정도야 하며 그냥 혼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중 천만이 넘는 영화를 난 단 한번도 본적이없다.
어제도 그렇게 혼자 영화를 봤다.
평소에는 먹지 않는 커다란 팝콘과 콜라를 샀다.
고맙게도 평일 오전이라서인지 내가 앉은 줄에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너 혼자여라하는 것처럼 나는 혼자였다.
영화를 보다 중간에 울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음...... 주인공은 나처럼 혼자였다.
아니 뱅골호랑이와 함께였다. 나는 팝콘과 함께였다.
그래서 였을까. 갑자기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한참을 바보처럼 울었다.
울고 울다가 멍하니 고개를 들고 다시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런데 바보처럼 그에게 의지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쿨한 여자처럼 보이고 싶어서 나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뭐해요?'라는 그의 카톡에 '나 영화봤어요.'라는 답장을 보내고 멍하니 혼자 한참을 걸었다.
나는 그가 좋다.
하지만 그에게 나를 위해 무엇을 해달라고 한다거나 어떤 물건을 그가 사주면 좋겠다거나 그가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란다거나 하는 일이 다른 사람보다 너무나 힘들다.
그에게 집착하고 싶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고 그의 넓은 어깨에 기대 잠들고 싶고 언제나 찬 내 손을 그가 꼭 잡아주었으면 하지만 나는 왜 멋있는 여자인척 하고 싶어서 그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저 그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이야기 할 뿐이다.
나도 알고 있다. 이런 내가 바보같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말 할 수가 없다.
그가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온 몸으로 나를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원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해주기 위해 그가 이룬것.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 그의 꿈. 그런 모든 것들에 나의 손길이 미치는 것이 싫다.
언젠가 그가 이제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 자신과 함께 있자고 했을때, 너무너무 보고싶다고 이야기 할때 나는 과연 그를 위해 그랬던가.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버스가 달려 도착했다.
조금 걸었을때 그에게 전화가 왔다.
그의 이름이 뜬 핸드폰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나직하고 조금은 들뜬 목소리가 나는 너무 좋아 한참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영화는 재밌었어?'하고 묻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 길 한복판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에게 울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처량맞게 눈물만 뚝뚝......
왜 그러냐고 묻는 그의 물음에 그냥 너무 추워서라고 이야기하고 그에게 보고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자신도 그렇다고 나에게 많이 보고싶다고 추운데 옷 잘 입고 다니라고. 자신이 곁에 있으면 안고 다닐텐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집에 다 왔다고 나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뭘까.
그는 누구일까.
그는 왜 내게 그런 사람일까.
왜 끝없이 그런 사람일까.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그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이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