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묻다, 내가 어쩌다든 이 지경이 되었다고. 아니 애초부터 이 지경이었다고, 삼십 년이 넘고 사십 년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비틀린 내시와 상궁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나는 진즉에 내가 그런 인간인 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질질 끌래, 부영이 묻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사슴벌레식 문답 중에서 - P40

뇌를 젤리화하고 마음에 전족을 하고 기형의 꿈을 꾸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들이 밑도 끝도 없이 샘솟았고 반희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듯 가슴이 뛰었다.

-실버들 천만사 중에서 - P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리석은 삼수. 그가 아무리 악독하다 한들 악의 생리를 몰랐다면 어리석었다 할밖에 없다.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 악의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궁극에 가서 악은 삼수가 지닌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반드시 지니고 있다. 왜냐, 악이란 정신적 욕망에서든 물질적 욕망에서든 간에 그릇된 정열이어서 우둔할밖에 없고 찢어발길 수 있는 허의의 의상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4 - P365

"뭐니뭐니 혀도 배고픈 정 아는 그게 사람으로서는 제일로 가는 정인디, 혀서 나도 니 아부지를 믿고 정이 들어서 따라가는 거 아니겄어? 부모 자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주린 배 채우주는 거로 시작된다 그거여. 저기 보더라고. 저기 물새도 모이 찾아서 지 새끼 먼저 먹이는 거. 어디 사람뿐이간디?"

-토지 6 - P33

"학문을 잘못하면 병이 들 수도 있을 거요. 자기 자신을 찾다 찾다 보면 좁쌀이 되니까요."

-토지 7 - P100

"민족의식이란 가지가지 낯판대기를 지닌 요물이야. 악도 되고 선도 되고 야심의 간판도 되고 약자를 희생시키는 찬송가도 되고......피정복자에게 있어서 민족의식이란 항쟁을 촉구하는 것이 될 테지만 정복자에게 있어서의 민족의식이란 정복욕을 고무하는 것이 되니 말씀이야. 민족의식, 동포애, 애국심, 혹은 충성심, 따지고 보면 그것들은 인간 최고의 도덕이면서 참으로 진실이 아닌 괴물이거든. 집단의 생존본능이요 집단의 탄욕을 아름답게 꾸며대는 허위, 어디 민족이나 집단뿐일까? 일가에서 개인은 어떻고? 결국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투쟁아니겠나?"

_토지 12 - P87

어두운 현실과 찬란한 삶을 마주하여 저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저 투쟁의 차비를 차리는 윤국이도 서희에게 외로움을 재촉했다. 남편의 존재,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출옥하게 될 김길상은 실감할 수 없게 멀기만 하였고, 얻는 과정에서 잃어가는 과정을, 아니 얻었기 때문에 잃어야 하는 과정을 서희는 시시각각 느낀다. 팽창에서 위축의 과정으로 들어선 육체적 자각과 더불어. 그 무섭고 끈질겼던 집념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를 악물며 열 손톱이 닳아빠져도 기필코 탈환하리라 맹서하였던 평사리의 옛집, 추억은 살아서 구석구석에, 능소화가 피던 울타리며 버들잎이 떨어지던 연당이며 흔적은 도처에 산재해 있건만 거궁한 집은 때때로 낡은 상여 틀같이 느껴진다. 황량하고 공허하게 넋이 떠난 시체와도 같이, 햇빛이 눈부신 들판도 그렇했다.

-토지 13 - P131

‘잘해주면 얕보고 못하면 원망한다. 내 눈의 누물은 며칠 동안 버릇없는 웃음이 될 것이며 불만의 얼굴, 거역의 몸짓이 될 것이다.

