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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본 저자의 '13계단'이라는 작품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해당 작가의 작품을 하나 더 읽고싶어서 다가노 아즈아키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압도적으로 제노사이드가 많이 추천되어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이건 더이상 추리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의 카테고리보다는 공상과학,SF 카테고리로 묶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물론 전체적인 틀은 독자로 하여금 의문을 가지게 하여 추리를 하게끔 하는 것이지만 주 얼개는 진화한 인류를 말살시키려는 인간잔혹주의자들과 그들보다는 조금 더 진화한(작가의 생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박애주의자들과의 치열한 수 싸움이다. 수많은 전문용어 - IT, 항공, 군사, 의학 등 - 가 등장하고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한편을 영화를 보듯 생생한 화면이 저절로 떠오는 책이다.
그래서 작가의 약력을 보니, 아~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구나.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이게 영화로 많들면 화면은 죽이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아마 작가는 이를 의식하고 쓴 것이 아닐까한다.
일본 작가가 쓴 일본소설인데 특이하게 일본인보다 외국인 등장인물이 더 많다. 다가노 가즈아키라는 일본 작가는 요즘 우리와 대척지점에 있는 일본인아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보편적 지성을 지닌 드문 일본인듯 하다. 주요 주인공인 약학부 대학원생 고가 겐토와 믹이라 불리는 민간용병을 제외하곤 다른 등장인물은 외국인이다. 주요 주인공 중 나머지 한 명은 조너선 예거라는 용병인 미국인이고, 기타 주요 인물에는 역시 4인 용병의 나머지인 미국인 개럿, 미국인 마이어스, 미국 CIA 및 NSA 직원인 아서 루벤스, 하이즈먼 박사, 홀랜드 CIA국장, 미대통령 그러고리 번즈 등등 거의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다.
이 중에서도 '이정훈'이라는 한국인 대학원생이 아주 주요한 역할로 등장하는데 아주 이채롭다. 이 이정훈이라는 인물과의 대화에서 한국인의 특성 등도 언급되어 있고,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저질렀던 과거의 일부도 언급이 된다. 평상시 작가의 생각이리라. 아주 유명한 일본의 소설에서 과거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한 대학살이 잘못되었다는 뉘앙스를 주는 부분을 포한한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대락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프리카 피그미족에서 현생인류보다 한층 더 진화한 진화인류가 태어난다. 이유야 어쨌든. 그런데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은 그들이 가진 온갖 폭력을 동원하여 진화인류를 말살시키려 한다. 이 뛰어난 진화인류가 미국의 정부시스템 및 군사시스템을 해킹할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이와 동시에 진화인류를 보호하려는 나이젤 피어스라는 인류학자, 그의 친구 고가 세이지 그리고 그의 아들 고가 겐토, 이정훈은 폐피 상포증이라는 세계 10만의 어린이이 죽어가고 있는 희귀병의 약을 개발하게 되고, 또한 진화인류를 말살하러 간 민간 용병들이 걸국엔 이들을 보호하게 되고 - 이 모든 과정들이 진화인류와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아주 촘촘히 잘 짜여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무리까지 긴장감을 가지게 만든다.
마지막에 너무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작품의 표지에 새겨진 화두는 "왜 인간은 동종끼리 서로 죽이는 대학살을 일으키는가?"이다. 이와 동시에,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과연 인간이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를 묻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군사력을 남발하는 초강대국, 콕 집어 미국은 과연 세계의 경찰이라할 만 큼 전군을 쥐어줘도 되는 나라인가는 의문을 모두에게 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무거운 철학적 주제가 책을 읽는 동안 마음 속 깊은 곳을 정확이 찌르지 않았던 건, 마치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 것 처럼 스크린의 영상이 머리에 바로 상상이 되는 그림과도 같은 내용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13계단보다는 스케일은 크나 별은 더 작게 주고 싶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