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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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부분 자기와 자신일 뿐이니까. 그래서 이익과 건강이 최고인 거야. 하지만 좀처럼 자아는 가지려 들지 않아. 그렇게 견고한 가지, 가신을 가지고서도 늘 남과 비료를 하는 이유는 자아가 없기 때문이지. 끄래서 끝없이 가지려 드는 거야. 끝없이 오래 살려 하고.. 그래서 끝끝내 행복할 수 없는 거지

156쪽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민주주의니 다수결이니 하면서도 왜 99%의 인간들이 1%의 인간들에게 꼼짝못하고 살아가는지. 왜 다수가 소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그건 끝없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기 때문이야.

174쪽

그때 알았지. 인간의 영혼은 저 필라멘트와 같다는 사실을...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 빛에 묻혀버리지.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아니,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 건 실은 외모 때문이 아니야. 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너무 많은 전기가 들어오고 터무니없이 밝은 빛을 발하게 되는 거야.

185쪽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무료, 해도...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인간들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고 나는 믿었다. 무료하므로 돈을 모으는 것이다... 무료해서 쇼핑을 하고, 하고, 또 하는 것이다...
큰소리치는 인간도 ...결국 독재를 하고...전쟁을 일으키는 인간도...실은 그래서 사랑에 실패한 인간들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잘 살아보자고 모두가 노래하던 시절이었지만, 그 역시 삶이 아니라 생활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잠깐의 삶을 살다가 이제 생활을 하는 인간이 되어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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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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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야구보다 위대하지는 못했다. 아니, 애당초 더 위대할 수 없다. 정치와는 달리, 야구에는 원칙과 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80쪽

결론은 프로였다.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튼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126쪽

중산층. 이 파워풀한 단어는 그 후 세상을 바꿔나가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이 하나의 단어로 인해, 이제 확실히 도료의 3,4위가 새로운 평범의 기준이 된 것이다. 무진장 노력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남들 사는 만큼 사는 거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라고 말하는 이상한 세상이 온 것이다.

128쪽

OB와 삼성, 혹은 MBC나 해태의 팬이었던 또래의 소년들에 비해 확실히 나는 염세적인 소년이었고, 자신감이 없었으며,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고 있었다. OB의 팬이 아니라면, 삼성의 회원이 아니라면, 아니 프로야구가 없었다면 -- 그 소년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문제는 내가 삼미 슈퍼스타즈 소속이었던 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16살의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랬다. 소속이 문제였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130쪽

적오도 패션과 외모에 관한 한, 나는 김치사발면 속의 동결건조김치와도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물을 붓고, 불려도 그것은 절대 진짜 김치가 되지 않는다.

결국은 익고야 마는 사발면처럼, 당연히 가게도 문을 닫았다. 지극히 당연한 일을 가지고도 인간이 이토록 기뼈할 수 있다는 사살에 내심 놀라며, 나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약속장소로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갔다.


168쪽

사람들이 모두 돼지발정제를 마신 것 같아....아니, 어쩌면 우리도 이미 마신 건지 몰라. 단지 아직 5분이 지나지 않았을 뿐이지.
.
.
.
아무래도 놈들이 원하는 건 돈과의 교미가 아닌가 싶어. 이미 마신 이상은...그 끝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대학을 간 것도 다 그걸 마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좀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여하튼 땀이 ...나고 숨소리가 거칠어질테니까. 내가 왜 이러지? 난 결백해...하며 똑같은 짓을 하게 될거라구. 분명해. 그래. 분명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걸 먹였어. 우리가 마셔온 물에, 우리가 먹어온 밥에, 우리가 읽는 책에, 우리가 받는 교육에, 우리가 보는 방송에, 우리가 열광하는 야구 경기에, 우리의 부모에게, 이웃에게, 나, 너, 우리, 대한민국에게...놈은 차곡차곡 그 약을 타온거야. 너도 명심해. 그 5분이 지나고 나면, 우리도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지 몰라...

182쪽

"지금까지 버티신 게 기적입니다." 의사가 얘기했다.
인생은 결국, 결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 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 실은 그래서 기적이다.

199쪽

"신경 쓰지 마"
"뭘?"
"회사 잘린 거."
"널 처음 봤을 때 ...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9회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같았어. 너 4년 내내 그렇ㄱ 살았지? 내 느낌이 맞다면 아마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공,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 삼진이다. 끝장이다. 라고!"
"....."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투 스크라이크 포 볼! 그러니 진루해!"

"이제 1루로 나가서 쉬란 말이야... 쉬고, 자고, 뒹굴고, 놀란 말이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봐.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 물론 심판은 스크라이크를 선언헸겠지. 어차피 세상은 한통속이니까. 제발 더 이상은 속지 마. 거기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 내가 보기에 분명 그 공은 -- 이제 부디 삶을 즐리라고 던져준 `볼`이었어."

