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오늘은 동서식품과 (주)빙그레 공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MBA 원우회에서 준비한 상반기 프로그램중에서 ‘국내 산업 연수‘라는 것이 있다. 인근 지역에 위치한 유수의 기업체를 방문하여 좋은 점을 배우고 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인데, 기말고사를 끝내고 6월 중순 경에 해마다 행사를 가져왔다.

올해도 역시 기말고사를 끝낸 그 다음주 주말인 6월 20일 토요일 국내 산업 연수를 가기로 하였다. 올해 방문할 기업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심모카커피를 만드는 동서식품과 우리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맛 우유로 유명한 (주)빙그레이다. 40기 원우님중에 동서식품과 빙그레에 근무하시는 김진율님과 강 원님의 덕분으로 올해에는 공교롭게도 동종업계를 방문하게 되었다. 비슷한 업종이니 서로 비교해가며 보아도 좋겠고 왜 그들이 국내 톱 식품회사인지 공통점을 찾아보며 보아도 좋겠다. 우연한 매치인데 너무 잘된 듯 하다.

혼자 보기 아까워-실은 아마도 지급될 기념품, 커피나 아이스크림 때문에-아이들을 꼬셨다. 당근(?) 좋아라하며 따라 나선다. 두 아이중 큰 놈만 갈수있게되어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20일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갈토’라 4교시 수업을 마치는 놈을 초등학교까지 친히 모시러갔다. 그래도 집결시간인 2시까지는 빠듯할 것 같다.


2:00 PM 간신히 상대앞까지 도착했다. 40기 최환영 교육팀장과 함께 이 행사를 주관하는 담당자인데 너무 늦게 도착해버렸다. 최환영 팀장 혼자 2대의 버스사이를 왔다 갔다하며바삐 다니는 모습을 보니, 에고~ 왠지 모를 미안함. 얼굴에 5cm짜리 철판을 깔고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하고 사람이 다 찬 1호차를 뒤로 하고 주로 41기분들께서 많이 탑승하신 2호차에 나와 아들은 준비된 생수 한 통을 챙기고 자리를 잡았다.


2:30 PM 나보다도 늦게 오신 몇몇 분들과 함께 김소미 원우회장의 간략한 인사말씀을 뒤로 하고 드디어 동서식품으로 출발! 먼저 출발한 1호차에는 주로 40기 원우님과 가족분들이 탑승하였고 내가 탄 2호차는 주로 41기 원우님과 가족분들께서 많이 탑승하였다. 커피회사와 아이스크림 회사로의 방문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분들이 더 많았다. 1호차에 약 40여분, 2호차에 약 20여분, 도합 총 60여명이 함께 하였다.


3:30 PM 첫 번째로 동서식품 창원 공장에 먼저 도착했다. 동서식품 생산팀 과장이신 김진율님이 동서식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주었다. 동서식품은 1968년에 설립되었고 2008년 현재 매출이 1조 6천억이 넘었다고 한다. 인스턴트 커피, 커피 믹스, 커피 프림 등 거의 모든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70%를 넘는다고 하니, 과연 커피맛의 국산화를 확실히 이루었다하겠다 창원공장은 주로 커피믹스와 프리마를 생산하고 있다 한다.

이제 공장으로 내려갈 차례이다. 식품회사인 만큼 신발 덮개와 머리 덮개를 쓰고 이동했다. 공장 소음 때문에 단거리 무전기도 지급됐다. 공장 안은 역시나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커다란 탱크가 여러 개 있는 분쇄 공장으로 갔다. 분쇄기 소음이 정말 심했다. 여기 일하시는 분들은 소음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할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 포장 공장으로 갔다. 포장은 자동 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동 래인이 특이하게 천정에 매달려 있었다. 청결과 먼지 최소화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천정을 타고 내려 온 커피들은 자동적으로 박스에 담기고 그 박스들은 자동 포장, 파레트에 적재되었다.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했다. 먹거리 공장이니 만큼 청결과 세균 제거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팍팍 났다. 깨끗! 깨끗!

견학을 마치고 모카 골드 커피믹스 150개들이 선물도 주신다. 우~와 이렇게 좋을 수가! 참,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에게는 믹스 작은 박스하나를 더 주셨다. 횡재했다.


