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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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여름이면 나름의 피서법으로 추리소설 몇 권씩을 읽고있다. 한 2년전부턴가 (아마 2007년) 아가사 크리스티에 꽂혔다. 아니 꽂혔다기 보다 그것만 눈에 들어왔다. 셜록 홈즈는 초등학교때 문고판으로 너무 많이 읽어서 왠지 어른이 읽으면 안될 것 같았고.. 오싹한 공포를 주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는 심신이 너무 지쳤다. 좀 긴장을 주면서 에너지가 방전되는 않는 그런 추리물이 없을까 하는 찾던 중, 딱 눈에 띄었다. 

     2년 전 제일 첨 읽은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었다. 잘 모르는 소설이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 후로 여름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3~4권씩 읽었다. 올 여름엔 한 권밖에 못 읽었는데 그 한 권이 'ABC 살인사건'이다. 'ABC 살인사건'은 이른바 연쇄살인에 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아마 2차대전이 끝난 얼마 후 씌여졌을 터인데, 연쇄살인사건이라니...작가의 탁월한 미래예견능력이 그저 놀랍다.  

     ABC라는 가명을 가진 사람이 알파벳 순서로 사람을 죽인다. 언뜻 보면 이유가 딱히 없어보이고...여느 정신질환자의 소행같이 보인다. 이름 이니셜이 ABC인 어느 의지박약남이 등장하고 초반부터 그가 범인임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예의 그 에르큘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의 친구이자 후배(?)인 헤이스팅스가 그를 도운다. (난 아직도 이런 구도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먼저인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먼저인지 잘 모르겠다.) 같은 영국소설이라 그런가? 주인공과 도와주는 영감을 주는 친구가 꼭 한명은 있다.  

     배려가 무너지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미움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나 볼법한 연쇄살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우선 참 특이했다. 그리고 역시 마지막에 나온 반전, 정말 뜻밖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당연히 이것이라고 믿게 해 놓고 마지막 몇 장을 남게놓지않은 상태에서 나온 반전이라니...요즈음의 반전들이 아마 다들 이런 고전에서부터 출발하였으리라...그럼에도 소재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들이 전혀 구태의연하지않고 새로울 따름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추리소설은 작가의 머리가 좋아야 할 듯 하다. 눈물나는 감동없이 독자들의 간담을 쪼았다가 풀어나가 하면서도 결말에는 '아~하'하는 공감을 주어야하는 말이다. 이번 작품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는 참 머리가 좋구나고 느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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