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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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장은 생각한 일이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행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조차 끊임없이 불행하지만은 않으므로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 P11

아무도 나를 치고 가지 못한다. 타인을 해치려는 사람은 자신을 걸어야 하므로. - P35

불행을 통과한 인간에게는 질문이 찾아온다.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는 질문은 불행한 인간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 불행한 인간은 대체로 자신이 겪은 불행으로 말미암아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P59

그냥 운이 없었던 거죠. 나쁜 사람의 이유 같은 것에 귀 기울여줄 필요 없어요. - P165

"세상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그냥 사고예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세상의 모든 일이고요. 왜 특별히 쟝에게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냥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라는 말이에요?"
"아니죠. 엄청난 일이 일어났죠. 삶에는 원래 엄청난 일이 계속 돼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부터 봐요. 불행을 특별 대우해주면 불행이 잘난 척을 해요......." - P184

그렇게 많이 가지고도 여전히 잃는 걸 두려워하는 게 신기했다. - P230

거의 생기지 않을 일에 대한 대책은 준비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계엄사령부 조사실에 갇힐 때를 대비하지 않은 건 장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무도 장을 도울 수 없었다. 그럴 만큼 누군가를 도와본 적이 없었다. 장은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했다. - P240

마침내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행이 찾아왔을 때 장은 불행이란 단어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데 한참이나 모자람을 깨달았다. 지난날의 견해가 오만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불행의 일부를 감경받는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장의 불행을 덜어 가려고 하지 않았다. 장은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전부 내 것이라고? 이렇게나 크고 많은 것이? 이 정도 불행이면 모두가 함께 나눠야 공평하지 않은가? 비록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나눠 가진 적이 없더라도 말이야. 그의 불행은 온전히 그의 것이기만 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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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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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참신하다. 작가의 첫 작품이라 그런가 구성이나 결말을 풀어내는 방법이 필력에 비해 허술해 보이지만, 주인공 찬과 란에 공감하면서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다행인 건, 작가의 이후 작품이 휠씬 좋은 것. 작가가 발전하는 게 보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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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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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대에 읽었을 때 왜 이렇게 불필요한 일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쏟는지 의문을 가지며 마초적인 헤밍웨이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고 K는 말했다. 그래서 K는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칭송받을 만 한가,라는 생각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K가 나이 50이(K의 나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지천명이 되었다) 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K는 나에게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나 봐요'라고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경력을 단절하고 노안이 오기 시작한 K는 소설 속 주인공인 산티아고 노인이 청새치를 잡으려고 바다 저 멀리 나가고 고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상어 떼와 싸우는 것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경력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곤 묻는다.

나에겐 경력은 무엇일까요? 나도 산티아고처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요? 지금은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127쪽짜리 짧은 소설이다. 이번 독서 모임에서 발제는 내가 맡았다. 유명하고 분량이 짧아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무슨 생각거리가 이리도 많은지.


노인, 고독, 친구

산티아고에게는 마놀린이라는 친구가 있다. 마놀린은 열두세 살 정도 된 소년이다. 소년은 산티아고를 부모처럼, 스승처럼, 친구처럼, 반려자처럼 따르고 존경하고 함께 하고 보살핀다. 청새치를 잡기 위해 먼바다로 나가 혼자 고군분투할 때 산티아고는 끊임없이 소년을 찾는다.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도와줄 수도 있고, 이걸 구경할 수도 있을 텐데."

산티아고도 마놀린을 자식처럼, 제자처럼, 동무처럼, 동반자처럼 지켜보고, 가르치고, 즐기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 마놀린은 아마 노인이 죽을 때까지 그와 함께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을 것이다. 배우며 혹은 가르치며.

그래서 노인은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그가 한 말처럼 "파멸당할 순 있어도 결코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곁에서 함께 하며 말을 건넬 누군가가 있는 삶이 절대 실패한 인생일리가 없다. 노인은 실패하지 않았다.


청새치, 먼바다, 상어 떼

산티아고는 84일째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마놀린은 아버지의 지시로 고기를 많이 잡는 고깃배를 타야만 했다. 85일째 되던 날, 산티아고는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나간 바다에서 자기의 조각배보다 더 큰 5.5m짜리 청새치를 잡았다. 노인보다 크고 힘이 좋은 청새치를 잡느라 항구에서 멀어져 사흘을 떠돌았다.

물고기를 동여 매고 항구로 돌아가는 노인의 조각배를 상어 떼들이 습격했다. 정확히 말하면 노인의 배가 아니라 청새치를 습격했다. 커다란 청새치는 노인뿐만 아니라 상어들에게 너무도 매력적인 고기덩이였다.

노인은 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 떼와 싸웠다. 작살이 부서지고 칼을 맨 노가 망가면서 상어와 싸웠지만 청새치의 살점은 모두 뜯겨나갔다. 노인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 노인의 배에 매달려 있는 것은 5.5m짜리 뼈뿐이었다. 모두들 노인의 노고를 치하했다. 소년은 울었다. 관광객이 물었다. 저 뼈는 무슨 뼈인가요? 카페를 지키던 청년이 말했다. "아마, 티뷰론(상어) 일 거예요."


사흘을 싸우고서 가지고 온 것은 뼈만 남은 고기. 아무것도 팔 수도 없고 빵으로 바꿀 수도 없는.