5:20 PM 약 1시간이 걸려 창원에서 김해 빙그레 공장에 도착했다. 토요일은 근무하는 날도 있는데 하필 우리가 간 토요일은 ‘놀토’라고 한다. 그래서 동서식품처럼 움직이는 생산 라인은 볼 수가 없을 듯하다. 공장에 가자 마자 아이스크림 박스가 배달되었다. 일단 한 개씩을 주시더니 아이스크림은 보관 등의 이유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니 여기 공장에 있는 동안은 먹고 싶은대로 맘껏 먹으라 하신다. 이런 횡재가!! 여기 저기가 ‘우와 신난다’는 아이들의 밝은 함성이 우렁차다. 실은 나도 괜시리 마음이 들떴다. 다 먹어봐야지하고 생각했다.

빙그레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견학을 아주 많이 온단다. 그래서 견학용 PT자료로 능숙 능란하게 설명을 아주 재미나게 해 주셨다. 빙그레는 매출이 약 6천억이나 된다고 한다. 이 중 제일 인기가 좋은 건 뭘까? 생각대로 역시 바나나맛 우유이다. 요즘 소녀시대 광고로 더 잘 팔릴 것이 분명하다. 그 외에도 떠 먹는 아이스크림의 역사 투게더, 참맛우유 등이 잘 팔리는 제품이라 한다. 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다.

재밌는 사실 하나. 왜 그 많은 떠먹는 아이스크림 중 투게더가 제일 인기가 있을까? 답은 바로 우리의 입맛! 아주 근소한 차이까지 알아내는 우리의 입맛이 그 비결이라는데, 빙그레는 다른 우유 회사와 달리 한 공장에서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같이 생산한단다. 다른 회사 아이스크림에는 신선도 및 보관의 애로 때문에 우유가 직접 첨가되지않고 분말우유가 들어가지만, 빙그레 투게더는 진짜 우유가 사용된다는 사실. 참 신기하다.