-토지 13 - P133

"실상 사람 사는 이치가 그리 어렵운 것도 아닐 긴데, 많은 것도 아닐 긴데 걸으면 되는 거 아니까? 저승문이 열릴 때까지. 그런데 와들 앉아서 그리 숨들이 가쁠고? 죽은 성님은 좀체 말을 안 했다. 안 했지마는 성님은 몸으로 늘 말해주었제. 그라고 말귀가 어둡고 못 알아들어도, 그러려니. 나는 갑갑하지 않았인께."
언덕을 하나 넘는다.
"초목이나 꽃 같은 거는 항상 거기 있었인께...... 흙도 항상 내 발밑에 있었인께.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니었던 기라. 흥!"

-토지 13 - P323

무거운 잿빛 구름이 정수리를 내리누르는데 영팔노인은 근심스레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찬란한 명리의 정상에서도 인생은 후외스러운 것, 그러나 영팔노인에겐 후회가 없을 것만 같다. 나 먼저 가려고 남을 떠밀며 가는 숱한 사람들 속에, 와 이라노, 와 이리 떠미노 하며 걸어왔을 바보 같은 생애에서 얻은 것은 삼간두옥, 잃지 않았던 것은 자식들과 어리석은 노처뿐이지만 술수와 음모와 기만과 간지로 쌓아올린 허울 같은 곳에 간신히 몸 붙인 외로운 사람에 비하면 또박또박 연륜을 새긴 한 그루 실한 나무. 생명을 짓이기지는 아니하였으되, 후회가 없을 것 같은 그 청정함 때문이겠다.

-토지 13 - P325

"악을 두고 강자라 하신다면 역사가 그들 편에 선 게 아니지요. 상부상조의 묵약 내지 질서에 대해 인간이 반역한 거지요. 그러나 강약이 선악과 늘 일치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뺏고 빼앗기는 상태에서 본다면 강자는 악이요 약자는 선이겠으나 이룩하고 다스리는 상태에서 본다면 강자가 선일 수 있고 이룩하고 다스리는 것을 저해하는 기생충 같은 약자는 분명 악일 것입니다.

-토지 13 - P387

"그러나 네놈보다 열 배 백배 언변 좋은 유식쟁이들, 고릿적부터 우리는 그것들 종밖에 될 수 없었인께. 나라든 백성이든 팔고 사는 것은 그놈들 소관이었인께. 왜놈을 몰아내자는 마당에서 모도 협심해야 한다는 거를 모르지는 않지만 휘둘리지는 말아야, 약은 쥐가 밤눈 어둡다는 말도 안 있더나. 약은 놈 둔한 놈, 유식한 놈 무식한 놈 다 있어야, 양념을 쳐야 국도 되고 김치도 된다."

-토지 14 - P37

"... 주의 주장은 행동의 규범이다. 행동 없이 일본을 극복할 수는 없다. 선의의 사람들, 선의의 사람들이 도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선의의 사람이란 꿈꾸는 사람이다. 실길만 찾는 사람, 상대는 강자요 나는 약자이니 체념하자는 사람, 왜놈한테 빌붙어 이득을 얻고자 하는 놈, 그들과 꿈꾸는, 깨어 있는 선의의 사람들과의 차이점은 실제 아무것도 없다."

-토지 14 - P148

사람들이 미친 듯 달려가는 건 당연하겠지요. 노예의 낙인보다 확실하고 종의 문서보다 무서운 것이 그 임금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토지 14 - P242

환국이 송영광에 관한 말을 했을 때, 신분에 대한 절망도 극복하지 못하고 어떻게 자유로워지느냐고 길상은 말했었다. 그러나 길상은 영광의 말을 들은 적도, 만나본 적도 없었지만 환국이보다 휠씬 진하게 그의 갈등을 느꼈었다. 말로는 그랬지만 영광이 혼자 극복한다고 될 일 아니며 끝내 혼자서 극복이 되는 일도 아니다. 사람 모두가, 역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김개주도 김환도, 역사의 산물이며 그 오랜 역사를 극복하려다 간 사람이다. 자신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강자는 극복되어야 한다. 약자의 누물을 거두기 위하여 평등하기 위하여. 강국도 극복되어야 한다. 약소국의 참상을 씻기 위하여, 국각와 국가가 평등하기 위하여. 일본은 마땅히 극복되어야 한다. 길상에게 서회와 두 아들은 끝없는 사랑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도랑이 있고 장벽이 있는 대상이다. 그것은 극복되지 않는 대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목마름이요 적요함이지만 그가 가는 길에 그들은 길상의 약점이기도 하다.

