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가 온다 -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개정증보판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정지훈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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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에 필요한 6가지 인재의 조건 - 디자인, 스토리, 공감, 유희, 의미, 조화-에 대해 강조하는 책. 우뇌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너무 늦게 읽었다. 2012년 책을 2020년에 읽자니 이제는 새로운 미래와 인재가 아닌 뻔한 시대와 인재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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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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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다시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였고 현 상황과 유사한 콘텐츠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읽기로 한 소설이다. 실은 코로나로 감금(?)당하면서 현재와 유산한 상황을 다룬 콘텐츠를 많이 보았다. 한국영화 <감기>와 <괴물>를 다시 보고, 외화 <컨테이젼>과 <눈 먼자들의 도시>도 시청하였다. 이제는 소설로 눈을 돌렸는데 그것이 <페스트>이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소재와 줄거리는 분명 <페스트>라는 질병을 다루고 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질병 너머 다른 것도 보인다. 위의 영화들에서처럼 단순히 질병과 바이러스, 그로 인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페스트>의 주요 등장인물은 의사 리유, 기자 랑베르, 말단 공무원 그랑, 천주교 신부 파늘루, 자살을 시도하던 코타루 그리고 사람 타루이다. 어느 4월 갑자기 알제리 오랑이라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도시에 페스트가 유행한다. 지금 코로나가 우리를 갑자기 찾아온 것 처럼. 오랑시 당국은 도시 폐쇄를 놓고 책임소재와 대처방안에 대해 답없는 회의만을 하고 아무튼 퍼져가는 사망자에 오랑시는 폐쇄를 당하고 폐쇄된 오랑 시민들이 만연한 페스트를 대처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 


의사 리유는 직업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환자를 치료하고, 오랑 사람이 아니었던 랑베르는 탈출을 시도하고 그랑은 자기가 할 수있는 자질구레한 일을 자처하고 파늘루는 열심히 신이 우리에게 반성의 형벌을 내리니 견뎌내자는 설교를 하고 페스트 직전 삶이 피폐로 자살하려던 코타루는 페스트 상황에서 오히려 활력을 찾고 있고, 타루는 당국은 그들의 할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의 할일 - 민간 보건대를 청설한다. 소설은 보건대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오랑시민들은 감금된 도시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감염된 환자들이 어떻게 죽고 처리되는지를 심하게 무미건조한 문체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감기>나 <컨테이전>만큼 긴장되지도 않고 초조하지도 않다. 오히려 건조한 서술로인해 조금은 지루하다고나 할까? 왜냐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페스트에 찾아온 후 사람들의 삶은 지금 2020년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겪고 있는 것,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며 고통받고 있는 나의 모습과 이웃의 모습을 다양해진 매체로 인해 우리는 생생하게 보고 듣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그대로이다. 


많은 고전들이 그러하겠지만 <페스트> 역시 줄거리를 따라가기 보다 등장인물의 생각에 집중해야 제대로 이 작품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 리유는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이동하는 동안 회의하는 동안 대화하는 동안 페스트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한다. 타루는 리유와 대화를 자청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피력하고 그랑과 랑베르도 보건대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발언한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발언과 생각은 그대로 카뮈의 생각과 사고의 결과물일 것이다. 


리유는 머리를 흠칫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저 매일매일의 노동, 바로 거기에 확신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 나머지는 무의미한 실오라기와 동작에 얽매여 있을 뿐이었다. 거기서 멎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저마다 자기가 맡은 직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일이었다. (60쪽)

  


˝세계의 질서는 죽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만큼,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만 있는 하늘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 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172쪽)



˝제일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페스트가 생겼으니 막아야 한다는 건 뻔한 이치입니다. 아! 만사가 이렇게 단순하면 좋으련만!˝(184쪽)



랑베르가 말했다. ˝그러나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272쪽)



˝나는 성인들보다는 패배자들에게 더 연대 의식을 느낍니다. 아마 나는 영웅주의라든가 성자 같은 것에는 취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그저 인간이 되겠다는 것입니다.˝(332쪽)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잇는 군중이 모르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서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제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402쪽)