대략의 소개가 끝나고 공장 견학에 나섰다. 많은 견학 경험때문인지 작업 공간과 견학 공간이 분리가 되어 견학시 작업을 방해하지 않게 설계가 되었다. 그리고 견학시설은 작업장의 머리윗부분에 'ㄷ‘자 모양으로 되어있어 라인을 따라 걸어가면서 화면과 현장을 같이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역시 자동화가 많이 되어있었고 청결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음을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6:30 PM 견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출발하기 전 플레인 요구르트의 원조, ‘요플레’ 한 박스씩을 선물로 주신다. 동서식품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동반한 가족에게는 한 박스 추가, 총 두 박스! 즐거운 경험과 이야기를 가슴에 담은 채 모두들 무사히 산업 연수를 마치고 귀가,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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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오프 - Kick Off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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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한 15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가 1회 부산국제영화제 때였는지 아니면 일반개봉 극장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때로서 아주 희귀한 아시아 영화, 그 중에서도 더 희귀한 이란 영화가 남포동 극장가에 걸렸다. 지금 기억에 부산국제영화제 덕분에 아시아권에서 의외의 좋은 작품들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호응이 좋았던 것이 개봉 극장에 이란 영화가 걸린 이유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그 영화는 바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고 감독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중동은 낯선 동네이다. 왠지 중동에서는 전투가 있을 것 같았고 혁명이 있을 것 같았으며 사람들은 늘 그렇게 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내 친구의 집”은 폭격이 없었다. 비록 사막이 영화 배경의 대부분을 차지하긴 했어도 적어도 폭격은 기억에 나지 않는다. 꼬마 주인공의 까만 눈동자,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질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꼬마의 불안한 눈동자만 기억이 난다. 그 때 난 또 생각했지. “아, 내가 아는 폭격의 이란은 미국의 화려한 화면과 선전때문이구나.”
     실로 한 15년 만에 중동 영화를 다시 보았다. 학교 레포트용으로 우연히 고른 영화는 단지 ‘축구’라는 소재 때문에 나의 선택을 받게 된 “킥 오프”이다. 이 영화는 이라크 영화다. 아니, 이라크에서도 영화를 찍나? 거긴 늘 전쟁일텐데. 거긴 수시로 폭격이 있어 잘 나다니지도 못한다 하던데. 먹고 살기도 바쁠텐데 웬 영화? 그러나 이란, 이라크는 한 축구하는 나라임을 숯한 월드컵 예선전에서 보아왔기에, 그 나라가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있겠거니, 스포츠 영화겠거니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 친구”와는 달리 초반부터 전투기 비행장면이 나온다. 정찰기가 수시로 도시를 정찰하고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일이 일상의 하나된 이라크의 한 도시. 폐허가 된 공설운동장에 피난민들이 모여 산다. (이 배경은 영화를 위해 만든 인위적 세트가 아니라 실제 피난민 주거지라고 한다.) 업자들은 곧 있을 재개발을 위해 피난민들에게 당장 장소를 비우라고 독촉하지만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며 맞선다. 이 난민촌에 사는 주인공인 아소는 아시아컵 축구 결승전에서 이라크 승리하는 장면을 본 후 피난민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이를 계기로 아소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상적인 삶의 기쁨을 주고자 아랍, 쿠르드, 터기 등 4 민족 친선 축구 대회를 조직한다. 아소가 뚱보 친구와 유니폼을 사고 축구공을 사고 네트를 치고 팀원을 모으고 홍보를 하고 (서양의 기자도 취재를 온다) 관객을 모으는 과정에 같이 사는 피난민들의 고단한 삶, 지지부진한 살림살이 등이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진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여지는 고단한 일상을 감독(샤우캇 아민 코르키)은 슬프게 신파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냥 그 오랜 전쟁이 늘 붙어있는 혹인양 불편하지만 일상처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흑백으로.
     이 점이 이 영화가 가진 단점이자 장점이다. 이것 때문에 영화는 좀 지루하다. 특히 3차원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감수성 짙은 충무로의 드라마에 익숙한 우리에게 마치 홍상수 영화와도 같은 담담함은 많은(나는 그랬고 같이 본 사람도 그랬다) 사람들에게 하품이 나게 많들었다. 그러다 영화의 결말을 보곤 괜히 하품 찍찍 해댄 내 가슴 한 쪽이 ‘징~’하면서 쓰라려 오는 것이다. 아, 감독은 왜 이리 불편한 영화를 만들었던가! 이 담담한 묘사가 나중에는 은근한 통증을 주는 것. 이것이 ‘킥 오프’의 장점 중 하나이다. 재미없다고 느끼지만 그저 그런 영화로 취급하며 머리 속 쓰레기통에 막 던질 수 없는 영화.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맴맴도는 영화. 바로 그런 영화이다.
     ‘킥 오프’를 통하여 잘 몰랐던 이라크의 참상과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 이 나라는 잘 견디고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왜 전쟁을 계속 하고 있지. 이것만으로도 ‘킥 오프’를 관람한 충분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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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리스트가 늘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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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夜行 (文庫)
히가시노 게이고 / 集英社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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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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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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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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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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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여름이면 나름의 피서법으로 추리소설 몇 권씩을 읽고있다. 한 2년전부턴가 (아마 2007년) 아가사 크리스티에 꽂혔다. 아니 꽂혔다기 보다 그것만 눈에 들어왔다. 셜록 홈즈는 초등학교때 문고판으로 너무 많이 읽어서 왠지 어른이 읽으면 안될 것 같았고.. 오싹한 공포를 주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는 심신이 너무 지쳤다. 좀 긴장을 주면서 에너지가 방전되는 않는 그런 추리물이 없을까 하는 찾던 중, 딱 눈에 띄었다. 

     2년 전 제일 첨 읽은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었다. 잘 모르는 소설이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 후로 여름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3~4권씩 읽었다. 올 여름엔 한 권밖에 못 읽었는데 그 한 권이 'ABC 살인사건'이다. 'ABC 살인사건'은 이른바 연쇄살인에 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아마 2차대전이 끝난 얼마 후 씌여졌을 터인데, 연쇄살인사건이라니...작가의 탁월한 미래예견능력이 그저 놀랍다.  

     ABC라는 가명을 가진 사람이 알파벳 순서로 사람을 죽인다. 언뜻 보면 이유가 딱히 없어보이고...여느 정신질환자의 소행같이 보인다. 이름 이니셜이 ABC인 어느 의지박약남이 등장하고 초반부터 그가 범인임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예의 그 에르큘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의 친구이자 후배(?)인 헤이스팅스가 그를 도운다. (난 아직도 이런 구도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먼저인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먼저인지 잘 모르겠다.) 같은 영국소설이라 그런가? 주인공과 도와주는 영감을 주는 친구가 꼭 한명은 있다.  