-토지 15 - P297

세월이 비정한가 망각이 비정한가. 어느 쪽일까?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잃어가며 살아간다. 자기 자신도 잃어가며 살아간다. 잃은 것의 시체가 추억이다. 그리고 마지막 잃는 것이 죽음일 것이다.

-토지 17 - P194

세 늙은이는 신명을 내가며,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만든다. 모처럼 그들에게 생활이 살아나 꽃이 되는 것 같았다. 한 곁에 밀려나서 마치 방 안에 놓인 장롱과도 같이, 언제부터 그리 되었는지, 눈치볼 며느리 딸도 없고마치 자유천지에서 벗과 노니는 것처럼, 우물가에서 지저귀던 옛날이 돌아온 것같이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부엌 안에서 맴돈다.

-토지 17 - P386

밖에서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한,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나 내용으로 보면 다 같이 생산고 위주의 유물론 아니겠어? 다만 어떻게 관리하고 분배하느냐의 차이지. 나는 언젠가 그것이 벽에 부닥칠 것이란 생각이다. 만 가지가 다 이자를 먹고 살아야지 원금을 찢어먹는다면 결국 파탄할밖에 없지. 가령 땅이 원금이라면 그해 나는 농작물은 이자다 그 말일세. 더 비근한 예를 들자면 머릿속에 든 지식은 원금이요 취직하여 받아먹는 월급은 이자다 그 말이야. 만사 이치를 그 자로 재면 모든 게 합리적이지.

-토지 18 - P3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조부는 그녀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공기에 매운 기운이 퍼져 있었다. 그녀가 앞으로도 밥먹듯이 경험할 순간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가 화를 내고, 그 의중을 살펴야 하는 순간. - P60

허영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순교자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사람이었다. 가진 모든 것을, 목숨까지도 버려 천주에 대한 사랑을 지키려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감화를 받았다. 그는 증조모를 알게 되면서, 그녀가 사는 모습을 보고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했다. 너를 구하기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 결과로 그는 평생을 억울함과 울화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자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부모를 떠날 때만 해도 몰랐던 것이다. - P60

울면서 한참을 타박타박 걷다보니 달이 나를 앞서 걷는 것 같지 않갔어. 마치 내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 P128

엄마는 나를 보며 무안한 듯 웃어 보였다. 그런 엄마가 예전처럼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보는 엄마의 표정에서 엄마 또한 내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예전처럼 며칠씩 서로 말도 붙이지 않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일 만한 일이 우리에게는 더이상 없었다. 큰불이 나기 전에 꺼버렸고, 상대에게 작은 불씨를 던졌다는 것에 문득 무안해지기도 하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그건 우리가 그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우리는 눈빛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끝이 날까봐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우리는 싱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을 내려왔다. - P137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 P156

인내심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삶이 천장까지 쌓인 어렵고 재미없는 문제집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오답 노트를 만들고,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고, 다음 단계로 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느껴진 것은.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P156

엄마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좋은 삶이라고 말했었다. 아빠와의 결혼으로 자신도 평범한 가족을 꾸리게 되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하던 엄마를 예전에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안에 평범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 두드러지지 않은 삶. 눈에 띄지 않는 삶. 그래서 어떤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고, 평가나 단죄를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동그라미가 어무리 좁고 괴롭더라도 그곳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엄마의 믿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잠든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 P2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내가 ‘이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게 한 몇 안 되는 책. 몇 개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두고 두고 보면서 되새김하고 싶은 인생 조언들이다. 시덥잖은 자기계발서나 심리와 위안을 가장한 조언 책들보다 휠씬 낫다고 생각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리지만 줄은 서로 따로이듯이.
......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결혼에 대하여 - P27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
그대는 활이며, 그대의 아이들은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로부터 쏘아져 앞으로 나아간다.
그대서 활 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활 쏘는 이의 손에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듯이 흔들리지 않는 활 또한 사랑하기에.