알베르 카뮈는 1913년 프랑스 본토가 아닌 프랑스가 통지하고 있던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생계를 꾸려야 했던 어머니와 외할머니 집에서 기거했던 그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유햑을 갔다. 문학적 자질을 알게된 카뮈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발표하였다. 당시 프랑스 문학은 최고 문학 학교인 그랑제꼴의 에꼴로망 출신이 다수였는데 알제리 출신이면서 에꼴로망 출신도 아니었던 카뮈는 많은 이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독일의 히틀러가 전쟁에 한창일 때 카뮈는 <이방인>을 발표했고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프랑스의 유명 작가 사르트르와 친하게 지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 단체에서 아주 열렬히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으며 레지스탕스 단체 '에서 꽁바'라는 기관지를 펴내며 직접 투쟁의 글을 써서 많은 프랑스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활동 당시에 사람들은 그 기고문들이 카뮈의 것인지 몰랐다가 전쟁이 끝난 후 알려졌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카뮈는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 지식인들 사이에서 또다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속칭 왕따를 당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프랑스 내 변절자 처단 문제였는데, 레지스탕스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던 사르트르 및 다수 지식인들은 프랑스 혁명 후 과격파 쟈코뱅당과 로베스 피에르가 그러했던 것처럼 "전부 다 처단"을 주장한 반면 카뮈는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하고 포용을 하자"는 입장이어서 당시 다수를 지배했던 프랑스 여론에 반하였기 때문에 카뮈는 프랑스 사회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배제되었다. 

부조리를 주장했던 카뮈는 사실, 동양적인 중용을 좋아했던 투사이자 소설가로서 좌와 우 모두에게서 변절자, 회색 분자 취급을 받았는데 카뮈는 극단을 싫어하고 영웅주의를 혐오했으며 주어진 운명에 끊임없이 반항하며 살아가는 일반 대중들을 좋아한 아나키스트 기질이 있던 사람이었다. 


<페스트>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던 타루,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던 타루의 결말을 그렇게 된 것도 카뮈의 깊은 계산이 있었던 것 같고, 열심히 자질구레한 자기 할일을 하는 그랑을 영웅의 반열에 올리고 싶어햇던 것도 카뮈의 성향을 잘 드러낸다. 


전후 그가 목격했던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 일부 영웅주의에 쩔은 사람들의 행보, 신념을 위해 가졌던 권력이 나중에는 권력을 쥐기 위해 신념이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그의 생생한 감정과 생각이 <페스트>라는 질병으로 은유하여 등장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실제로 <페스트>에 대하여 절친 사르트르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고 평을 할 수준에는 택도 없지만 나는 카뮈가 느꼈을 당시의 외로움과 일종의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이 이해가 되었다. 


코로나때문에 <페스트>를 읽었다가 <카뮈>에 매료되어 이번 독후감은 중언부언해버렸다. <이방인>도 다시 봐야겠고 <시지프의 신화> <티파사의 결혼>등도 찾아보아야 겠다. 

아, 할 일은 많고 나는 여전히 게으르고 - 여기서 나는 카뮈의 <부조리>를 이해하게 되는구나!


마지막에 사족을 달자면, 민음사판 <페스트>말고 다른 버전으로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자주 느끼는 것인데 민음사 고전 시리즈는 번역과 편집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순전한 개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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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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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시가의 소음이 대뜸 커졌다. 이웃에 있는 어떤 공장에서 기계톱의 짧고 반복되는 소리가 싸각 싸각 들려왔다. 리유는 머리를 흠칫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저 매일매일의 노동, 바로 거기에 확신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 나머지는 무의미한 실오라기와 동작에 얽매여 있을 뿐이었다. 거기서 멎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저마다 자기가 맡은 직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일이었다. - P60

시내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리유는 그러한 환희가 항상 위협을 받고 잇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잇는 군중이 모르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서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제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402

의사는 타루도 예방주사는 맞았지만, 아마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마지막 혈청 주사 맞을 차례를 빼먹었고, 또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 P368

"나는 성인들보다는 패배자들에게 더 연대 의식을 느낍니다. 아마 나는 영웅주의라든가 성자 같은 것에는 취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그저 인간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 P332

페스트 환자가 된다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더욱더 피곤한 일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피곤해 보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누구나가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니까요. 그러나 페스트 환자 노릇을 그만하려고 애쓰는 몇몇 사람들이, 죽음 이외에는 그들을 해방해 줄 것 같지 않은 극도의 피로를 체험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 P329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애들마저도 주리를 틀도록 창조해 놓은 이 세상이라면 나는 죽어도 거부하겟습니다." - P285

