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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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에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날 저녁에 바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12월 31일이다. 나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이 르포르타쥬 같은 것을 읽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와 별다를 것이 없는 하루이고 아마도 당분간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는 하루이리라. 그러기에 이 책을 골랐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일어났던 2009년 여름, 나는 무관심했다. 이 책에서 공지영 작가가 술회했듯이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았고 이제 우리는 적당한 유희와 욕망에 취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자유로운 현대인의 표식인냥 했다. 용산과 명박산성은 나 아니어도 민주주의를 맛 본 누군가가 대신 나서서 목소리를 내리라 생각했다. 비록 나 아니어도!

 

독재자의 딸이 우리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된 2012년 12월 마지막 날의 오늘, 3년 전의 사실들을 비로소 마주했다. - 삼정KPMG 및 안진회계법인에 의한 회계부실조작 가능성, 쌍용자동차 2005년 1월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 인수시 약속한 투자는 단 한건도 이루어지지 않음, 기술 유출 단행, 2009년 법정관리 단행, 2646명 정리해고 단행, 5월부터 77일간의 농성파업, 8월 5일 극단적 폭력의 진압 작전, 경찰의 약속파기 및 1997년 이후의 최대구속, 22명의 노동자 사망(이중 12명은 자살). 현재까지 산 자의 처절한 투쟁.

 

그 달 그 달 받는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동자인데도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이야기로 여겼다. 왜일까? 같은 노동자인데, 나는 안전한 노동자라 생각했을까?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자본의 모호함속에서 도무지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경기/경제의 배 안에서 어차피 우리 노동자는 함께 노를 저어야 할 친구이자 세력인데 말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연대와 세력화를 전혀 원치 않는 저 모호한 자본과 기득 세력의 담합으로 이뤄 낸 거대한 작전임에 틀림 없다.

 

우리 친구 우리 이웃의 어려움과 연대해야 나도 연대받을 수 있다. 민주주의가 왔다는 착각은 버리고 민주주의가 늘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게 항상 깨어있고 나부터 먼저 행동해야겠다.

너무나 공감했던 책 속의 글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너무도 씁쓸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나라는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너희는 우리를 위해 소모되다가 우리가 그만하라면 그만하고 죽어라. 알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이 싫었다. 설마 세상을 그렇게 비판적으로 봐야할까. 나를 나무랐다. 그러나 아니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그렇게 해고해놓고 먹고살 길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게다가 폭도며 과격분자며 마침내 빨갱이 칭호에 이르고 나면 더는 아무 대책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입시경쟁을 치르고 스펙을 쌍ㅎ고 취직을 한다 해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빙자한 '더 많이 벌기 위한 경영상의 이유로' 오래도록 성실했던 내 아이들을 해고시킨다면 그래서 거기에 항의하는 내 아이들을 경찰이 와서 테러범처럼 진압한다면 문서상으로 보아도 조작이 분명한데 전문가들끼리 그게 맞다고 우긴다면, 그래서 내 아이가 대한문 앞 비닐 천막에 쭈그리고 읺아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말할 것만 같다. "절대 열심히 일하지 마라. 상사 눈에 들게 적다히만 해라. 특히 명절이나 기념일에 작은 거라도 선물을 챙기고, 사석에서 좋은 말만 하거라. 사람이란 게 아부인 줄 알면서도 싫어하는 사람 절대 없다. 그리고 근무시간 중에도 틈나는 대로 부동산이나 증권을 검색하면서 불시에 닥칠 해고나 노후에 대비하도록 하라. 그래야 상처받지 않는다. 그래야 산다. 그리고 만일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하거든, '네.알겠습니다.'하고 어서 회사를 나오너라. 안 그러면 다 불법이야!"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나라가 망하면 내 노후는 내가 부은 국민연금은 어떻게 받나? 나는 그게 두려웠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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