뼈를 보곤 청새치가 아니라 상어라고 하는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

노인은 무엇을 위해 그 먼바다까지 나갔다 온 걸까?

노인을 무엇 때문에 상어 떼와 그 치열한 싸움을 한 걸까?


"그놈들한테 내가 졌어, 마놀린. 놈들한테 내가 완전히 지고 만 거야" 노인이 이렇게 말하고,

"할아버지가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에요.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라고요." 마놀린은 이렇게 대답했다.


누군가는, 삶이 계속되는 시간 이렇게 목숨을 다해 열심인 적인 있었을까, 라며 노인을 존경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기는 다른 날 잡으면 되지, 매번 목숨을 바칠 수가 있을까, 라며 노인을 탓할 것이다.

모두가 옳고 전부 다 맞다.

책을 읽을 때는 '나라면 이렇게까지는 안 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읽고 나서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인생이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가!

무엇을 하기엔 늦은 나이는 없지만, 과연 내가 해오던 대로 말고 산티아고처럼 자신의 일 하나에 목숨을 걸 만큼 깊이 빠질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꿈꾸는 이상적인 노인

마지막 질문은 이상적인 노인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는 거였다.

K는 꼰대가 아닌, 즉 지적질하지 않는 노인이라고 했고, L은 역시 건강-청새치를 끝까지 따라갈 수 있는-이라고 했다. O는 마놀린처럼 누군가와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라고 했고 M은 L처럼 건강한 노인이라고 했다.


나는 <노인과 바다> 속 산티아고를 통해 이상적인 노인의 모습을 보았다.

남들은 보잘것없다고 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한참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지치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해내고,

이거다, 싶은 일의 형태를 발견하면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고,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가르치려 하지 말고,

물건에 욕심내지 않고,

내가 가진 삶을 살아내는 기술을 조건 없이 전수해 주고,

'네가 보고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내가 졌다'라고 인정할 줄 아는,


아, 나는 산티아고가 될 수 있을 것인가

5년에 한 번씩 <노인과 바다>를 반복하며 이상적 노인을 복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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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현실적으로.

올해는 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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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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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쉬지 않고 꾸준히 노를 저어 나갔고, 속도를 잘 유지한 데다 이따금씩 조류가 소용돌이치는 곳을 제외하고는 수면이 잔잔했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는 자기 힘의 삼분의 일가량을 조류에 떠맡기도 있었다. 차츰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하자 이 시간에 저어 나오려고 했던 거리보다 휠씬 더 멀리까지 나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P32

"할아버지는 내게 자명종 같아요."소년이 말했다.
"내 나이가 자명종인 거지. 한데 늙은이는 왜 그렇게 일직 잠에서 깨는 걸까? 하루를 좀 더 길게 보내고 싶어서일까?" 노인이 대꾸했다. - P25

노인이 말을 걸자 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새는 너무 기진맥진한 상태여서 제대로 낚시줄을 살펴볼 겨를도 없어 보였다. 가냘픈 발가락으로 낚시줄을 꽉 움켜잡고 있는 동안 아래위로 흔들거렸다.
"줄은 튼튼해. 아주 단단하다고. 간밤에는 바람 한 점 없었는데 그렇게 지쳐서야 되겠니." 노인이 새에게 말했다. "새들은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저 새들을 노리고 바다까지 날아오는 매들이 있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에 대해 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해 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고, 머지않아 매들에 대해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실컷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곤 뭍으로 날아가 인간이나 다른 새나 고기처럼 네 행운을 잡으려무나." 그가 말했다. - P56

"하지만 난 저놈을 꼭 죽이고 말 테야. 아무리 크고 아무리 멋진 놈이라도 말이지." 그가 다시 말했다.
하긴 그건 옳지 않은 일이긴 해,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난 녀석에게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 낼 수 있는지 보여 줘야겠어.
"나는 그 아이한테 내가 별난 늙은이라고 말했지. 지금이야 말로 그 말을 입증해 보일 때야."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 그는 그런 입증을 수천 번이나 해 보였지만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지금 또다시 그것을 입증해 보이려고 하고 있었다. 매 순간이 새로운 순간이었고, 그것을 입증할 때 그는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 P67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은 없고, 지금 이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P104

노인은 고물 쪽에 누워서 키를 잡고 하늘에 휜한 불빛이 비쳐 오기만을 기다렸다. 고기는 반밖에 남지 않았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운이 있으면, 어쩌면 앞쪽 반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겠지. 내게도 조금쯤은 운이 남아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럴리 없어, 하고 그는 말했다. 너무 멀리까지 나왔을 때 너는 이미 운수를 망쳐 버리고 만 거야.
"바보 같은 생각은 이제 그만하시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나 잡아. 이제부터라도 행운이 찾아올지 어떻게 알아."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P118

침대가 얼마나 편안한 물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지. 한데 너를 이토록 녹초가 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 P121

"바다는 엄청나게 넓고 배는 작으니 찾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을 테지." 노인이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과 바다가 아닌, 이렇게 말 상대가 될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반가운지 새삼 느꼈다. "네가 보고 싶었단다. 그런데 넌 뭘 잡았니?" 노인이 물었다. - P125

늙어서는 어느 누구도 혼자 있어서는 안 돼,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걸. 잊지 말고 저 다랑어가 상하기 전에 먹고 기운을 차려야지. 아무리 먹기 싫더라도 아침에는 꼭 먹어야 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돼, 하고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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