랑베르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는데 자기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그래도 자기가 이곳을 떠난다면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리유는,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을 택하는 것이 부끄러울 게 무어냐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랑베르가 말했다. "그러나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 P272

"그런데 왜 선생께서는 내가 떠나는 것을 말리지 않으시나요? 말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요."
리유는 버릇처럼 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것은 랑베르의 문제이고 랑베르는 행복을 택한 것이며, 리유 자신은 그에 반대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엇고, 그 문제에 관해서 자기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 P265

"선생님 자신은 신도 믿지 않으시면서 왜 그렇게까지 헌신적이십니까?"
의사는 그 대답은 이미 했으며, 만약 어떤 전능한 신을 믿는다면 자기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을 그만두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신을 믿는다고 생각하는 파늘루까지도, 그런 식으로 신을 믿는 이는 없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자기를 포기하고 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며,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리ㅠ 자신도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가고 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P170

"세계의 질서는 죽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만큼,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만 있는 하늘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 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타루가 끄덕거렸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 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 됩니다." - P172

"제일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페스트가 생겼으니 막아야 한다는 건 뻔한 이치입니다. 아! 만사가 이렇게 단순하면 좋으련만!" - P180

그렇다, 인간이 소위 영웅이라는 것의 전례와 본보기를 세워 놓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반드시 이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의 영웅이 있어야 한다면, 서술자는 바로 이 보잘것없고 존재도 없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선량한 마음과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는 없는 이 영웅을 여기에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면, 진리에게 그 진리 본연의 것을, 둘 더하기 둘의 합에는 넷이라는 답을, 그리고 영웅주의에는 부차적이라는 본래의 지위, 즉 행복에 대한 강한 욕구 바로 다음에 놓이되 결코 그 앞에 놓일 수는 없는 그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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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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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처음으로 읽고 5년이 지나 두 번째로 읽었다.

분명 나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주 코믹하고 재미있다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재를 싫어하고 그 이유는 우리의 모든 일상에 프로가 되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코믹과 재미는 여전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고 방방 떠서 그 시절야구를 회상하고 프로의식자본주의를 비판하기 보다는, 차분히 앉아 세상의 이치를 다 알아버린 사람처럼 관조하고 사색하고 약간은 가슴 아파한다.

나는 5년 전의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옛날에 써 두었던 감상문을 다시 불러오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감상문이었다. 무려 40대 중반의 성인이 저 정도 수준의 감상밖에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실은, 이 책을 다시 읽고 감상문을 쓰는 수고를 덜기 위해 전에 썼던 감상문을 그대로 옮길까. 라고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나에 대해서는 기특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1982년의 베이스볼 2.1988년의 베이스볼 3.1998년의 베이스볼.

11982년의 베이스볼은 주인공과 조성훈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그 해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기고 그들의 연고지인 인천에 하필삼미슈퍼스타즈가 창단되면서 두 주된 인물들이 야망을 가지는 소년이 되었다가 12푼의 승률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불행한 소년의 삶을 살면서 유니세프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원망하다가 그들의 슈퍼스타이자 별이었던 삼미슈퍼스타즈를 떠나보내는 것이 주 내용이다.

21988년의 베이스볼은 삼미슈퍼스타즈를 경험하면서 사람의 인생은 소속이 결정하고 세상은 프로들이 이끌어나간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이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충실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대를 진학하고 진학 후 삼미는 잊고 소속과 계급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한편, 아버지가 죽은 후 친척들이 돼지발정제를 먹은 듯이 돈을 향해 미쳐 날뛰는 것을 보면서 조성훈이 미련을 버리고 일본으로 떠나는 것도 2장의 이야기가 되겠다.

31998년의 베이스볼은 제목에서 딱 감이 오듯이 6.25이후 대한민국 최대 환란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이한 주인공이 드디어 회사에서 짤린다. 일류대 출신의 주인공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가정을 버려야 직장인이 산다는 책을 끼며 하루 4시간의 수면만을 취하며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쳤건만 일류대도 대기업도 별 수 없던 그 시절에 주인공도 별 수 없었다. 그 즈음 일본에 갔던 그리고 아직도 삼미슈퍼스타즈의 정신을 신앙처럼 새기고 있는 조성훈이 돌아오고 그의 영향으로 주인공은 세상은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신이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신 새 치약처럼 풍부한 시간을 남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일’ ‘내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잔뜩 끌아 도토리의 산을 쌓아두는 데 쓰기 시작한다. 그리곤? 다시 플레이 볼이다. 주인공은 이제 다시 플레이된 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전에 읽었을 때 나는 주인공이 다시 플레이. 된 공.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 아는 것을 당연히 여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주인공이 진짜 제대로 알았을까 혹시 잠시 알았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1998년의 주인공보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한 번 바뀌려고 준비하는 것 만큼 나이를 더 먹은 나는 아직도 어떻게 그 공을 잡아야 할지 여전히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전에 써놓았던 감상문의 마지막 부분을 보니 나라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의 성장도 못했나보다.