     배려가 무너지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미움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나 볼법한 연쇄살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우선 참 특이했다. 그리고 역시 마지막에 나온 반전, 정말 뜻밖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당연히 이것이라고 믿게 해 놓고 마지막 몇 장을 남게놓지않은 상태에서 나온 반전이라니...요즈음의 반전들이 아마 다들 이런 고전에서부터 출발하였으리라...그럼에도 소재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들이 전혀 구태의연하지않고 새로울 따름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추리소설은 작가의 머리가 좋아야 할 듯 하다. 눈물나는 감동없이 독자들의 간담을 쪼았다가 풀어나가 하면서도 결말에는 '아~하'하는 공감을 주어야하는 말이다. 이번 작품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는 참 머리가 좋구나고 느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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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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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장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엄마의 실종을 지켜보며 엄마의 존재를 재인식하고있다. 1장은 아마도 주인공인듯한, 작가의 분신인 듯한 큰 딸의 시선으로, 2장은 60,70년대 어느 집이나 그랬던 것 처럼 '귀남'인 장남의 시선으로 3장은 엄마의 남편의 시선으로 4장은 실종된 엄마 자신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펼쳐지고 있다. 이 중 4장은 엄마의 시선으로 전개되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엄마의 막내딸-아마 2남 2녀(아들,딸,아들,딸)중 젤 막내-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다.  

앞의 장들에서도 묘사되는, 각 시선의 주인공들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 바로 울 엄마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서 소설의 초반부는 이야기는 읽는 것 같은 긴장감이 없어 좀 맹숭맹숭했다. 왜? 이건 우리집 얘기, 즉 리얼이니까. 3장 남편의 시선편에선 조금씩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는데, 지금 울 엄마 아버지가 사는 모습이랑 너무 흡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소설처럼 아버지가 '이봐 나 배고픈디, 뭐 좀 먹었으믄 좋겄는디.'하면 엄마는 '당신은 수발해줄 사람이 이쓰이 복인줄 아소'하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장을 보다가 그걸 만들어 드린다던지, '우리는 인자 자식들한테 아무 쓸모없는 짐덩이요.'하면서 '나보다 오래 살지는 마소.'하는 말씀이나.(울 엄마는 이말을 진짜 하루에 한번은 한다.) '언제나 아픈 사람은 당신-아버지-고 그런 아버지를 보살피는 사람은 아내-엄마-다.'처럼 아버지는 아프면 옆에서 엄마가 돌봐주시만, 엄마가 아프면 오로지 당신 자신밖에 없다. 엄마아프다고 아버지가 직접 뭔가를 하신 건 30여년 전 엄마가 허리디스크로 대소변을 받아내던 그 시절뿐인 것 같다.  

4장은 막내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다. 나는 여기의 막내딸이 꼭 나같다고 느꼈다. 외적 조건이 나랑 같은 부분은 많이 없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막내딸을 놓고 산후 뒤끝이 안좋은 것도 나랑 비슷하고, 숱 많은 검은 머리도, 내가 엄마의 네 번째 아이인 것도 비슷하다. 책의 막내는 자식들 중 처음 유치원이란 델 가봤고 나는 유일하게 대학을 다녔다. 입시공부하는 내게 도시락을 싸다 날른 묘사도 넘 비슷하고, 언니 오빠들과는 다르게 아마 엄마가 기본적으로 자식한테 해줄건 해줬다는 생각이 들게 한 그래서 오빠나 큰 언니한테 느끼는 자식한테의 미안한 느낌으로부터 자유를 느끼게 한 자식인 것도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소설 속 엄마처럼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크게 막지도 않았다.  그런 막내에게 소설속 엄마는 아이를 품고 있는 막내를 보고 '내 새끼가 새끼를 품고 있네'하는데 마치 울 엄마가 나한테 속삭이는 듯한 착각을 했다. 엄마는 나의 존재만으로 기쁨이라 하셨는데, 그랬는데 나는 지금은 엄마의 존재가 때론 귀찮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그 막내딸이 언니한테 쓴 편지에서 소설 속 엄마, 울 엄마한테서 받는 그 느낌을 적절히 표현하였다. '엄마는 상식적으로 한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아니야. 엄마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언니, 아무래도 나는 엄마처럼 할 수 없어.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준 것 처럼 할수있나. 못해 할 수 없어. .....내가 엄마로 살면서 이렇게 꿈이 많은데.....난 어떻게 엄마의 꿈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을까......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엄마의 꿈을 위로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엄마한테 말할거야, 엄마가 한 모든 일을, 그걸 해낼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TV에서 제주도 올레를 소개한다. 아버지와 입대를 앞둔 아들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올레를 걷고있다. 책장을 덮고 올레를 걷는 부자를 보면서 더 늦기전에 진실로 진실로 더 늦기전에 엄마랑 올레를 걸으면서 깊이있게 엄마의 한 많을 인생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겠다고 그리고 내 말도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다감한 소리로 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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