235쪽

세계는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요는 말이지. 어쩌다 프로가 되었나, 하는 것이야. 우리는 원래 프로가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모두 프로가 된 거야. 요는 프로야구를 통해 우리가 분명 속았다는 거지.

지금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242~243쪽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그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뭐야, 너무 쉽잖아?
틀렸어! 그건 그래서 가장 힘든 야구야. 이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하기 힘든 야구인 것이지. 홰? 이 세게는 언제나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야.

251쪽

착취는 아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행해진 게 아니었어. 실제의 착취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오랸한 박수 소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휠씬 형이상학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거야.

253쪽

하루 3시간만 일하고, 굶어죽지 않고, 나머지 21시간은 내 것이다.--가 신문 배달 때와 하나 다름없는 놈의 자랑이었다. 그리고 나는 퇴직금을 까먹으며 그냥 놀기로 했다. 4년 내내 미친놈처럼 일을 했고, 그 퇴직금으로 밥을 먹지만, 하루 24시간이 내 것이다.

257쪽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그 시절도, 실은 국수의 가락처럼 끊기 쉬원 것이었다. 빙하기가 왔다는 그 말도 실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과거의 나뿐이다.

262쪽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시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틍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맡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264쪽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이상으로 크고, 필요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찌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279쪽

남의 일이라면 할만큼 했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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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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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대중의 생각에 그토록 신경을 써야 하나? 우리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지각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난 그대로를 믿을 걸세.

77쪽

사람들은 모든 의견들은 존중하지 말아야 하며,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의 의견들은 존중하되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은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옮은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82쪽

무지의 문제점은 다름 아니라 아듦답지도 훌륭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자가 그러한 자기에게 만족하는 것이지요. 자기에게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을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306쪽

학습이라고 일컫는 것도 지식이 우리를 떠나기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망각은 지식이 떠나가는 것인데, 학습은 떠나가는 기억 대신 새로운 기럭을 주입하여 같은 지식으로 보이도록 우리의 지식을 보존하니까요.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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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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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철학은 중고등 시절 도덕교과서이다. 거의 이 세상의 중요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요 사상을 키워드로 배우고 암기하기를 시험이라는 통과 의식을 통하여 강요당했다. 그저 철학은 어려운 것이었으며, 암기할 것이 많은 것이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상과는 거리가 좀 있는 저 너머 세상 어떤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도덕 시간에 나오는 철학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고, 분량도 많아서 시험에 자주 나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와 함께 나오는 키워드는, '대화' '악법도 법이다' '악처 크산티페' 등이었다. 그래도 가장 강조되어 교육받았던 것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제였다. 이 말이 당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나오게 되었는가도 모르고 진도빼기에 바빠서 그렇게 넘어갔다. 이 후 대학때도 사회생활때도 철학과 소크라테스는 학업과 직장의 현실에서 역시 저 너머 세상 소리였다.

 

   플라톤의 철학책을 보았다. 제자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 등을 정리하여 기록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향연'이라는 책을 냈는데 바로 그거다. 이 책은 천병희 선생이 번역하여 그나마 우리 나라에 나온 번역서 중에서는 쉽게 읽힌다고 평가받는 책이다. 이 책에는 네 개의 장이 있다. 첫번째 소크라테스의 변론, 두 번째 크리톤, 그 다음 파이돈 그 다음이 향연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현혹하고 젊은이들은 선동한다는 죄로 소피스트들에 의하여 소송을 당하여 그 스스로가 자신을 변론하는 내용이다. 크리토은 소크라테스의 절친 크리톤이 절친 소크라테스에게 가만있다가 사형을 당하지 말고 도와줄테니 어서 도주하라고 하는 장이며, 파이든은 소크라테의 제자 파이든이 소크라테의 사후 귀가길에 지인을 만나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을 당시 남겼던 말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며, 마지막 향연은 소크라테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인데 에로스가 무엇인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정의를 내리는 내용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중고등 시절 도덕시간에 배웠던 소크라테스의 대화가 '변론'편에 나오고,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명제가 크리톤에서 발견되었다. 내가 도덕 시간에 배운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책이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철학을 암기와 의무로 잠깐 맛만 보았다. 그래서 인간 사회의 필수 덕목인 철학적 사유가 그저 어렵고 귀찮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철학은 어려웠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도 너무 어려웠다. 철학을 별로 사유하지 않은 나 같은 범인은 플라톤의 말 한 줄 글 한 줄이 마치 30키로 짜리 돌을 들어올리면 팔이 아프고 힘들듯 나의 뇌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철학은 우리가 살고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고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세상이 그런지 질문에 궁금증을 다시 가지는 계기가 되었슴에 큰 의미를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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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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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죽음으로 다시 암흑의 시대로 돌아간 조선과 살아남아 그 시대를 절박하게 맞아야 했던 우리 시대 철학가이자 실천가 개혁가 정약용의 일생과 생각의 일부를 느끼게 해준 책!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시대의 노무현과 유시민이 오버랩되는 건, 내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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