 

외환위기 이후에 현재까지 (이 책이 출판되고 10년하고도 2년이 더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지구가) 긴장의 날을 세우고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살고 있고, 세상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따위를 인용해가며 이것은 현대인의 숙명인 듯 세뇌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 과연 지금, 우리 앞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는가. 여전히 우리는 배고프고, 외롭고, 괴롭고, 늘 쫓기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에 다시 삼미슈퍼스타즈를 소환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 나는 삼미슈퍼스타즈를 소환하여 지금 내 일상에 한번 대입해보고자 한다.

과연 지금 그리고 미래에 내 앞에 펼쳐질 일상은 무엇인가, 무엇이 내가 즐거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삶인가? 불안을 해소할 프로의 인생인지, 불안을 떨칠 삼미의 방식인지.

적절한 고민 후에 선택은 나의 몫. 나의 선택은?“

 

나는 여전히 내가 즐거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보다 더 이상 적절하지 못할 만큼 고민을 했으나 나는 내 몫을 쟁여두지 못했고 선택도 미루고 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한다. 다만 불안하고 고민하는 가운데서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인생의 일내 인생의 생각들을 조금씩 쌓아가느라 치열하는 것이 전과는 다를 뿐.

작가의 역할은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던 안톤 체홉의 말에 따르면 박민규는 2015년에도 2020년에도 제대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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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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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은 이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자그마한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 P123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원년의 종합 팀 순위로는 그것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 청룡: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즈: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 P126

나는 교육의 목표 역시 ‘소속‘을 가리는 데 있었다는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또배짱이 아닌 이상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했다간 큰일이 나는 것이다. 눈치를 깠다면 당연히 타고난 저마다의 ‘소속‘부터 개발해야 한다. - P139

‘소속‘의 슬픔이란 그런 것이다. 이른바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 집단에서도 이 ‘소속‘의 콤플렉스 앞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사실 그래서, 인간은 절대 평등할 수 없다. - P144

세계는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야 할 회사가 없었던 그해의 여름은--그과정을 충분히 마무리지을 수 있을 만큼이나 길고 긴 것이다. - P242

조표도, 그 어떤 지명과 소속도 표시되지 않은 칙칙한 지구였지만, 그 전체가 완벽한 ‘나‘로 이루어진 보기 드문 세계였다. 아주 오래전, 나는 좌표와 지명이 분명한 비싸고 화려한 지구 위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지구다.
때로 이 모든 생활이 현실 도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P258

자식, 잘 나간다 싶었더니 삼천포로 빠졌구나.
라는 말을, 들었다. 엘리트들 중에는 간혹 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예사롭게 하는 부류가 있는데, 그가 그런 사람이었다. 엘리트 학생복을 입은 채 명문고를 나오고, 역시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의 요직에라도 앉으면 그럴 위험성은 상당히 높다. 게다가 ROTC라도 했다간 끝장이다. 최악의 경우는 게다가 어릴 때 줄반장과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겸한 것이고, 게다가 교회의 집사라도 된다면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 P259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그 시절도, 실은 국수의 가락처럼 끊기 쉬운 것이었다. 빙하기가 왔다는 그 말도 실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과거의 나뿐이다. - P262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안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 P264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 P279

무렵의 나는 겨울잠을 준비하는 오소리처럼--내 인생의 일, 내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잔뜩 끌어 모아, 도토리의 산을 쌓아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도토리의 산을 남겨둔 채 이제 더는 남의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남의 일‘이라면 할 만큼 했다. - P284

여러 번 취직을 했다가, 여러 번 퇴사를 했고, 그랫다가 얼마 전 다시 취직을 했다. 생각이 바뀌고 나자 마치 물과 뭍을 자유롭게 오가는 양서류처럼 취직 자리가 많아졌고, 그러면서도 물과 뭍이 동시에 공존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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