-아이들에 대하여 - P30

그리고 그대들 받는 이들이여, 물론 그대들 모두는 받는 이들이지만, 얼마나 감사해야 할지를 생각하지 말라. 그것이야말로 그대들 자신에게나, 주는 이에게나 굴레를 쒸우는 일이므로.
그보다는 주는 이와 함께 그의 선물을 날개 삼아 날아오르라.
자신이 진 빚을 지나치게 염려함은, 아낌없이 주는 대지를 어머니로 삼고 신을 아버지로 삼은 그의 너그러운 마음을 의심하는 일이기에.

-주는 것에 대하여 - P34

일은 사랑이 눈으로 볼 수 있게 나타난 것이다.

-일에 대하여 - P44

그러나 나는 말한다. 그 둘은 결코 서로 나뉠 수 없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 온다. 기억하라. 하나가 그대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을 때 또 다른 하나는 그대의 침대에 누워 있음을.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 P47

그대의 집을 닻이 아니라 돛이게 하라.

-집에 대하여 - P52

또한 아무리 악인이고 약한 자일지라도 그대들 각자의 내면에 있는 가장 낮은 것보다 더 떨어질 수는 없다.
나무 전체의 묵인 없이 나뭇잎 하나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죄와 벌에 대하여 - P59

낮에 근심이 없고 밤에 욕망과 슬픔이 없을 때 그대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모든 것이 그대의 삶에 휘감겨도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얽매임 없이 일어설 때 그대는 진정으로 자유롭다.

-자유에 대하여 - P69

고통이란 그대의 깨달음을 가두고 있는 껍질이 깨어지는 것이다.

-고통에 대하여 - P77

그러므로 그대가 가진 최고의 것을 친구에게 주라.
그가 그대의 썰물일 때를 알아야 한다면 밀물일 때도 알게 하라.
시간을 죽이기 위해 친구를 찾는다면 무엇이 친구인가?
언제나 시간을 살리기 위해 그를 찾으라.
그대의 필요를 채워 주는 것이 곧 그의 필요이므로, 그는 결코 그대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러므로 거기 웃음이 있게 하고, 기쁨의 나뭉이 있게 하라. 우정의 다정함 속에.
왜냐하면 작은 이슬방울 속에서 가슴은 아침을 발견하고 다시 새로워지기에.

-우정에 대하여 - P86

그러나 그대는 가슴속에서 묻는다. ‘쾌락 속에서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그대의 들판으로, 그대의 정원으로 가 보라. 그러면 알게 되라라. 꽃으로부터 꿀을 따모으는 일이 꿀벌의 쾌락임을.
하지만 벌에게 꿀을 내주는 것 역시 꽃의 쾌락이다.
왜냐하면 벌에게 꽃은 생명의 샘이고,
또한 꽃에게 벌은 사랑의 심부름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벌과 꽃 모두에게 쾌락을 주고받는 것은 하나의 필요, 또한 하나의 환희이다.

-쾌락에 대하여 - P105

밤에만 보이는 눈을 가진 올빼미는 낮에는 눈이 멀어 빛의 신비를 벗길 수 없다.
그대 진실로 죽음의 혼을 보고 싶다면, 삶의 육체를 향해 그대의 가슴을 활짝 열라.
왜냐하면 삶과 죽음은 한 몸이기에. 강과 바다가 하나이듯이.

-죽음에 대하여
- P114

가장 사소한 행위로 그대를 재려는 것은 덧없는 물거품으로 바다의 힘을 평가하려는 것과 같다.
그대의 실패로 그대를 판단하는 것은 끝없이 변화한다고 해서 계절을 비난하는 것과 같다.

-작별에 대하여 -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